A씨가 살던 축사 쪽방(사진=장나래 기자)
20년 가까이 축사에서 임금 한 푼 주지 않고 일을 시킨 60대 부부가 지적장애인을 학대까지 한 정황을 포착해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6. 7. 14 '돈 안 주고 12년을'…지적장애인 일 시킨 부부 검거. 지척에 어머니 두고…축사에서 '20년 노예생활'(종합))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15일 사회복지사 등 관련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피해자인 A(47)씨를 다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그동안 대인기피증세를 보였던 A씨가 최근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는 판단에서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11일 자취를 감춘 뒤 숨어 지내다 나흘 만에 발견돼 경찰 보호를 받게 된 A씨는 지척에 두고도 19년 만에서야 헤어졌던 어머니와 상봉하면서 안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A씨의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주인에게)맞은 적이 있다"며 "소똥을 치우는 게 싫다, 농장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진술했다.
다만 A씨가 또다시 극심한 심리적 불안 상태를 보여 안정 시간 등을 가지면서 조사는 불과 30분 만에 끝이 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청주의 한 병원에서 벌인 A씨의 건강 검진 결과 영양 상태는 '정상',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안정시킨 뒤 16일 또다시 조사를 벌여 정확한 경위 등을 재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축사 주인인 김모(69)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 부부가 정기적인 임금도 주지 않은 채 축사 일을 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1997년 소 중개업자로부터 우연히 A씨를 소개받아 이때까지 6㎥ 남짓 한 축사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일 A씨가 "주인이 무서워 집에 가기 싫다"며 한 회사 건물에 무단침입해 경찰이 출동하면서 19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은 또 마을주민 등의 진술을 통해 이들 부부가 A씨를 굶기거나 폭행하는 등 일부 학대한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머리를 쥐어박는 등 폭행한 사실을 김 씨가 인정했다"며 "밥을 제대로 먹이지 않았다는 주민 진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해 통장을 만들 수 없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줬을 뿐"이라며 "가족처럼 지낸 것이지, 강제로 일을 시킨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으로 A씨가 인근에 가족을 두고 이들 부부와 생활하게 된 경위와 함께 이들 부부가 A씨의 가족을 찾아주지 않은 이유 등도 철저하게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가 끝나는 대로 김 씨 부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밝혀낸 뒤 신병처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