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4일 동아제약의 회사 분할 계획을 반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의결권 강화 움직임을 다시 한번 가시화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조치라며 환영했지만, 의결권 행사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반응이 엇갈렸다.
국민연금이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분할 계획을 반대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동아제약의 분할계획이 장기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과 핵심사업 부문의 비상장화로 인한 주주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주주 가치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동아제약이 박카스 등 핵심 사업을 비상장화해 대주주 2세에게 편법승계 하려한다는 비판적 여론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경제민주화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통해 기업에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살펴보면 2008년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반대를 행사한 것은 비율은 5.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 반대권 행사가 17%로 급증했다.
지난해 반대권 행사는 정관변경에 관한 것이 291건(66.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사 및 감사 선임에 대해서도 123건(28.2%) 제동을 걸었다.
이같은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추세에 대해서 시민단체에서는 환영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국민의 재산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국민연금이 적절한 의결권 행사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며 "국민연금은 경제민주화 흐름에 맞춰 앞으로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역임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공공영역의 자금으로 의결권을 지나치게 행사하게 되면 기업의 경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의 구성원 대부분이 장차관 등 정부측 인사들로 돼 있어 의결권 행사를 사실상 정부가 주무르는 구조인 만큼 관치 경영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용하 교수는 "누가봐도 부도덕한 기업 경영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맞지만 애매한 상황에서는 안하는 것이 낫다. 최소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에서 의결권을 언제, 어느 범위까지 행사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BestNocut_R]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칼자루 속에 든 칼이다. 존재 자체로 견제가 되지만, 실제로 휘둘렀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언제 행사할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좁게는 주주총회에서 찬대, 반성을 하는 것부터 넓게는 기업 투자철회에 이르기까지 의결권 행사 방식은 다양하다"면서 "국민연금이 기업에서 워낙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