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라빈총리에게 나치군복 입힌 유태인 극우파들
아돌프 히틀러의 최대 희생자인 유태인국가 이스라엘에서 난데없는 나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B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스라엘 법무장관인 요셉 라피드는 최근 이스라엘군 라디오와의 기자회견에서 ''''폐허가 된 집에서 꿇어 앉아 뭔가를 찾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모습을 보고 내 할머니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라피드의 할머니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나치에게 살해당했다.
이런 라피드의 발언에 대해 극우파 리크드당 당수이자 이스라엘 총리인 아리엘 샤론은 ''''팔레스타인인과 나치에 의한 유태인희생자를 비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격앙된 어조로 라피드를 비난했다.
보건부장관 다니 나베역시 ''''라피드가 집이 무너진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인을 유태인희생자와 비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 과거 나치 희생자를 팔레스타인인에, 팔레스타인 자치단체를 공격하는 이스라엘군을 나치에 비유하는 것은 이미 최근의 일이 아니다.
라피드의 발언을 공격하는 리쿠드당 자신들이야 말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유지를 위해 오슬로평화회담을 이끌다 지난 1995년 극우파 유태인에게 살해당한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총리의 장례식에서 라빈을 닮은 인형에 나치군복을 입히고 라빈의 죽음을 축하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유지를 강조하는 좌파 노동당역시 나치의 망령을 정치선전에 이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999년 리쿠드당의 벤야민 네탄야후총리가 ''''강한 나라의 강한 지도자''''라는 선거구호를 들고 선거에 나설 당시 노동당은 ''''그 구호가 과거 히틀러를 연상시킨다''''고 비난한바 있다.
또, 이스라엘 민족정당인 샤당의 지도자 이리예 데리가 부패혐의로 기소됐을 당시 데리는 ''''이 재판이 1960년 열린 아우슈비츠의 학살자이자 유태인에 대한 생체실험을 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전 이스라엘정부 공부처장관인 우리 드로미는 ''''이와 같은 나치논쟁은 주로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대중연설이나 집회에서 자주 등장한다''''며 ''''최근 유태인과 팔레스타인인이 팔레스타인자치정부설립을 위한 집회를 하던 중 내 친구중 하나가 ''''히틀러가 유태인을 말살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드로미는 ''''즉, 적인 팔레스타인인의 편에 서 시위를 하는 가증스러운 유태인을 다 죽이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는 뜻이어서 어떻게 유태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의구심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라피드는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할머니와 팔레스타인 여성을 비교하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을 취소했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이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했던 나치논쟁이 이제 이스라엘 정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적어도 반세기 전 자신들이 당한 수난을 다른 민족에게 자행하면서도 반성의 기운마저 보이지 않고 양심적인 발언을 한 사람을 매도하는 것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현실이라는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