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3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이슬람 성원에는 하루 5번 있는 예배 중 첫 예배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열렸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서 성원 입구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경찰 병력이 입구를 막고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테러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파키스탄인,''너무 가슴아프다" 이태원 성원 안에서 만난 파키스탄인 압둘라 씨는 "김선일씨 뉴스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종교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지만 김선일씨 사건은 아랍권의 사람들이 저지른 것"이라며 "파키스탄인은 변한없이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10시 이태원동 버거킹 건너편 기업은행 앞. 이곳은 원래 아랍권 바이어들이 아침마다 모여 사업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아랍권에서 송금하는 돈이 모두 기업은행으로 창구가 일원화됐기 때문에 은행문을 여는 오전 9시 30분쯤부터 이곳은 아랍계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한국민 분노, 아랍계 전체 매도는 안돼하지만 왠일인지 이날 오전에는 한두명만 서성거릴 뿐 예전과 달리 아랍계 바이어들이 보이지 않았다.
요르단에서 왔다는 한 바이어는 "어제 입국한 탓에 뉴스를 보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이 자신의 사업에 큰 지장을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랍권 사람들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호민씨는 "아침이면 보통 3-40명이 모이는 곳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김선일씨 소식을 접한 바이어들이 아예 외출을 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새벽 최기문 경찰청장 주재로 국장급 이상 전 간부가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태원 등 전국의 이슬람 성원 40곳과 이라크 파병국가 공관저, 국회, 각 정당 당사 등에 대한 특별경계에 들어갔다.
또 테러집단의 입국 가능성에 대비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전국 5개 공항과 서울역, 부산역 등 전국 7개 고속철도 역사에도 경찰 특공대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CBS사회부 최철 기자 ironcho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