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564번, 564번, 564번”
사흘간의 폐쇄 후유증을 딛고 재가동된 제주공항은 항공권을 구하기 위한 수천명의 행렬이 대합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각 항공사들이 모여 있는 3층 대합실은 표를 구하기 위해 제주공항에 몰린 5천여 인파의 줄서기 경쟁 속에 어느 줄이 어느 항공사줄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얽히고 설켜있다.
발권카운터에 근접할수록 사람간 밀집도가 높아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여서 이 곳을 뚫고 지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시 항공편이 대형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비용항공사쪽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탑승권도 아닌 대기항공권 예약을 위해 2중3중 선 줄 속에서 혹시나 자신의 순서를 놓칠 새라 시각과 청각은 항공사 직원의 손바닥만한 스피커에 집중해야 한다.
"자, 번호대기표 딱 세 번 외칩니다. 563번, 563번, 563번. 없습니다. 다음 564번, 564번, 564번"
순식간에 자신의 순서를 놓친 체류객이 항의를 해보지만 가차없는 항공사 직원의 제재에 이내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24일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가 공항에서 체류한 이연선씨(51.서울시)는 "오전부터 줄을 선 게 벌써 3시간째"라며 "정말 집에 돌아갈 수는 있는 건지 너무 지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와중에 탑승권을 받아들며 재빠르게 행렬을 헤치며 빠져나온 한 승객은 함박웃음속에 "집에 가자, 집에"라며 복권에라도 당첨된 듯한 모습이다.
제주공항 안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공항체류객은 25일 밤샘 운항속에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모습은 크게 변한 게 없다.
공항내 기관들이 운집해 있는 복도 등은 깔개와 이불로 추위를 막고 잠을 청하거나 휴대폰을 응시하는 체류객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장시간 기다림에 지친 탓인지 초점을 잃고 멍하니 앞만 보고 있는 어르신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제주관광공사 직원들이 빵과 생수를 나눠주는 간이식대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릴 것 없이 여전히 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