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자료사진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1시간 39분간 토론을 벌여 같은당 은수미 의원의 10시간 18분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 국회 최장의 연설 기록이다.
더민주 추미애 의원에 이어 27일 새벽 4시 41분, 17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정 의원은 테러방지법은 오직 국정원을 위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국민들이 나서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 17조와 18조를 설명한 뒤 "이 헌법 17조, 18조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 새누리당이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키려고 하는 테러방지법"이라며 위헌성을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국민과 정권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이긴다, 국민을 이기려는 정권만큼 바보스런 정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때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어찌 국민항복시대를 만들려 하고 있느냐, 국정원을 강화해서 비밀정보권력을 키워서 또 다시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이냐, 퇴임 후에 안전할 것 같으냐, 행복할 것 같으냐"며 "박 대통령은 유신본능을 이제 이자리에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원은 필리버스터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를 우려한 듯 "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는 일이기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 막아햐 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유신질주본능을, 유신의 추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로 장시간의 연설을 마쳤다.
토론중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정 의원은 재치있는 발언으로 받아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10시간 18분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무리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박종민기자/자료사진
앞서 지난 24일 3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은수미 의원은 이날 새벽 2시 30분부터 낮 12시 48분까지 10시간 18분 동안 토론을 이어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한편 필리버스터가 장기화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상임위원장이 국회의장단을 대신해 의장석에 앉아 사회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5분쯤 사회를 보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체력적 한계로 부득이 잠시 본회의 의사진행을 부탁한다"며 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정 의장은 정 의원에게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고 의장석을 떠나게 돼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본회의는 국회의장과 2명의 부의장 등 의장단이 사회를 맡도록 돼 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정 의장과 정갑윤.이석현 부의장이 24시간 3교대로 사회를 보면서
의장단의 체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지난 23일 저녁 7시 5분 시작된 필리버스터에는 지금까지 모두 17명의 의원이 참가해 토론을 마쳤고 현재는 더민주 진선미 의원이 18번째 주자로 바통을 넘겨받아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