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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악연으로 뭉친 그들, 1년 간 내공 쌓였다

    세월호 가족들의 투쟁, 왜 치열한가?

    다음주면 세월호 1주기다. 세월호 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잘못 만들어졌다며 지난주부터 다시 거리로 나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만 좀 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우리는 세월호 가족들의 처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3월 2일부터 지난주까지 안산에 체류하며 20명의 세월호 유족을 어렵게 심층 인터뷰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 152명을 대상으로 건강 및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월호 가족들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2주간에 걸쳐 독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아직까지 저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1년, 유가족들도 침몰 중
    ▶ 악연으로 뭉친 그들, 1년간 내공 쌓였다
    ▶ [세월호 육성] 대리기사에서 투사로 변신한 아빠

    안산 거리에 나붙은 세월호 가족의 걸개 글씨 (사진=권민철 기자)

     

    416가족협의회가 둥지를 튼 안산 경기도미술관 건물 안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회의가 열린다.

    분과회의, 확대분과회의, 운영위원회, 확대운영위원회, 가족보고회, 가족총회, 반별 모임, 정책간담회, 각종 TF회의로 쉴새 없이 돌아간다.

    지난달 12일에도 가족협의회 5개 분과 가운데 하나인 심리생계지원분과의 유관기관 회의가 열렸다.

    가족들의 심리치료, 생계문제와 관련된 경과를 공유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최경덕 분과장의 설명이다.

    "점점 잠복하시고 잠수를 타시는 가족 분들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일 년 동안 싸웠잖아요. 그게 계속 누르기만 하니까 사람들이 질린 거예요… 심리생계지원분과가 그런 일을 하는 거거든요. 위험군을 찾고 어떻게 덜 아프게 할 건지. 뭐 그런 것들 하는 거죠."

    이렇게 세월호 참사 후속 문제를 다루는 가족협의회의 각종 회의는 대부분 세월호 가족 주도로 진행된다.

    진실규명과 피해자회복 등을 위한 가족들의 '일'이자 '싸움'인 것이다.

    이렇게 세월호 가족들이 가족대책위원회를 거쳐 사단법인 4.16 가족협의회로 조직화하며 사후 처리의 중심에 선 것은 자신들 외에는 어느 누구도 자기 일처럼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여러 차례의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재난의 재발방지나 피해자 관리와 관련한 아무런 경험이 남아있지 않은 답답한 현실이 이들을 행동하게 만들었다.

    전명선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은 국내 여러 대형 재난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피해자들이 안보여요. 지역 주민들한테 다가서지 못하고 그들과 갈등을 겪은 뒤에는 결국에는 사회활동조차 제대로 못하고 숨었던 거죠.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안산시와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세월호 가족들을 보는 주변의 평가는 한마디로 대단하다는 것이다.

    안산시 의회 전준호 의원의 평가다.

    "과거의 양태를 보면 대형 재난이 터지면 피해자들이 피해보상을 먼저 들고 나왔던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달랐어요. 실종자 수습, 사고 원인규명, 유사 재난 없는 안전한 사회 건설 방안, 피해 치유 등 대의명분을 갖춘 의제들을 가지고 국가를 상대로 요구한 거죠."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달리 세월호 가족들은 '참사이후'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방향과 길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제가 관찰자 입장에서 봐도 대형 참사를 겪고 경황이 없을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일을 풀어가고 일관성 있게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들은 상당히 성숙돼 있다고 판단해요. 그 과정에 소위 말하면 내공도 쌓였다고 저는 평가하는 거에요."

    가족협의회 구심점은 희생된 단원고생 부모들의 반별 모임이다.

    죽은 아이들이 생전에 같은 반에서 동고동락한 것처럼 이제는 그들의 부모들이 아이 반을 물려받아 그 속에 소속된 채 공통 목적을 가지고 동고동락하고 있는 것이다.

    온마음센터 최미정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어떤 아버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사실 이 아빠들이랑 나는 악연 아니냐고. 볼 수록 (죽은 가족이) 서로 생각나고 그럴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악연이지만 가족들끼리 인연이 또 소중한 인연이고 감사한 인연이라고. 내가 슬프면 저 사람도 슬프고 서로 그렇게 의지가 되면서 그런 얘기를 하시는 게 말 그대로 악연이라서 나쁘다 그런 게 아니라 악연인 만큼 더 신경 써서 보듬어 주려고 하는 그런 게 있더라구요."

    이들은 그 동안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자신들을 부르는 어느 곳이건 달려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강연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등을 줄기차게 벌여오고 있다.

    2학년 3반 유혜원 양의 아버지 유영민씨의 얘기다.

    "근데 제가 긴 인생 안 살면서 느낀 거는 결코 진실은 감출 수 없다는 거 저는 믿습니다. 진실은 꼭 밝혀 질거라 믿어요.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게 진실인겁니다. 우리가 죽기 전에는 진실이 나온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책임자 처벌해야겠지만 책임자 처벌에 앞서서 진실규명이 먼저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 하는 말로 내가 죽어서 우리 애들한테 가서 할 말 있는 거예요. 너희들이 왜 죽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눈감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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