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외교 정책 구상을 밝히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대선 본선 행보를 시작하며 대외 정책의 고립주의를 선언했다. 대외 개입은 최소화하고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외교정책의 틀을 밝히는 연설을 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총체적 재앙이라고 규정한 뒤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트럼프는 먼저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공식 제기했다. 그는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이 방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들 나라가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이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아시아 동맹들과의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문제와 나토의 낡은 임무를 어떻게 개선할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집권한다면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과 방위비 재협상을 벌이고 만약 적정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거나 '핵우산' 제공을 거둬 들일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 등 구체적인 나라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지렛대를 가진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계속 도발 수위를 높이고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무기력하게 쳐다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적 힘을 활용해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틑 중동 정책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싸잡아 비난한 뒤 "집권한다면 대외 분쟁에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지만 불필요한 곳에는 결코 우리의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미국 외교 정책의 녹을 벗기고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비전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미국인과 미국의 안보를 모든 것에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외교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구상은 공화당 주류의 정책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고 전문가들 역시 비판하는 부분이 많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