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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불법중국어선 단속 24시



사건/사고

    목숨 건 불법중국어선 단속 24시

    베테랑 해경이 밝힌 "목숨 건 단속"의 현장
    손도끼가 날아다니는 현장에서 목숨 거는 대원들
    "얻어맞아 기절한 동료를 바다에 던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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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불법 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청호 경장의 빈소에는 동료의 마지막 길을 위로하려는 인천 해양경찰서 소속 경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경장의 사망소식을 계기로 중국 불법조업어선을 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해양경찰들의 고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인천에 근무하면서 6년여의 중국 불법조업어선 단속 경력을 쌓은 '베테랑' 해경, 인천 해양경찰서 경비구난계 심정선(45) 경사.

    심정선 경사는 1996년 속초에서 해양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2002년 인천으로 발령받은 뒤 본격적으로 중국불법조업어선 단속 임무를 맡았다.

    ◈ 손도끼가 날아다니는 현장에서 목숨 걸지만…이 경장 죽음에 눈물

    "수 십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죠" 심 경사는 중국어선과 여러번 맞붙는 과정에서 심각한 충돌도 여러번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한번은 중국배에 단속을 위해 올라갔는데 다른 중국어선에서 20명 정도가 건너와 싸움으로 번졌어요. 얼굴이 함몰되고 얻어맞아 기절을 한 뒤 바다로 던져진 동료들도 있었어요. 그런 충격은 정말 평생 가죠"

    심 경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이 갈수록 중국어선들의 횡포가 심해지고 흉포화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어선들이 우리 해경에 던질 수 있는 돌이나 납을 준비해 둡니다. (해경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쇠창살을 배에 박고 쇠철망을 두르죠. 단정이 배 옆으로 접근하면 쇠파이프와 손도끼로 해경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해양경찰들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총기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충돌상황에서 공포탄을 쏘거나 경고사격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고, 총을 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외교적인 문제로 불거져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극렬히 저항하는 중국선원들을 겨우 붙잡더라도 사실상 벌금만 내면 쉽게 나갈 수 있다는 점은 단속에 나서는 해양경찰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나포를 했는데, 5000만원이든, 7000만원이든 돈을 내고 몇시간 뒤 풀려나 또 다시 불법조업을 하다 잡히는 경우가 많아요. 과거에는 한달에 두번 잡힌 선원도 있었어요"

    같은 경찰서 소속인 이 경장의 죽음 얘기를 꺼내자, 심 경사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될 것 같습니다"

    ◈ 3교대 아니라 사실상 2교대…가족 얼굴 볼 시간도 없어

    중국 불법조업어선을 단속하는 해양경찰 함정은 대형, 중형급 함정이다. 대형 함정에 탄 대원들은 7박 8일, 중형 함정에 탄 대원들은 4박 5일의 긴 시간을 바다 위에서 보낸 뒤에 육지로 돌아온다.

    원칙은 3교대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도 대형함정을 인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실상 2교대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함정 수리나 비상상황 으로 피치못하게 인력이 빠지는 상황이 생기면 남은 인원만이 바다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푹 쉬고 싶지만 당직에 걸리거나 오늘처럼 상황이 생기면 휴무일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쉴 수도 없다"고 심 경사는 말했다.

    중국어선 단속업무 중에도 마찬가지다. 고립된 바다 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도 힘들지만 배를 단속하는 업무는 단순히 바다에 나가 적발한 뒤 끌고 오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중국 불법조업어선 단속뿐 아니라 다른 업무량도 많다보니 업무량에 비해 인원과 장비는 항상 모자란다.

    "바다가 국토의 4~5배나 되는데 적은 인력으로 국내 어선을 단속하거나 어류 보호, 해상 교통, 응급환자 후송, 어선사고 관리 등의 업무를 모두 도맡아 해야 합니다. 인력과 장비가 보강돼야 합니다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 경사는 물론 동료 해경들도 몸이 축나기 일쑤다.

    "저도 몇개월씩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을 정도로 허리가 안 좋아졌어요. 동료들 중에는 스트레스와 건강 상의 이유로 3~4년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생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 제복을 입고 있는 동안은 영원한 '해경'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심 경사는 내년에 다시 함정을 타고 불법조업어선을 단속하는 업무에 지원했다.

    10여년 가까이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 경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누고픈 마음에서다.

    "지난 2월 단속 업무를 그만두고 나서 1년여만에 다시 바다로 돌아가게 됐죠. 제복을 입고 있는 이상은 이건 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은 이런 심 경사를 걱정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한다.

    "아내는 제가 올해 육지 근무를 할 때 정말 좋아했어요. 아이들은 해경특공대 체험캠프도 보내달라고 하고, 아빠가 해양경찰이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합니다." [BestNocut_R]

    심 경사는 마지막으로 가장 원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선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해경을 위해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씽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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