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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살, 파병 방침은 불변

  • 2004-06-23 11:58

당정청 ''''테러 굴복 안돼 파병 강행'''', 美공격 정부 미숙 사태 악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끝내 무참하게 피살됐다. 정부와 여당은 김씨의 피살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추가 파병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외교통상부 신봉길 대변인은 23일 새벽 2시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서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의 사망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외교통상부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끝내 처형됐다는 소식에 깊은 충격과 침통함에 휩싸였다.

어제 밤 팔루자에서 참수 시신 발견

22일(현지시각) 이라크 북부 팔루자로부터 약 30㎞떨어진 지점에서 한국인 납치피해자 김선일(33)씨의 시신이 참수된 채 발견됐다.

BBC인터넷판은 아랍 위성TV인 알 자지라방송을 인용, 이 지역에서 김씨의 시신이 목이 잘린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역시 "김씨로 추정된 동양인의 시신이 참수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CNN은 김선일씨의 시신이 발견될 당시 시신에 폭발물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다고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또 김씨의 사체는 차량에서 내던져진 것처럼 보였으며 사체는 머리가 베어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일하던 가나무역 김천호사장과 이라크주재 한국대사관의 대사 및 영사도 시신이 보관된 미군부대에서 김씨의 시신임을 확인했다.

외신들은 "김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장집단인 ''토히드 와 알 지하드(통일과 성전)''는 이미 지난달 11일 미국인 인질 닉 버그를 참수한 적이 있고 당시 이 집단의 지도자인 알 카에다 요원인 아부 무삽 알 자르카위가 버그의 목을 직접 베었다"고 지적했다.

무장세력은 이에 앞서 숨진 미국인인질과 마찬가지로 알 자지라 방송에 살해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냈다. 알 자지라 방송은 "김씨의 참수장면은 편집을 통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동영상에서 김씨의 인질범 5명은 김씨의 뒤에 서서 "이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며 "이제 한국인의 머리를 한국에 보낼 것이며 한국군이 와도 역시 머리를 잘라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상황실에 항의전화 잇따라

신봉길 대변인은 이날 새벽 공식발표에서 먼저 "정부와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왔는데도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데 충격과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정부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선일씨 시신은 우리시각으로 22일 밤 10시 20분쯤 미군당국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군은 바그다드로부터 팔루자 방향으로 30km 지점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우리 군당국에 통보했고,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은 이러한 사실을 40분 뒤인 22일 밤 11시에 외교통상부 본부에 보고했다.

이어 현지공관은 이메일로 전송돼온 사진을 확인한 결과 김씨라는는 사실을 확인하고 23일 새벽 0시 45분 외교부 본부에 추가로 보고를 했다.

외교부는 특히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22일 저녁 알 자지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한지 불과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자 더욱 비통해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상황실에는 김씨의 사망 사실에 울분을 토하며 우리 정부 대응에 대해서 항의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생환 기다리던 가족들 비보에 오열

김선일씨가 처형됐다는 소식을 접한 부산 범일동 본가의 가족들은 절규하며 깊은 충격에 빠졌다.

비보를 접한 뒤 병원으로 실려간 김선일씨의 부모는 이날 오전 집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씨 부모는 정부가 아들을 죽게 했다며 애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여동생은 "오빠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며 "빨리 돌아오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다음달 아버지 칠순잔치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라며 말끝을 흐려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선일씨 집 곳곳에는 아랍어로 "선일이를 살려주세요" 라는 벽보와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으나 모두 찢겨져 나가 이웃 주민들의 분노와 허탈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김선일씨 집 큰방에는 임시 빈소가 마련됐으며 허남식 부산시장과 모교인 부산신학교 동창생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새벽 3시를 넘기면서부터 이어지고 있다.

조문객들은 일본은 포로를 살렸다고 강조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안이한 대처를 탓했다. 조문객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라며 영정 앞에서 흐느끼기도 했다.

빈소는 이날 중으로 부산시립의료원에 마련될 계획이지만 유족들은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시는 사태 수습과 장례 절차를 놓고 유족들과 협의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단호 대처, 파병 방침 변화 없어"

노무현 대통령은 "반인륜적 테러행위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또 결코 목적을 달성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같은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결심"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파병은 이라크나 아랍국가에 대해 적대행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복구와 재건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서희.제마부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의 파병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부터 보고받고 알았다는 말만 무거운 어조로 밝혔을 뿐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22일 밤 외교통상부를 전격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희소식을 기다리던 노무현 대통령은 김씨의 처형 소식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근무 중이던 청와대 역시 김선일씨의 사망소식에 충격과 당혹 속에 빠졌다.청와대는 특히 김씨의 피살로 더욱 격렬해질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움직임에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추가 파병 강행 거듭 강조

이에 앞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의 기본정신과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전해진 직후인 23일 새벽 2시 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회의가 끝난 뒤 정부는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다섯가지 결정사항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위한 전 국민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피살된 데 대해 충격과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했다. 이와 함께 김씨 시신의 조속한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현지 교민들의 신속한 철수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NSC는 특히 김씨 피살사건에 불구하고 한국군의 파병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NSC는 "정부는 우리의 이라크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것으로 이러한 우리의 기본정신과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했으며 통일, 외교, 국방장관과 국정원장, 국무조정실장, NSC 사무차장 등이 참석했다.

與 "애통하지만 파병 강행", 민주노동당 "파병 철회" 촉구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해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 범죄"라며 이라크 무장세력을 성토하면서도 "이 사건이 정부의 파병 방침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23일 오전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은 김선일씨 살해를 통한 한국 내 파병반대여론 격화를 노렸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당초 결정된대로 파병계획을 확고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 역시 "김선일씨의 죽음은 비통한 일이지만 테러리스트의 잔혹한 행위에 굴복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국민들이 이번 사태와 파병을 구분해서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김선일씨 참수사건에도 불구하고 파병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한구 의장은 23일 CBS뉴스레이다에 출연해 "파병문제는 국제적으로 약속한 일이고 정부 약속은 함부로 움직여지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장은 "파병문제에서 잘못하면 국가신뢰가 떨어져 경제와 국방 등 여러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김선일씨를 납치, 살해한 이라크 무장세력의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지만 노무현 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으로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무장세력이 고 김선일씨 석방조건으로 파병철회를 요구했을 때 협상을 하겠다던 노무현 정부가 곧바로 파병방침을 재확인해 김씨를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파병방침을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도 곧바로 철군시킬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노무현 정부를 비롯해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미국 눈치보기와 사대주의로 일관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와 함께 "김선일씨가 이미 지난달 말 납치됐다는 증언이 있고 미군당국이 이 사실을 알고도 우리 정부의 파병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도덕한 패권전쟁 개입이 희생 자초, 반발확산

김선일씨 피살을 계기로 파병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파병 철회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새벽 이라크에서 전해진 김선일씨 사망 소식에 시민단체들은 이른 아침부터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이날 낮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즉각적인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추모 농성에 들어갔다.

국민행동은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김선일씨 납치사실 은폐한 만큼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앞으로 매일 저녁 광화문에서 파병철회를 위한 촛불집회를 여는 한편 오는 26일에는 대규모 범국민 대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도 우리 정부가 미국의 부도덕한 패권전쟁에 개입해 이라크 민중의 분노를 사고 결국 무고한 국민의 희생을 자초했다면서 파병철회 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한총련도 긴급 성명을 통해 김선일씨의 죽음은 부도덕한 침략전쟁이 부른 예고된 참극이라고 주장하고 총력투쟁을 경고했다.

이밖에 ''반전평화 기독연대'' 역시 김선일씨 추모와 파병철회를 위한 기도회를 열기로 하는 등 시민사회의 파병반대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날 새벽 최기문 경찰청장 주재로 국장급 이상 전 간부가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태원 등 전국의 이슬람 성원 40곳과 이라크 파병국가 공.관저, 국회, 각 정당당사 등에 대한 특별경계에 들어갔다.

경찰은 또 테러집단의 입국 가능성에 대비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등 전국 5개 공항과 서울역, 부산역 등 전국 7개 고속철도 역사에
경찰 특공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또 파병반대 야간 촛불집회는 추모형식을 띨 경우 허용할 방침이지만 불법집회로 변질될 경우 엄정대응하기로 했다.

정부 미숙과 미군 공격이 사태 악화

한편 김선일씨가 이라크 저항 세력에 억류됐던 당시 미군은 이 저항세력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 피랍에 대한 초기 대응에 미숙했던 우리 정부와 더불어
미군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김선일씨가 인질범들에 억류돼 있던 지난 19일. 미군은 김씨가 억류돼 있던 이라크 팔루자 교외 지역에 대해 미사일 2발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공습을 벌여 이라크인 22명을 숨지게 했다.

미군은 공격 뒤 "미국인 참수를 주도해온 알 자르카위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이 가나 무역 김천호 사장과 함께 인질범들을 상대로 김씨에 대한 석방 교섭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공격한 것이다.

이날 미군의 공습은 미군이 김씨의 피랍사실을 우리 정부에 즉각 알리지 않았던 점과 더불어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방식도 시비거리이다.

우리 정부는 피랍 사실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파병 강행을 굳이 천명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또 고위 협상단을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지만 막상 협상단이 현지에 도착한 때는 김씨 피랍 사실이 알려진지 30시간이 지난 뒤였다.

더욱이 협상단은 최후 통첩 시간 24시간이라는 시한에 개의치 않겠다는 듯 한가로이 방콕을 경유한 뒤 이라크가 아닌 요르단에 도착해 협상업무를 개시했다.

다행히 최후통첩 시간이 24시간이 연장되긴 했지만 우리 정부는 "현지에서 너무 많은 정보가 보고되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군은 김씨가 억류돼 있던 장소를 공습하고 정부 협상단은 3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있는 동안 김씨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목숨을 숨죽인 채 기다려야 했다.

한때 생존 가능성 높았으나 끝내 피살, 피랍에서 시신발견까지

지난해 6월부터 미 군납업체 가나무역 직원으로 이라크 현지에서 근무하던 김선일씨의 납치사실이 처음 알려진 때는 21일 새벽 4시 40분쯤.

그러나 김씨는 이미 지난 17일 이라크 팔루자의 리나라가 지역을 지나던 중 이라크인 1명과 함께 이라크 무장 괴한에 납치됐다.

이후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모술로 이동해 김씨를 구출하기 위한 독자 협상을 시도했다.하지만 21일 새벽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이 ''24시간 내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김씨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 알자지라 방송에 공개됐다.

이후 정부는 외교부 최영진 차관주재로 긴급 대책반을 가동하고 국가안보회의(NSC)를 여는 등 김씨 생환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 새벽 4시쯤 무장세력이 공언한 1차 시한이 마감됐지만 김씨가 아직은 무사하다는 정황이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6시쯤 아랍위성TV인 알아라비야가 ''무장 납치세력이 협상시한을 연장했다''고 보도해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한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우리 경호업체가 납치세력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김씨의 무사귀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22일 밤 10시 20분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 35km 지점에서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23일 새벽 0시 45분쯤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은 이 시신이 김선일씨임을 확인했고 이어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김씨의 피살 소식이 전세계로 전해졌다.

파병철회 요구 받아 들여질 가능성 없자 살해

이라크 무장단체가 김선일씨를 끝내 살해한 것은 자신들의 요구조건인 파병철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씨를 납치했던 이라크 무장단체는 김씨를 살해하기 직전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알자지라 방송화면에서 미리 준비된 성명을 읽었다.

"이것은 당신들이 초래한 일로 당신들의 군대는 저주받을 미국을 위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에 비춰볼 때 무장단체는 한국정부가 파병을 철회하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무장단체가 내걸었던 조건은 돈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알자자리 방송에서 요구했던대로 파병철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통첩시간이 지난 22일 새벽을 지나면서 김씨가 석방될 도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지만 무장단체는 이어 진행된 교섭에서 자신들의 요구조건과 조직의 성격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라크 현지소식통은 "납치단체는 22일 3자가 개입된 가운데 진행된 교섭에서 파병철회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해야 석방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한국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라크 추가파병 강행방침을 밝힌 한국정부로서는 수용하기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22일 오후 김씨가 석방될 수도 있다는 국내 분위기와 달리 이라크 현지에서는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은 무장단체와 진행된 교섭과정을 밝힐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CBS정치부/국제부/사회부/노컷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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