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임금체불 한파] '벼룩의 간' 빼먹는 체불임금 '백태'

  • 0
  • 0
  • 폰트사이즈

노동

    [임금체불 한파] '벼룩의 간' 빼먹는 체불임금 '백태'

    • 0
    • 폰트사이즈
    '임금 체불'이라는 매서운 한파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지난해 임금 체불 피해를 당한 근로자 수는 30만 명에 가깝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CBS노컷뉴스가 체불임금으로 신음하는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식사시간이 30분…"밥 먹을 수 있나요?"

    인천 남동공단 입구 (사진=자료사진)

     

    자동차 휠 제조 전문업체인 인천의 H사. 연매출이 5,700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직원 약 1500명이 하루 12시간 씩 3주 2교대 근무를 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점심과 저녁시간은 각각 30분이다. 노동자들은 공장 라인을 멈출 수 없어 반씩 조를 나눠 1시간동안 교대로 식사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D 씨는 "식사시간에도 라인은 정상 가동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2배로 높아진다"면서 "그게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이 회사 노조 조합원 165명은 "2013년 11월부터 2년 간 점심과 저녁시간에 각각 30분씩 추가 근무한 것에 대한 임금 6억 4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회사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측의 소송대리인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설립한 법무법인 평안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송과 관련해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인천 남동공단의 또 다른 H사는 지난 달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엘리베이터 감속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경기 불황의 여파 등으로 지난 2013년부터 경영이 계속 악화됐다.

    특히 이 회사 대표마저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회사는 급속히 기울었다.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퇴직자 50여명은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해 체당금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에서 근무했던 한 중국 동포 (43·남)는 "그동안 월급으로 어머니 병원비를 감당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 건설현장…임금 체불로 곳곳에서 '비명'

    모우터 그레이더 (사진=자료사진)

     

    건설현장에서 토사, 자갈 등을 펴거나 고르는 모우터 그레이더(Motor grader) 기사 경력 20년인 A(61)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약 100일 동안 인천시 강화군에서 장비를 동원해 하천 제방 정비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시공사인 U건설로부터 장비 대여금과 임금 등 3,000만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 영세건설사인 U건설은 하청업체의 부도로 대금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결국 시행사인 인천시 종합건설본부 앞에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추석부터 지금까지 집에 돈을 한 푼도 가져다주지 못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불도저 기사 B(41)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한 달간 경기도 파주시의 한 병원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했지만 임금 550만원을 역시 받지 못하고 있다.

    부인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을 책임져야 하는 B 씨는 지금은 울산에서 일하고 있어 체불 임금 독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는 "민사소송을 해봐야 시간만 오래 걸리고 받을 확률도 낮다"면서 "현재 의무화된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벼룩의 간'을 빼먹는 임금 체불 '백태'

    체불 임금 상담 기록

     

    고용주들의 체불 행태는 상식을 초월한다. 제조업체 T사는 노동자가 퇴직 시 작업복과 안전화 등 지급품을 일괄 반납하지 않으면 임금에서 자동공제하기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전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는 '전액불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포토 스튜디오에서 1년 8개월 동안 일하다 지난해 10월 퇴직한 C(21·여) 씨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 대표 Y 씨는 "퇴직금은 이미 재직 기간 중 임금에 포함해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한 C 씨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하자, 회사 대표는 '근무기간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며 진정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근로계약도 임금체불의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 시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이 당연히 예정돼 있는 경우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매월 일정액의 제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서 상 약정한 근로시간보다 초과 근무를 시키지만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고용주도 적지 않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이대우 수석부지부장의 휴대폰은 요즘 쉴 새 없이 울린다. 외부 활동이 많아 체불 상담 전화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착신 전환한 탓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