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 후 첫 출근일인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이 종합운동장행 급행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노선을 연장하고 맞는 첫 월요일인 30일, 9호선 염창역 승강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아침 6시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승강장은 7시를 넘기자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여기가 급행 맞아요?", "뛰지 마세요. 천천히 가도 다 탈 수 있어요"
행여 늦을까 열차를 타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시민들과 이를 말리느라 분주한 역무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고, 열차가 들어온다는 신호음이 울릴 때마다 사람들의 발길은 더욱 바빠졌다.
푸른 조끼를 입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여의도행 무료 버스 타세요"라고 외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아침 8시가 되자 9호선의 이용승객 수가 극에 달해서 어느 한구석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출근전쟁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예고됐지만, 막상 승객들로 가득 찬 플랫폼에 들어선 시민들은 크게 당황한 표정이었다.
회사원 이아르미(24) 씨는 "이른 아침에는 줄 서서 탈 일이 없는데, 오늘은 사람도 많고 앉을 자리도 없다"며 "급행은 물론, 일반 열차도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워낙 승객이 많다 보니 기다리던 열차에 들어갈 수 없어 2, 3대씩 떠나보내기 일쑤.
목이 빠지게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승강장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염창동에 사는 대학생 이모(21)씨는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급행을 그냥 보냈다"며 "다음 열차라도 타면 지각은 면할 것 같은데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비슷한 시각, 종합운동장역에는 지옥철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출근전쟁을 벌이고 난 패잔병의 모습으로 도착하기 시작했다.
강서구 등촌동에서 온 박창덕(75)씨는 "앞으로 타고 다닐 시간대를 짐작하기 위해 오늘은 서둘러 나왔다"며 "9호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평소보다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터질 듯 승객을 가득 실은 열차에서 쏟아져내린 시민들은 당장 이날 퇴근길부터 걱정이다.
인천에서 출발했다는 회사원 유재영(37)씨는 "서둘러 나왔는데도 워낙 전철 차량 수가 적다 보니 사람이 많았다"며 "김포공항부터 다들 서서 왔는데, 퇴근 시간에는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아파트 밀집지구인 강서 지역과 회사들이 몰려 있는 강남지역을 잇는 데다, 당산역이나 여의도역 고속터미널역 등 유동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역을 거치는 노선이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수요 조사에서 승객 수를 잘못 예측한 바람에 출퇴근 시간마다 열차는 북새통을 이뤄왔다.
특히 노선 연장 전부터 출근 시간대의 염창역-여의도역 구간을 달리는 급행구간 혼잡도는 무려 240%에 육박해 전국 지하철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구간으로 꼽혀왔다.
혼잡도가 200%를 넘는다는 것은 이들 구간에서 정원의 두 배 많은 승객이 급행열차에 몰렸다는 뜻으로 안전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선이 연장돼 더 많은 승객들이 9호선을 이용하게 되면서 혼잡도는 훨씬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아침 박원순 서울시장은 9호선 주요 역을 돌며 현장 상황을 살폈고, 서울시 직원들과 소방서 구급요원들이 혼잡도가 높은 역에 집중 배치돼 시민들을 안내했다.
또 서울시는 가양역과 여의도역을 잇는 노선버스를 출근 시간대에 무료로 운행하며 출근 시민 분산에 나섰다.{RELNEWS:right}
이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가양역, 염창역을 거쳐 여의도까지 구간의 경우 출근 전용 직행버스도 새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출근자 20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셔틀버스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급행열차를 타기만 하면 10여 분 만에 도착할 거리를 여의도행 버스를 타면 30분 넘게 걸리니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콩나물시루 같은 급행열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열차 증차 역시 서울시와 기획재정부의 책임 넘기기로 예산 편성에 실패하는 바람에, 이날과 같은 혼란은 앞으로 1년여 넘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