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또 옆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등의 모습도 담겨 있다. (광주CBS 조기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작품 전시 유보 사태와 관련해 홍성담 화백이 ‘세월오월’ 작품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성담 화백은 24일 오후 광주비엔날레에서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와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동료 화가들과 논의한 끝에 논란이 됐던 세월오월 작품을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 화백은 ‘세월오월’ 작품의 자진 철회 결정과 관련해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서로 떠넘기는 등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없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작품인 '세월오월' 전시 유보와 관련해 광주비엔날레 이용우 대표이사와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 홍성담 화백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광주CBS 조기선 기자)
홍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과거에는 독재권력에게, 오늘은 시민운동가를 자처하는 지자체 권력에게 유배의 길을 권유받고 있다"며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인 윤장현 광주시장이 전시 결정을 비엔날레재단에 떠넘긴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화백은 또 “작품 전시를 하지 않기로 한 만큼 작품을 반환해 줄 것과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의 복귀를 통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정상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는 “홍 작가의 세월오월 자진 철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책임 큐레이터 직무로 복귀해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특별전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큐레이터는 또 “이미 자신의 작품을 철거했던 작가들과 또 작품 철거를 예고했던 작가들 역시 대승적 입장에서 재고를 요청하겠다”면서 "이번 세월오월 사태가 예술적 담론의 생산적 계기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이용우 대표이사도 “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지만 홍 작가가 작품 전시 철회 결정을 한만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작품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또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는 사퇴의사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사퇴서를 제출한 적은 없다”며 “윤 큐레이터가 복귀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정상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홍성담 화백이 논란이 됐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작품인 ‘세월오월’을 자진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광주시가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작품 검열을 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