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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등에 업은 교학사 교과서…교실에선 '짐짝' 취급



교육

    박근혜 등에 업은 교학사 교과서…교실에선 '짐짝' 취급

    교학사 채택 대부분 사실상 외면… 학생들은 "쓰레기 교과서"

    2014년 개정된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사진=교학사 홈페이지 캡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20여곳의 학교는 특정 집단의 인신공격, 협박 등 집요한 외압 앞에 결국 선택을 철회했다. …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3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면서 한 말이다.

    교학사 교과서만이 정상적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인식을 대변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에서조차 해당 교재는 '정상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실 내 교학사 교과서 장악력이 매우 미미해 수업에서 사실상 외면받고 있고, 학생들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었다.

    ◇ 집에 두고 다녀도 신경쓰지 않는 교과서… 그림·사진 참조할 때만 사용해

    안산공업고등학교의 경우 교학사 교과서는 역사교과서라기보다 사회과부도 노릇을 하고 있다.

    안산공고 2학년 박모양은 "인쇄물이나 공책을 가져왔는지 검사하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집에 두고 다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라며 "가끔 사진이나 지도를 볼 때만 사용할 뿐,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 경상여고와 부산 부성고에서도 교과서 대신 교사가 준비한 인쇄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상여고 3학년 권모양은 "3학년은 법문사 교과서로 수업했는데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며 "교학사 교과서로 바꾼 뒤부터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상여고 1학년 김모 양은 "교과서 대신 시중의 일반 문제집이나 자습서의 개념 정리부분을 복사해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교과서는 컬러 인쇄된 그림이나 사진을 참조할 때에나 사용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2개 이상의 교과서를 복수 채택한 학교에서도 유독 교학사 교과서만 외면받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의 한민고등학교는 미래엔 교과서와 교학서 교과서를 병행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수업은 대부분 미래엔 교과서로 진행하고 있다.

    한민고의 한 남학생은 "친일이나 제국주의 관련해서 교학사 교과서의 표현을 미래엔 교과서와 비교하며 수업하고 있다"면서 "교학사 교과서는 표현이 다른 서술 참고용이고 거의 미래엔 교과서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평소 비상교육 교과서로 수업하고, 지난해 채택한 교학사 교과서는 근현대사 '검증 교재'로만 활용한다.

    이윤정 디지텍고 교감은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 두 교과서 내용을 대조해 학생들의 찬반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업한다"며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를 교비로 구매해 학생에게 배부했지만, 올해는 추가 구매하지 않고 구매해둔 교과서를 학교에 비치했다가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후배가 쓰지 않았으면 하는 '쓰레기 교과서'"… 일선 교사들도 '곤란'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자료사진

     

    교학사 교과서를 직접 접해본 학생들에게 교학사 교과서는 보기 불편한 존재로 전락해 있었다.

    디지텍고 2학년 성모군은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일제시대 부분에서 일본 덕분에 우리 나라가 잘 살게 됐다는 뉘앙스가 있어서 보기 불편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김모군은 "교학사 교과서 최초버전을 접하고 '쓰레기 교과서'라고 생각했다"며 "교정된 책도 편향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쓸 수 없을 것 같다, 후배들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안산공고 2학년 박모군은 "우리나라 역사를 친일 논란 속에 배우니 문제가 있다"며 "문제가 있으니 데모까지 하는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부성고 3학년 윤모양은 "논란을 많이 빚은 교과서라는 건 알고 있다"며 "선생님들도 수업 중에 문제있는 교과서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수업 현장에서 교학사 교과서가 외면받는 배경에 대해 위 학교 중 한 곳의 관계자는 "보수 성향의 교장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도입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평교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부교재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RELNEWS:right}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재혁 대변인은 "전교조 등의 개입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독재정권을 비판하지 않고 기초 사실마저 틀린 교학사 교과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며 "이는 앞으로 나올 국정교과서의 미래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교학사 교과서 필진이 주축을 이뤄 제작할 것으로 보이는 국정교과서 역시 현장에서 외면당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학사 교과서…교실에선 짐짝 취급' 관련 반론]
    지난 11월 17일자 사회면 "박근혜 등에 업은 교학사 교과서…교실에선 짐짝 취급" 제하의 기사에서 '2개 이상의 교과서를 복수 채택한 서울디지텍고등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가 외면받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균형잡힌 역사 교육을 위해 학교가 자체적으로 선택했으며, 교학사 교과서를 교실에 비치하고 잘 활용하고 있고 대다수의 학생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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