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들은 경기부진의 먹구름이 길게 드리워질 것으로 보고 올 들어 설비투자를 1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분기보고서 제출기업 254개사의 3분기 누적 설비투자와 R&D 투자 규모를 조사한 결과 총 91조 8,5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조 5,000억 원에 비해 5.8%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투자액의 71.2%를 차지하는 설비투자의 경우 65조 3,7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 감소했다.
반면 R&D 투자액은 26조 4,800억 원으로 작년보다 5.9% 늘었다.
특히 29개 그룹 중 설비투자를 늘린 곳은 10곳에 그쳤지만 R&D 투자를 늘린 곳은 18곳이나 돼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R&D 투자에는 적극 나서고 있음을 반영했다.
이중 삼성그룹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3조 3,700억 원을 투자했다.
R&D 투자는 13조 9,800억 원으로 4.8% 늘었지만 설비투자는 19조 4,000억 원으로 16.9% 줄어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9.0% 감소했다.
삼성의 설비투자가 급감한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라인 증설 및 성능개선에 사용된 투자액이 5조 8,500억 원에서 3조 3,000억 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CEO 스코어는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투자액을 줄여 작년보다 5% 감소한 9조 1,400억 원을 1∼3분기에 투자했으며 설비투자는 6조 3,500억 원으로 10.5% 줄였지만 R&D 투자는 2조 7,900억 원으로 9.1% 늘렸다.
◈ SK, LG그룹 공격적으로 투자 늘리고, 포스코는 절반 줄이고 대조
반면 SK, LG그룹은 나란히 투자를 늘렸다.
특히 SK의 투자액은 12조 9,200억 원으로 작년보다 21.1%나 증가했고 설비 및 R&D 투자 모두 21.5%, 18.2%나 늘었다.
SK하이닉스가 신제품 생산 장비를 교체하고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1조 7,600억 원 가량 투자를 늘렸다.
SK텔레콤, SK인천석유화학, SK가스 등도 3,000억∼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LG도 작년보다 0.6% 소폭 늘어난 12조 1,600억 원을 투자했지만 R&D 투자는 3.2% 늘리고 설비투자는 1.2% 줄였다.
이들 4대 그룹 투자액은 총 67조 5,900억 원으로 2.2% 줄어들어 극심한 경기부진을 반증했다.
하지만 4대 그룹을 제외한 30대 그룹의 투자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커 1∼3분기 투자액은 24조 2,6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4.7%나 줄었다.
그 결과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8%에서 73.6%로 2.8%포인트 높아졌다.
포스코그룹은 투자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고 특히 설비투자를 49.6% 줄인 결과 전체 투자액이 3조 7,200억 원으로 44.2%나 감소했다.
CJ와 한진그룹의 투자액도 각각 37.2%, 37.0% 줄었다.
한편,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25조 8,900억 원을 투자해 압도적이었으며 삼성전자의 투자액은 삼성그룹 전체의 77.6%, 30대 그룹 전체의 28.2%에 달하는 큰 규모이며 4대그룹 이외 그룹의 전체 투자액(24조 2,600억 원)보다도 1조 6,000억 원 이상 많다.
이어 SK하이닉스 4조 9,700억 원, LG전자 4조 3,400억 원, 현대차 3조 9,000억 원, LG디스플레이 3조 6,60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 3조 3,200억 원, 포스코 3조 3,000억 원, KT 2조 7,100억 원, SK텔레콤 2조 4,300억 원, 기아차 1조 7,300억 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