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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피아' 목에 '방울'을 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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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기획 - 썩어가는 공직사회, 이제 칼을 들어라⑤]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계속 바뀌는 구조상황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사회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공무원과 산하단체, 이익단체, 사기업 사이에 얽히고설킨 유착 관계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의 발단이 됐고 촉각을 다투는 구조 현장에서조차 공직사회의 부처이기주의와 제 밥그릇 챙기기, 복지부동이 여실히 드러났다. 썩어가는 공직사회의 민낯을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공직사회를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CBS 노컷뉴스는 6차례에 걸쳐 공직사회 개혁의 필요성과 그 방향을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사회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과 공공기관장 자리에 있는 전직 관료들이 유착관계를 형성해 선박 안전을 소홀히 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이들 ‘해피아’를 비롯해 ‘관피아’에게 공직사회를 스스로 뜯어 고쳐달라고 주문할 수는 없는 노릇. 관료 개혁이 역대 정권마다 번번이 실패한 것도 관료들의 저항 탓이었다.

    결국 관료를 견제하는 정치의 영역, 즉 국회의 역할이 주목을 받는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관료개혁을 맡긴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매한가지”라며 “관료 마피아에 대한 개혁은 본질적으로 정치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이후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직무 수행을 막는 일명 ‘김영란법’은 국회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관련 법 심의에 착수했다. 정부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거의 9개월 만이다.

    이 같은 제재에 앞서 전직 관료가 사실상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부적절한 접촉을 막기 위한 법안도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법안을 발의한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보통 유착은 은밀한 만남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퇴직자와의 모든 접촉을 신고하게 하면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전관예우나 민관유착을 예방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퇴직 공무원들의 산하단체 재취업을 보다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퇴직 관료의 유관기관 취업을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됐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재취업 심사를 받은 퇴직 공직자 807명 가운데 ‘취업 불가’ 결정을 받은 건 56건에 불과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아흐레째인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청 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찾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이주영 해수부장관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게다가 공무원 재직 시절 맡았던 업무 관련 협회라도 정부의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경우에는 취업에 제한이 없다. 변호사ㆍ세무사 자격증을 가진 판ㆍ검사나 국세청 출신들이 로펌과 세무 법인에 취업하는 것도 예외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업무 관련성을 따지는 범위도 ‘해당 과’로 국한돼 같은 국 소속이라도 과만 다르면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공직 유관단체의 범위를 넓혀 취업 제한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퇴직 후 취업 이력을 10년 간 공개하는 내용의 공직윤리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하되, 투명한 감시를 통해 유착과 비리가 끼어들 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제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명하게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고양이의 움직임 자체를 규제하지 않지만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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