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
제주 4.3 당시 최대 학살터로 증언된 제주국제공항(옛 정뜨르비행장) 남북활주로 인근에서 4.3 희생자 유해가 대량 발굴됐다.
제주 4.3연구소와 제주대로 구성된 제주 4.3희생자 유해 발굴팀은 12일 제주국제공항 4.3희생자 유해발굴 현장설명회를 갖고 지난 8월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이뤄진 발굴 성과를 공개했다.
유해 발굴팀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 끝에서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예비검속자들을 집단학살한 뒤 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 부분유해 141점과 탄두와 탄피 등 19점의 유류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BestNocut_L]그러나 발굴된 유해들은 1972년과 1982년 등 공항확장 공사 과정와 1990년 중반 공항내 군수비축자재 구덩이를 파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훼손 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지표로부터 3.5m깊이로 파들어간 발굴현장 유해는 대부분 부분유해에 그쳤다.
희생자 유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제주국제공항 발굴터는 1949년 제2차 군법회의 사형수 249명과 1950년 8월 한국전쟁 직후 예비검속자를 집단학살한 뒤 매장된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이들 희생자는 대부분 형식적인 재판을 받았거나 재판 절차도 없이 끌려온 500~700여명 정도가 희생됐다는 것이 증언자들의 일괄된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군과 경찰로부터 관련자료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발굴현장을 둘러본 유족 신수용(74) 씨는 "당시 아버지가 부산으로 출장가는 사이에 어머니가 경찰에 연행됐지만, 어디로 끌려갔는지 모르다가 알고 지내던 헌병대장이 정뜨르비행장에서 총살됐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는 말을 아버지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특히 "정뜨르 비행장 학살 현장에 있었던 군이나 경찰 관계자들이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줘야 과거진실을 알게될 것"이라며 "이제는 화해와 용서로 처벌하지도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시 군인이나 경찰 관계자들이 정뜨르 비행장 학살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유해발굴에 앞서 발굴팀은 당시 목격자인 인근 주민을 상대로 증언을 채록한 결과 옛 정뜨르 비행장 북쪽 끝부분이라는 점은 일치했지만 구체적인 지점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발굴팀은 당초 유해발굴면적 8,040㎡를 11,000㎡ 로 확대했다.
제주공항 유해발굴은 내년 8월 6일까지 이뤄진다.
발굴팀 책임을 맡고 있는 제주대 박찬식 박사는 "제주공항내 학살터를 구체적으로 찾아 유해를 발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발굴현장이 상당부분 훼손돼 향후 발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유족인 양용해(77) 씨는 "할 말을 잃었다"며 울먹이고 "앞으로 유해 발굴사업이 잘 마무리돼 DNA 검사 등을 통해 유해가 유족에게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