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지난 4일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쇼트트랙 선수단 해단식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벌어졌다.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아들이 한국선수로부터 견제를 받았다"며 항의를 하다 빙상연맹 관계자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쇼트트랙내에 파벌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쇼트트랙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거 쇼트트랙을 주도해 온 두 인물에 따라 갈린 파벌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남녀 선수단이 마음에 맞는 코치를 찾아 끼리끼리 지도를 받게 된것 역시 하루이틀 사이의 일이 아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잠시 잠잠해진듯한 쇼트트랙 파벌싸움문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대표팀의 한 코치는 또다른 코치의 관찰일지까지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서로간의 반목이 심한 상황이다. 선수들끼리도 공공연히 "서로 레이스를 방해하라고 지시 받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쇼트트랙간의 파벌싸움이 이토록 커지게 된 배경에는 한국 선수들끼리의 경쟁이 곧 세계무대에서의 메달색을 좌우할만큼 한국의 쇼트트랙 실력이 빼어나 경쟁이 심화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대표의 자격을 얻어 세계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메달을 확보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선수들의 학부모들 역시 자신의 아이의 좋은 성적을 위해 입김을 과시하고 있다. 빙상연맹의 미온적인 대처는 화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다.
빙상연맹은 파벌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좋은 성적을 위한 뒷바라지가 우선이라며 쉬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빙상연맹은 6일 이와 관련한 긴급 대책회외와 상벌위원회를 열어 선수와 코치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이번에 불거진 파벌싸움이 금새 해결될 수 있는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만일 이번 후속 대책이 남녀코치를 해임하고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에 그친다면 가지치기에 불과한 것이 될것이다.
빙상연맹은 파벌을 뿌리 뽑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쇼트트랙은 우리나라 동계스포츠에서 항상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목에 걸린 금빛 찬란한 메달에 가려져 곪아있는 상처는 덮어두기에만 바빴다.
파가 갈려 싸워도 성적만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지나갔다.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단에게 국민들은 애정이 듬뿍 담긴 박수를 쳤다. 이제는 애정이 담긴 매를 들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