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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릴레이①] MC스나이퍼, '솔개'가 된 '힙합 음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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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 릴레이①] MC스나이퍼, '솔개'가 된 '힙합 음유시인'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첫 번째 주인공은 MC스나이퍼다. [편집자 주]

    MC스나이퍼(사진=비카이트 제공)

     

    MC스나이퍼(본명 김정유)를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힙합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IMF 경제 위기를 겪던 1998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시작해 한일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2002년 첫 정규 앨범을 발매했으니. 한국 힙합계에서 오랜 시간 뚝심 있게 제 자리를 지켰다.

    흔히 그를 '힙합 음유시인'이라 부른다. 그만큼 MC스나이퍼의 랩에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 특유의 시적인 가사는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더라도 더 강한 힘이 느껴지게 한다.

    친구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노래한 'BK LOVE'는 웬만한 발라드 보다 남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민중 가요를 샘플링해 사회적 문제를 다룬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다큐멘터리 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성매매 종사자들의 삶을 다룬 '기생일기', 낙태 문제를 논한 '49제 진혼곡', 방치된 독거노인들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한 '고려장' 등으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꾸준히 변화를 추구해 온 래퍼이기도 하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레게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감성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호불호는 갈린다. 시적인 가사에 비해 라임와 플로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후배 래퍼들과의 불화로 구설에 오른 일화도 유명하다.

    여러 부침으로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MC스나이퍼는 최근 다시 일어섰다. 환골탈태를 꿈꾸는 '솔개'처럼. 힙합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그와 합정동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반갑다. 근황이 궁금한데.
    "아들내미가 태어나서 바쁘다. 육아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아무래도 밤샘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보니 아내에게 이유도 원인도 모를 미안함이 생기기도 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말이다."

    Q.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11월에 나올 앨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원래는 정규 앨범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트랙을 줄이라면서 만류하는 중이다. 아마 트랙이 조금 많은 미니 앨범 형태가 될 것 같다."

    Q. 새 앨범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앨범명은 '비카이트 2'(B-kite 2)다. 지난해 발매한 '비카이트1'의 연장선이지. 지난 앨범이 슬럼프를 겪던 스나이퍼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슬럼프를 극복하고 완쾌된 상태의 스나이퍼를 보여주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불안정할 때와 안정될 때의 음악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거다. 내 골수 팬들만 느끼시려나?

    타이틀곡은 사랑 노래는 아니다. 가볍지 않은 곡이 될 예정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기도 한데, 사극 전쟁신이 떠오를 수도 있다."

    Q. '힙합 음유시인'으로 불리는데, 만족하나.
    "늘 이야기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수식어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문체의 특성 때문에 그렇게 불리겠지. 어릴 때 뜬구름 잡는 척하고, 있어 보이는 가사를 쓰기도 했으니까. 진짜 음유시인이 되어보고 싶기는 하다."

    Q. 시적인 가사를 쓰는 비결이 궁금하다. 책에서 좋은 글귀를 따오는 편인가.
    "따오지는 않았고. (웃음). 나는 어릴 때부터 다른 래퍼들에 비해 문장에 집중했다. 그래서 라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들었지만. 요새는 라이밍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사실 라임이 너무 많아도 듣기 싫은 게 있지 않나. 들었을 때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드는 문맥을 만드려는 편이다."

    Q. 왜 MC스나이퍼와 비슷한 후배 래퍼는 없을까.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다. 요즘에는 너무 비슷한 스타일의 랩을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공연장을 가끔 찾는데, 누가 누가 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얼굴과 목소리 톤만 바뀌는 느낌이랄까. 부족해도 본인만의 것을 추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산이, 버벌진트, 스윙스 등이 참 대단하지. 아 그 친구들도 벌써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Q. '쇼미더머니4'는 봤나.
    "전혀 안 챙겨봤다. 가끔 SNS에 떠도는 영상들은 조금 봤지. 일단 전반적으로 요즘 친구들이 플로우가 정말 좋아졌다는 느낌은 받았다. 거기에 알맹이까지 있으면 좋겠지. 좋은 가사 말이다."

    Q.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등용문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단발성 쇼'처럼 힙합 음악을 가볍게 만드는 요소도 분명 있고. 양날의 검이지 뭐.

    흔히들 지금이 한국 힙합의 르네상스라고 하지 않나. '쇼미더머니'가 한 몫한 게 분명 있다. 그런데 만약 힙합이 깊은 침체기에 빠진다면? 분명 거기에도 한 몫을 할 거다."

    Q. MC메타는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오히려 '시즌 1, 2에 나왔던 사람이 왜 이제와서?'라는 비난을 받더라.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던 사람이 왜 쓴소리를 하느냐'라. 글쎄, 나가봤기 때문에 더 잘 알지 않을까. 메타 형님이 이야기하는 것에 공감하는 친구도 있을 거다. 물론 아닌 친구도 있겠지만."

     

    Q. 힙합 1세대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그냥 하던 거 잘하면 되지 뭐. 하하. 그냥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꾸준히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젊은 래퍼들도 분명 프라이드가 있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어릴 때 힙합바지 끌고 다니면서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다. 그런데 아마 우리 아버지도 나팔바지 입고 다니던 시절에 할아버지한테 혼이 많이 나셨을 거다. 다 그런거 아니겠나."

    Q.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또 많이 줄었더라.
    "어릴 때는 너무 가난해고, 기득권자들의 갑질이 정말 싫었다.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눈에 많이 밟히던 시기였지. 지금은 형편이 조금 나아지니까 그런 것들이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힙합이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많다. 꼭 사회 비판이 아니라도 가사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살면서 느끼는 억울함 같은 것들. 친구가 당한 피해라던지. 예를들어 월세를 올리려는 주인에게도 억압을 느낄 수 있지 않나? 10만원, 20만원에 삶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Q. MC스나이퍼의 음악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남자의 일기장'이라고 보면 된다. 언더에서 활동하다 주류 가요계를 경험한 20대부터 지금 와이프와 사랑에 빠지고 30대가 된. 매번 그때 느낀 감정들을 앨범에 녹여왔다."

    Q. 음악 스타일이 자주 바뀌었다.
    "아무래도 언더 때는 갱스터 힙합을 많이 듣다 보니 음악이 거칠었지.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류이치 사카모토를 만나 뉴에이지에 꽂히기도 했고. 그땐 '엠씨 스트링'이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피아노 선율만 쓰기도 했고. (웃음)."

    Q. '타 래퍼들과 교류가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늘 이야기하지만 다른 래퍼들과 자주 만난다.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필요에 의해서 협업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나는 가까이 오래 함께한 이들과 음악 작업을 하는게 더 좋다."

    Q. 후배 래퍼들이 회사에서 많이 나가서 그런 편견이 생긴걸까.
    "여러 일이 있긴 있었지. 사람들이 자꾸 그들이 나갔다고 생각하는데, '보내줬다'는 표현이 맞다. 이 친구들과 오래 갈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하고 정리를 빨리한 거지.

    분명한 건 칼자루는 내가 쥐고있었다는 것. 그렇다고 그 칼을 휘두르지는 않았고, 조용히 칼집에 집어 넣은 거다. 배치기 탁은 최근에 결혼한다고 청접장도 보냈더라. 아웃사이더와는 분명 불화 맞다. 하하."

    Q. 마초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내가 마초적인가? 확실한 건 남 밑에서는 일 못한다. 답답해서."

    MC스나이퍼는 솔개의 깃털을 앨범 재킷으로 활용 중이다.

     

    Q. 지금은 스나이퍼사운드가 아닌 비카이트라는 레이블로 활동하던데.
    "솔직히 말하자면 스나이퍼사운드는 바닥으로 내려와 있는 상태다. 일단 그건 그냥 내버려 두자는 생각이다.

    비카이트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음악을 하자는 의지를 담아 만들었다. 환골탈태의 대명사인 '솔개'를 의미한다. 솔개의 수명이 70~80년인데, 40년 정도 살면 생사의 기로에 선다. 살기를 선택한 솔개는 자기 부리를 부러뜨리고 발톱을 뽑아내는 고통 끝에 남은 3~40년을 더 살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런 의지가 담겼다."

    Q. 결혼도 했고,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확실히 진지해지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약간 무거운 스타일이었는데 더 진지해진다. 뮤지션은 원래 자기 삶을 반영할 수 밖에 없지. 결혼한 뒤 느끼는 나름의 중압감도 있고, 별 이상한 생각이 다든다. 육아 고민도 크고. 그 전에 해보지 않았던 고민들인데, 결국 다 내 음악에 흡수될 것 같다."

    Q. 또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노력한 만큼 인정 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욕심이 줄었다. 그냥 내 음악을 안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물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항상 노력은 한다."

    Q. 방송에서 보기 힘들다.
    "최근 2년간 슬럼프를 겪었고, 방송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조용히 지내고 싶었지. 지금은 나한테 맞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나가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Q. '쇼미더머니'에 프로듀서로 다시 나갈 생각도?"
    "'난 특정 프로그램에 절대 안나간다'라고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요샌 그냥 다 열어 놓고 살고 싶다."

    Q. 자신의 앨범 중 추천하고 싶은 앨범은?
    "내 노래 들으면 우울해지는데…. 6집 '풀 타임(Full Time)'을 한번 들어봐 주셨으면 한다. '인생', '피아노' 같은 트랙들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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