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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차벽 줄다리기, 컨트롤타워로 끝내자



사건/사고

    밧줄-차벽 줄다리기, 컨트롤타워로 끝내자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키려는 참가자들의 물리적 저항과 시민불편 해소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는 대규모 경찰력 동원. 대규모 집회 때마다 크고 작은 충돌은 반복되고 집회 주체나 경찰은 서로를 겨냥해 '과잉 살인진압' '불법 폭력시위'라는 네탓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두 개의 법익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지를 돌아보는 '네탓 공방 시위·진압 문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3부작 연속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순서
    ①'화염병'은 어떻게 시위 현장에서 퇴출되었나?
    ②대규모 집회, 또 청와대 진격입니까?
    ③밧줄-차벽 줄다리기, 컨트롤 타워로 끝내자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중총궐기 집회.

    집회 주최 측은 경찰의 차벽을 끌어당길 밧줄을 준비했고 일부에선 쇠파이프가 등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응해 물대포 18만ℓ와 캡사이신 650ℓ를 사용하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여기에 5일 예정된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경찰이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주최 측은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서울 하늘에는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 진압 과정에서 농민 사망…9년 전 그들의 선택은?

    지난 2005년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 때도 시위대와 경찰 사이 격한 충돌이 있었고 두 농민이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진압봉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고 사고의 책임을 진 경찰청장은 사퇴했다.

    그리고 이듬해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대책은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이하 민관공동위)' 구성이었다.

    국무총리와 함세웅 신부(민주주의국민행동 상임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관련 부처 장관과 경찰청장, 각계 대표 등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정부와 집회 주최 측을 연결하는 가교가 되었다.

    당시 경찰 전·의경 어머니회 추천으로 위원회에 참여했던 김유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인 자리에서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정부에 조언했다"며 "의결권은 없었으나 자문기관으로서 여러 의견을 전달했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보관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소통하던 경찰 등 정부기관과 집회 주최 측은 공개적인 협상 창구를 갖게 됐다.

    자문위원을 맡았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임있는 협상은 위원회가 대중의 관심을 받아 공개적으로 운영될 때 가능한 것"이라며 "잘 이어갔다면, 과잉진압과 폭력시위는 사라졌을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 끝내 소멸된 '컨트롤타워'…'비대칭 줄다리기' 지적도

    민관공동위는 2008년 들어선 이명박정부가 계승하지 않으면서 결국 자취를 감췄다.

    학계 대표로 위원회에 참여한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화가 안 된다며 '행동'하겠다는 위원들이 있었다"며 "일부 위원들이 회의에 나오지 않자 세미나라도 열어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 측에 편향된 위원회의 구성이 결국 '예고된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민계 추천으로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박진도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위원회는 정부가 주도했지만 경찰은 상당히 소극적으로 나왔다"며 "회의가 열려도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시위를 막을 수 있을지에만 골몰했다"고 털어놨다.

    박 교수는 또 "위원회가 만들어진 배경은 경찰의 과잉 진압에 농민이 맞아 죽은 일이었고,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참여했다"고 말하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평화 시위'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시위에 참석하는 것밖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절실한 사람들이 위원회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유명하다고, 또는 유신 때 데모 좀 했다는 인사들이 이름을 올린 건 어색한 일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2015년 새로운 '협의체' 가능할까?

    이번에는 불교 조계종의 화쟁위원회가 정부와 경찰, 노동계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쫓겨 조계사에 은신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중재 요청을 수용한 것.

    하지만 경찰이 "범법자의 요구를 받아 대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이와 관련해 화쟁위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일축해 논의가 무산된 상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시위가 자주 발생하는 경찰서는 '집회·시위자문위원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은 유명무실하다.

    민중총궐기가 열린 광화문광장을 관내에 둔 서울 종로경찰서의 경우 7명의 자문위원을 두고 있으면서도 정기 회의조차 열지 않고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집회상황 관리하기에도 바쁜데 회의 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집회 참가자의 갈등의 골을 좁히기 위해 이러한 협의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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