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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재래식 공동화장실이라니… “이게 사람이 사는 겁니까”

아직도 재래식 공동화장실이라니… “이게 사람이 사는 겁니까”

‘도심속 달동네’ 동구 불로동 15번지 가보니…
밤이면 가로등 하나없는 암흑천지 변모
동구청 “도로 없어 재개발 계속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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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로를 중심으로 광주의 대표적 시내권에 속하는 광주 동구 불로동에는 각양각색의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화려한 불빛의 모텔과 고층 건물들도 들어서 있다. 하지만 그 뒤편으로 몇 발짝만 내딛으면 충장로의 화려함과 대조되는 최하급의 주거공간인 ‘도심속 달동네’가 존재한다.

“시내 한복판에 이런 달동네가 존재하는 것은 광주의 수치입니다”. 지난 5일 밤 8시께 광주 동구 불로동 15번지 일대. 삐걱대는 쪽대문을 밀고 들어가자 내부는 암흑처럼 컴컴했다.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디 좁은 쪽방 골목길을 따라가니 여관방 마냥 방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슬레이트 지붕과 수십년이 돼 보이는 시멘트 벽면, 굳게 닫힌 문들은 밖의 화려한 도심과 달리 마치 ‘도심속 섬’을 보는 듯 했다. 골목길 끝엔 옛날식 철제문이 달린 화장실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공중화장실’이 아니다. 집에 화장실이 없는 주민들이 함께 쓰는 ‘재래식 공동화장실’이다.

한참을 부르자 빼꼼 문을 연 주민 A(49)씨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만 살았다”며 “집에 화장실이 없는 주민들이 함께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광주시의 외곽지역은 날로 발전시키면서 시내 한복판에 이런 달동네가 존재하는 것은 광주시의 수치이다”며 “반세기에 걸친 주민들의 고통을 알아달라. 하루 속히 주거환경 개선을 해달라”고 말했다.

동구청에 따르면 이곳 일대는 중심상업지역으로 50여년 전부터 20-30여 가구가 모여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심공동화 및 열악한 환경 탓에 10가구도 채 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입주민이 갈 곳이 없거나 생계대책이 막막한 노인층이어서 집안 환경은 더 열악하다. 특히 도로환경 등이 열악해 재개발 및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 배제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레스토랑 관계자는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면 도심 속 섬처럼 이상할 때가 많다”며 “한 할머니는 연탄을 쓰고 있었다. 건물들이 노후됐기 때문에 환경 개선사업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건축과에서 건축물 짓는데 그쪽에 집을 짓다보면 진입로 등 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집들만 붙어 있다 보니 재개발 및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2020 광주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 계획에 따르면 현재 주거환경개선사업 및 주택재개발 사업 등이 추진되는 곳은 동구가 34곳으로 가장 많고 남구 28곳, 서구 23곳, 광산 20곳, 북구 18곳 등이다.

광주 매일신문 오경은 기자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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