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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릴레이③] 딥플로우, TV에서 볼 수 없는 진짜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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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 릴레이③] 딥플로우, TV에서 볼 수 없는 진짜 래퍼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세 번째 주인공은 피타입이 지목한 딥플로우다. [편집자 주]

    딥플로우(사진=스톤쉽 제공)

     

    딥플로우(Deepflow, 본명 류상구)는 지난 4월 3집 '양화'를 홍보하기 위해 버스 광고를 기획했다. 그리고 해당 광고에 이런 문구를 적었다.

    "당신이 TV에서 보지 못한 진짜 힙합"

    그렇다. 딥플로우는 TV에서 쉽게 볼 수 없다. 그는 대다수 래퍼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에 출연해 이름값을 높이는데 열중할 때 소신 있게 제자리를 지켰다. 동시에 '진짜 힙합'이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음악을 선보였다. 4년 만에 내놓은 정규 3집 '양화'로 평단과 대중의 귀를 모두 만족시킨 것이다.

    총 15곡이 수록된 '양화'는 그가 래퍼 딥플로우로서 느낀 홍대 힙합씬 안에서의 분투, 인간 류상구로서 느낀 영등포에서의 삶과 사회적 시선, 그 사이를 잇는 양화대교를 매일 건너가며 삼킨 생각들을 담은 앨범. 힙합팬들은 올해 한국 힙합 명반 중 하나로 주저 없이 딥플로우의 '양화'를 꼽는다.

    어느덧 힙합씬에서 활동한 지 13년째. 딥플로우는 TV가 아닌 무대 위에 있다. 무대 위에 없을 땐 주로 작업실에 있다. 힙합 레이블 비스메이저컴퍼니(VMC)를 이끄는 수장으로 자신의 앨범뿐 아니라 후배들의 앨범 준비를 위해 열정을 쏟는 중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 합정동 인근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았다.

     

    Q. 반갑다. 근황부터 전해달라
    주로 공연하면서 지낸다. 또 레이블 소속 래퍼인 넉살의 앨범 디렉팅을 도와주고 있다.

    Q. 피타입이 당신을 지목했다.
    알고 지내던 형이자 대선배님이다. '친하다'고 표현하기엔 워낙 형님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음악적으로도 도움을 받았다.

    Q. "사막화 된 언더 시장을 홀로 묵묵히 지키고 있는 동생", "나보다 뚝심 면에선 한수위"란 피타입의 평가에 대해선.
    날 그렇게 보고 계시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더라. 왜 날 지목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힙합씬에서 피타입 형이 가지고 있는 포지션을 내게 강제로 인수인계하려는 느낌도 받았다. 난 그런 역할을 떠맡고 싶진 않은데. 하하.

    Q. 딥플로우라는 래퍼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2003년 데뷔했고, 현재까지 100여 회 정도의 피처링 활동을 한 13년차 래퍼다. 첫 정규 앨범은 2007년, 2집이 2011년이었고 최근 3집을 냈다. 힙합레이블 비스메이저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Q. 힙합 음악, 언제부터 시작했나
    고등학교때 미술 전공으로 예고에 진학했는데 점점 그림이 아닌 힙합 음악에 빠졌다. 그 나이에 뭔가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 '훅'하고 빠져들지 않나. 다른 친구들은 잘 듣지 않는 음악을 나 혼자 듣는다는 일종의 우월감도 있었고. 듣는 걸로 끝나지 않고 가사도 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래퍼의 길로 빠졌다.

    Q. 딥플로우의 랩스타일은 어떤가?
    스탠다드하다. 정박으로 진행되는 라이밍이 잘 들리게 하는 걸 선호한다. 덕분에 지루하고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화려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소신 있게 음악하고 있기에 개인적 만족감은 크다.

    Q. '묵직하다', '우직하다'란 평가를 받는 편인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외모도 그렇고, 좋아하는 음악도 하드한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내 음악에도 섬세한 감성과 가사가 있다.

    Q. 딥플로우를 대표할 만한 곡을 추천해달라.
    이번 앨범 '양화'에 수록된 '작두' '당산대형' '버킷리스트'을 추천한다. '작두'는 넉살과 허클베리피, '당산대형'은 바스코가 참여한 곡인데 반응이 좋았다. '버킷리스트'는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데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이다. 우혜미(미우) 씨가 보컬로 참여해줬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Q. 롤모델로 나스(Nas)를 꼽던데.
    어릴때부터 좋아했다. 롤모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힙합씬에서 존재감이 막강하지 않나. 마치 만화나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제이지가 권력을 쥔 악당 같은 느낌이라면, 나스에게선 뭔가 진정성이 느껴진달까.

    Q. 헤어스타일도 따라한건가?
    하하. 나스가 나보단 머리가 좀 길다. 내가 힙합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땐, 래퍼들이 다 빡빡이였다. 지금은 이런 머리가 희귀해지다보니 국내 힙합씬에서 빡빡머리의 아이콘이 되어간다. 굳이 비슷한 머리를 꼽자면, 이센스, 개코 정도?

    Q. 올해 발매한 '양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다.
    지금까지 낸 앨범 중 반응이 가장 좋았다. 3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실제 만든 기간은 1년 남짓. 가사는 2년 전에 미리 거의 다 써놨고, 그에 맞춰 비트를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제작과정이 무척 힘들었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만큼 보답을 얻은 듯하다. 또 리스너들이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평가해줘서 기분이 좋다.

    Q. 수치적인 성과는.
    사실 지금까지 만든 앨범 중에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아직 제작비 상환이 다 안됐다. 하하. 보통 인디뮤지션들이 3장의 앨범을 낼 비용을 썼으니까. 그래도 워낙 반응이 좋고 공연도 많이 하고 있어서 괜찮다. 아직은 보릿고개고 내년에 벗어나는게 목표다.

     

    Q.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홍대와 영등포를 잇는 '양화'라는 키워드를 놓고 발상을 시작했다. 영등포에 사는 '류상구(딥플로우의 본명)'와 홍대클럽 무대 위의 류상구에 대한 이야기. 그동안 쉽게 꺼내지 못했던 내 이야기가 담겼고, 덕분에 반응이 좋았지 않나 싶다.

    Q. 그러고보니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먼저 대박을 쳤다.
    그것 때문에 솔직히 힘들었다. 워낙 곡이 좋았으니까. 하하. 2년 전부터 구상했는데 뭔가 빼앗긴 기분도 들고. '양화' 라는 이름으로 앨범이 나오면 아류로 평가될까 겁도 났다. 그래도 그건 자이언티 이야기고 이건 내 이야기니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꾸지 않았다.

    Q. "당신이 TV에서 보지 못한 진짜 힙합"이란 문구가 적힌 버스 광고도 했었다고.
    맞다. 홍대 근처에서 운행하는 버스 3대 정도에 붙였다. 양화대교에 현수막을 걸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는데, 버스로 바꿨다. 오그라들긴 하지만 뭔가 강렬한 문구가 필요했다. 영화 포스터에도 '상상 그 이상' 같은 문구 달지 않나.

    Q. '진짜 힙합'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사실 진짜 힙합이 뭐냐에 대해서 논하는 건 고리타분한 이야기다. 그런데 TV에 내가 생각하는 진짜 힙합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리고 내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Q. 특정 래퍼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저격하기도 했던데. (매드클라운 산이 배치기 진짜 어울려 팻두 아웃사이더 긱스 진짜 어울려 니들 무대와 노래 네 회사와 맺은 거래 그 외 너희들의 모든 전부 - 딥플로우 '잘 어울려' 가사 中)
    실명을 거론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지 않나. 힙합적인 맛을 살리고 싶었다. 해보니까 재밌더라. 누군가는 이슈를 만드려고 일부러 래퍼들을 거론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별로 이슈도 안됐다. (웃음)

    Q. 어떤 점을 지적하고 싶었나.
    대중적인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곡을 만드는 제작 의도가 너무 상업적이라는 생각이었다. 업계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면 어떤 의도가 깔려있는지 안다. 주제, 제목 선정, 아이돌 보컬 피처링 등이 뭔가 너무 얄팍해보였다. 사람들이 예전과 다르게 '조폭마누라'처럼 지나치게 상업적인 3류 영화는 잘 걸러내는데, 음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Q. 앨범을 내는데 보통 3~4년 정도가 걸리더라.
    항상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번엔 특히 즐겁지가 않았다.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만드는 게 아니라 말그대로 꽂히면 작업하는 건데, 자신을 채찍질하기가 쉽지 않더라. 다음 앨범은 즉흥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완성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앨범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없지만, 동기부여가 생기면 작업을 시작할 거다.

    Q. 요즘 힙합씬 분위기는 좀 어떤가.
    한창 일렉트로닉이 대세였는데, 힙합이 요즘엔 확실히 대세가 됐다. 신기하다. '쇼미더머니' 영향도 있다. 덕분에 공연도 많이 늘었는데, 대부분 라인업이 방송에 출연했던 래퍼 위주다. 방송에서 조명을 받지 못한 래퍼는 상대적으로 공연이 적고 활동하기 힘들어졌다. 양날의 검이다.

    Q. 팬 연령층이나 성향도 바뀌었을 텐데.
    20~30대도 많긴 한데, 피드백은 10대가 가장 활발하다. 예전 힙합팬들은 가사나 랩스타일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았는데, 요샌 멋지거나 트렌디한 걸 중요시하는 편이다.

    Q. 힙합 소재 프로그램은 어떻게 봤나.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모두 랩이 아닌 이벤트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더라. 랩이라는 게 전체적인 구성이 중요한건데 토막을 내서 내보낸다. 방송 출연 자체에 반감은 없는데, 그런 잘못된 부분들에 대한 반감은 있다.

    Q. '언프리티랩스타'에 잠깐 등자했다던데?
    에피소드가 있었다. Mnet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 관람하고 투표를 하고 가달라고 했다. 그런데 방송에선 뭔가 패널처럼 등장했다. 악마의 편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누가 랩 하는 데 갑자기 내가 씩 웃고 있는 장면이 나왔지. 뭐 '예능'에선 당연한 거니까.

    Q. 힙합레이블의 수장을 맡고 있는데.
    처음 크루 형태로 모인 건 2011년이고 지난해 초 레이블로 변화했다. 3~4명이서 시작했는데 어느덧 15명이 속해있다. 넉살, 우탄, 던밀스, 오디 등 래퍼들이 대표적이다. 어느덧 레이블 만든지 2년이 다되어간다. 내년에는 로고도 리브랜딩하고 홈페이지 만들 계획이다.

    Q. 힘든 점은 없나.
    초등학교 반장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당연히 나도 스트레스가 많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는 것보단 지금이 좋다. 약간 '대장병' 같은 것도 있고. (웃음)

    Q. 13간 꾸준히 활동하고 레이블 수장까지 맡았다. 잘 버텨온 비결은.
    재능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노력파도 아니다. 그냥 힙합과 내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난 의도하지 않았는데, '넌 진짜 힙합이야'라고 해주신 분들도 많았고. 솔직히 당장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일반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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