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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⑥] 래퍼 넋업샨의 멈추지 않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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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릴레이⑥] 래퍼 넋업샨의 멈추지 않는 도전

    (사진=넋업샨 제공)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여섯 번째 주인공은 마이노스가 지목한 넋업샨이다. [편집자 주]

    자극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한 번 들으면 귀에 확 꽂힌다. 넋업샨(본명 배한준)의 랩 말이다. 어디에 있어도 빛이 나는 래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발선에서부터 그랬다. 지난 1999년 발표된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1999대한민국'에서 단, 8마디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다.

    이후 넋업샨은 2002년부터 약 5년간 힙합듀오 인피닛플로우로 활동,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진보적인 음악으로 한국 힙합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피닛플로우 해체 이후에는 지토, 디테오와 함께 소울다이브를 결성, 힙합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기도 했다. 임재범, 이소라 등 쟁쟁한 가수들과 호흡했고, '쇼미더머니2'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하며 또 한 번 실력을 입증했다.

    힙합이 대세 장르로 자리잡은 요즘. '1.5세대' 래퍼인 넋업샨은 잠시 숨고르기 중이다. 그렇다고 멈춰있는 건 아니다. 조급함 없이 '즐긴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진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내뱉을 생각이다. 소속사와의 계약 만료 이후 묵묵히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인 넋업샨과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반갑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넋업샨이라는 이름으로 랩을 하는 사람이다. 랩을 몇 년 정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힙합 1세대라고들 불러 주시는 데 사실 난 1.5세대 정도다. 가리온과 같이 시작한 사람처럼 종종 비치는데, 형들에게 죄송하다. 하하.

    Q. 마이노스가 당신을 지목했는데.
    우린 '당연한' 사이다. 같이 공연도 자주하면서 오랜 시간 서로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Q. 넋업샨 랩의 특징은.
    목소리다. 가사나 플로우 같은 건 시대와 함께 자연스럽게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 목소리는 한결 같은 거다. 청량감 있고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내 랩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신 분들을 알 거다. 내 목소리가 좀 크다. (웃음).

    Q. 특별한 수식어가 없는 래퍼다.
    없는게 좋은 것 같다. 뭔가 닭살스럽지 않나. 하하.

    Q. 넋업샨이라는 이름 자체가 수식어 같다는 느낌이다.
    아직도 등단을 못 한 소설가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다. 넋을 등에 업고 사는 이. 일상의 애환을 등에 업고 랩을 한다는 뜻이지. 원래 한국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좋아한다. 또 '넋'이 소울, 샤먼과 같은 뜻인데, 흑인 음악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다.

    Q. 랩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1999 대한민국'이라는 힙합 앨범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혼자 랩을 하던 시기였는데, 좋게 인연이 닿아서 녹음실에 찾아가게 됐다. 당시 허니패밀리 멤버였던 리쌍의 길 형이 '너 랩 하지? 8마디 써봐'라고 해서 열심히 썼고, 운 좋게 실렸다. 당시 워낙 유명한 앨범이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 팀을 만들고 클럽에서 공연하기 시작했지.

    Q. 인피닛플로우(I.F)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는데.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추구했던 팀이다. 그때 한창 센 느낌의 힙합이 대세였다. 지금 그런 문화가 다시온 것 같은데, '내가 제일 잘해!' 같은 부류의 가사가 참 많았다. 우린 그런 가사에 질려 있었고, 그냥 같이 존중하면서 비판 없이 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추구했었다.

    Q. 해체 이후 불화설도 있지 않았나.
    영지엠이 비즈니즈로 이름을 바꾸고 앨범을 낼 때 나에게 피처링을 요구했었다. 그때 내가 '해줄게'라고 말하고 잠수를 탔다. 하하. 똑같은 걸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고, 팀이 해체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비즈니즈가 날 디스하는 곡을 발표했는데 수위가 좀 셌다. 근데 사실 그 디스곡 나오리란 걸 알고 있었고, 트위터에 공유도 하고 그랬다. (웃음).

    Q. 그 이후엔 소울다이브로 활동했지.
    가요와 힙합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다양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꿈꿨다. 그러려면 솔로 보단 팀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었지. 팀으로 공연하는 것이 더 신나는 게 사실이니까. 그렇게 지토, 디테오와 함께 2년 정도 준비해서 앨범을 냈다.

    Q. 결과는 만족스러웠나.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부딪힘의 연속'이었다고 할까. 음악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고 운 좋게도 임재범, 이소라 등 쟁쟁한 분과 함께하며 '나는 가수다' 등에도 출연했지만, 방송 시스템에 적응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회사가 힘도 없었고. (웃음).

    Q. '쇼미더머니2'에서 우승도 했었지.
    우리는 방송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출연 제안을 받았다. 심사위원 자격이었고, 랩을 하는 프로그램이니 흔쾌히 수락했지. 그런데 막상 들어가고 나서보니 우리 역시 경연에 참전해야 하는 거다. 황당했지. 그렇다고 갑자기 못 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열심히 했다.

    Q. 우승자가 됐는데, 사실 반응은 '핫'하지 않았다.
    그때 또 한 번 느꼈다. 우린 TV에 나간다고 해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팀이 아니라는 걸. 소울다이브는 스윙스나 매드클라운처럼 튈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던 거다. 그냥 재밌게 우리끼리 음악하는 게 맞는가 보다 생각했었다. '쇼미더머니2' 끝나고도 활동을 곧바로 하지 않았다. 지쳐 있었고 쉬고 싶었다. 또 음악 비지니스와 역행하는 짓을 한 거지.

    Q. 땀 흘린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지친 건가.
    그냥 우리 생각과는 달랐던 거다. 열심히 한만큼의 보상을 얻으려면 캐릭터를 만드는데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우린 그걸 따르지 않은 거고 그래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거란 생각이다.

     

    Q.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지난해 4월에 회사와의 계약이 종료됐고, 소울다이브는 잠정적인 휴식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쳐 있었고 조금 쉬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회사도 알아보지 않았고, 혼자 솔로 앨범을 준비중이다. 급하지 않게 가려 한다.

    Q. 소울다이브는 어떻게 되는 건가.
    원래대로라면 계약을 자연스럽게 갱신해야 하는데 모두 너무 지쳐있었다. 줄기차게 하긴 했는데 뭔가 소진된 상태였다. 확실한 건 해체는 아니다. 일단 지금은 혼자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 상태다.

    Q. 마이노스가 솔로 앨범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는 있는지 묻던데.
    정말 친한 사람이기 이전에 좋아하는 래퍼다. 그 친구만 가능하다면 당연히 참여시키고 싶지. 그런데 마이노스가 브랜뉴뮤직에 들어간 상태라 거절할지도 모르겠다. 하하. 농담이다. 좋은 트랙이 나오면 바로 이야기할 거다.

    Q. 소속사 없이 혼자 앨범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이 들어서 혼자 하려니 쉽지 않다. (웃음). 사실 솔로 앨범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만들었다가 지우고 반복이다.

    Q. 생각이 깊어지는 시기인가.
    오래전부터 솔로 앨범을 준비했다. 사실 소울다이브 1집도 원래는 내 솔로 앨범으로 준비하던 거고. 소울다이브로 활동할 땐 내 음악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욕구가 사라졌다. 그냥 하고 싶은 음악을 즐겁게 하고 욕심 부리지 말자는 생각이다. 일단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 예전엔 너무 심오하게만 생각하고 그게 멋진건 줄 알았는데, 이젠 '즐기자'는 생각이다.

    Q. 힙합 레이블이나 소속사에 다시 들어갈 생각은 없나.
    '난 절대 안 들어갈 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 그런데 내 음악이 대중친화적이진 않다. 과연 이런 음악을 100% 지지해줄 만한 회사가 있을까. (웃음).

    Q. 요즘 힙합신 분위기는 어떤가.
    '이제 슬슬 끝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힙합이 완전 대세가 된 상태지. '쇼미더머니'로 인기가 커지고 욕도 먹으면서 과부하가 걸린 측면이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뭔가 상황이 어려워지면 그에 반하는 다른 것들도 나오지 않나. 영국 경제가 힘들었을 때 비틀즈가 나온 것처럼. 난 그래서 최근 힙합신에 딥플로우, 일리닛, 이센스 앨범처럼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Q. 힙합 소재 프로그램들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
    너무 재미 위주로만 가지 않는다면. 욕을 먹으면서 더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힙합이 대중화되었으니, 누가 누굴 평가하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음악 자체로만 다루는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좋겠다.

    Q. 힙합이 대세가 된 이유는 뭘까.
    자극적인 부분이 분명 한 자리를 차지할 거다. 속된 말로 '사이다'적인 느낌. 한국인 정서상 남을 쉽게 비판할 수 없지 않나. 거기에 반하는 행동을 힙합에서 할 수 있고, 대중가요에 비해서 '날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또 언어유희로 재미를 주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는 생각이다.

    Q. 솔로 앨범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에 담고 싶다. 그런데 말하고 싶은 게 바뀌고 있어서 정리하는 중이다. (웃음). 일단 지금 시점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건, 래퍼들이 카피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카피는 뮤지션으로서 부끄러운 일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해외 래퍼들의 느낌을 따오는 게 뭔가 당연시되고 있단 느낌이다. 한국 래퍼들의 스킬이 미국 래퍼들과 비교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좀 더 창의적인 것들이 나와야 할 때다.

    Q. 넋업샨을 대표할 만한 곡을 추천해달라.
    인피닛플로우의 시작을 알렸던 '리스펙트 유', 소울다이브 앨범 수록곡으로 공을 많이 들인 '벌스', 가리온과 함께한 영광스런 곡인 '영순위'를 꼽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유명세를 얻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나처럼 정말 랩이 좋아서 달려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 힙합이 너무 단면적으로만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잘 알려진 자기자랑, 디스 같은 부분들도 물론 힙합 맞지만, 그것과 다른 힙합도 있다는 걸 알아달라.

    Q. 다음 래퍼를 추천해달라.
    옵티컬 아이즈XL을 추천한다. 두말할 것 없는 실력을 지닌 래퍼다. 꼭 조명받았으면 한다. 화재사고를 겪은, 기구한 사연이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Q. 그에게 묻고 싶은 건.
    옵티컬 아이즈XL은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이기도 하다. 가장의 위치에서 랩을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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