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문을 닫은 뒤 관·학 협력의 인력양성 시설로 사용 중인 다대자원에너지센터.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부산시가 시설 노후화를 이유로 문을 닫은 사하구 옛 소각장 부지에 관광호텔을 세우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2년 넘게 부지 활용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사하구는 해당 부지에 관·학 협력 사업을 유치하는 엉뚱한 결정을 내리면서 시와 구가 행정에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 인접한 폐기물 소각시설 '다대자원에너지센터' 부지.
소각시설 넓이만 9천㎡에 공원과 주민 편의시설을 포함한 전체 면적은 1만1천㎡에 달하는 넓은 땅이다.
부산시는 지난 2013년 7월 건물 노후화를 이유로 시설을 폐쇄한 뒤 호텔 등 관광 인프라 사업을 유치할 계획을 밝혔다.
올해 다대포 해수욕장의 누적 방문객이 4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사하구를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호텔 하나 없어 관광 사업 확장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을 반영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해당 시설이 가동을 멈춘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호텔 유치 계획은 커녕 부지 사용 방향조차도 제대로 확정하지 않아 사업 추진 의지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그 동안 해당 부지는 부산시 자원순환과에서 회계재산담당관실, 관광마이스산업과로 관리 주체가 바뀌었다가 결국 사하구의 요청에 무상으로 임대됐다.
사하구는 부산시로부터 부지를 대여한 뒤 한국해양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2016년까지 해당 부지를 대학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옛 소각장 건물 일부에는 해양대학교와 사하구가 지역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보트제작교육연구센터'가 입주해 연 60여 명의 인력을 보트 제작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일 부산시가 해당 부지를 다시 거둬들여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해당 시설은 사실상 쫓겨나는 모양새일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부지 활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은 사하구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부지를 한시적으로 사용하면서도 향후 부지 개발에 대비한 보트제작시설 이전 계획이나 대체 부지 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사하구의 한 관계자는 "해양대와 협약서 내용을 보면 부지가 다른 용도로 사용 될 경우 언제든지 땅을 비우도록 약속되어 있다"라며 "보트제작시설 자체가 이전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아 시의 부지 사용 방안이 결정 난 뒤 옮겨도 큰 무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사하구는 오히려 시로부터 이렇다 할 사업계획이나 진척 상황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사하구 관계자는 "시에 수차례 사업 추진 상황을 문의했으나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라며 "부지 개발 자체가 구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중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사하구의 관광 산업 확대 추세를 볼 때 관광호텔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방침은 분명하다"라며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임대 기간 부지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사하구의 소관"이라며 "사하구 또한 관광 호텔을 유치하는 데 찬성한 만큼 부지 활용을 놓고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