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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김양건은 왜 DMZ평화공원 얘기를 꺼냈나?



통일/북한

    [Why 뉴스]김양건은 왜 DMZ평화공원 얘기를 꺼냈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김정은 체제 공고함 알리기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이 최근 북한을 다녀온 이야기를 전격 공개했다. 아시다시피 평화자동차는 남북 최초의 합영 자동차 회사다.

    박 사장은 방북 기간 중 김정은 제1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을 만났고, 김양건 부장은 "개성공단이 잘 돼야 비무장지대(DMZ)내 평화공원 조성도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개발과 관광특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현황도 비교적 소상히 밝혔는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어서 발언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는 '김양건은 왜 DMZ 평화공원 얘기를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겠다.

    ▶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박상권 사장에게 들려준 얘기를 정리해 달라.

    북한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과 대담하는 박상권 사장(사진=평화자동차)

     

    =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은 지난달 24일 북한을 방문해 평양과 원산, 금강산, 마식령 등을 둘러보고 지난 3일 돌아왔다. 10박 11일 간의 방북 기간에 지난달 30일 열린 정전협정 기념일,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전승일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는 2시간 30분 가량 면담을 하기도 했다. 지난 9일 통일부를 출입하는 기자들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가 어제(11일) 일제히 보도가 된 것이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김양건 부장은 "개성공단이 잘 돼야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도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게 박 사장의 전언이다.

    "개성공단도 따지고 보면 DMZ에 있다. 개성공단을 적극적으로 잘해서, 잘 돼야 DMZ에 공원을 만드는 것도 되든지 말든지 할 텐데, 지금 이렇게 안 되는 상황에서 DMZ 공원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상하원 연설에서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키면 평화공원을 비롯한 교류협력 문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관광특구를 개발하기 위해 군 비행장을 민영화시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 그렇다. 박상권 사장은 "북한이 백두산과 칠보산, 원산, 금강산, 개성 등 6곳에 관광특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올해 1월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별명령에 의해 삼지연(백두산), 어랑(칠보산), 갈마(원산) 비행장 등 군사비행장 3곳을 북한이 민영화시켰다고 말했다.

    원산의 경우, 군사기지인 갈마 비행장을 '안변'으로 옮기고 민간용 원산비행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또 명사십리를 개발하기 위해 숙박시설을 추가로 짓고 컨벤션센터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근처 마식령 스키장에는 수 만명의 군인들이 6개 슬로프 공사에 투입됐다.

    칠보산 인근의 어랑비행장도 민간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함경북도 명천군에 있는 칠보산은 해발 659미터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금강산 만큼 아릅답다.

    또 북한이 평양과 가까운 남포를 부품 관련 제조업 공단으로 꾸릴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전언이다.

    이밖에 금강산 관광 시설도 언급했는데, "다시 문을 열어도 큰 문제가 없도록 관리는 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골프장의 경우 "클럽하우스는 바람에 창도 깨졌지만 돈을 들이면 금방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정은 제1비서의) 집권 1년 동안 과거 10년 동안 변한 것만큼 변했다"는 것이고, 실제로 "평양의 경우 대대적인 미화사업이 이뤄져 도시 미관이 크게 좋아졌고 전력사정도 나아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조금 과장된 발언으로 보입니다만, 5cm의 빈땅도 안 보일 정도로 잔디가 빈틈이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 여러가지 말씀을 해 주셨는데, 들어보니 북한이 변화하고 있고 경제개발이나 관광사업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북측의 발언 배경은?

    =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제1비서와 대남정책의 책임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대표적인 대북 사업가인 박상권 사장을 메신저로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첫째는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이고, 둘째는 개성공단 정상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 셋째는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했다. 경제특구를 확대 추진한다는 게 골자인데, 이를 위해 북한은 신의주, 남포, 해주 등 경제특구와 백두산, 원산, 칠보산 등 관광특구와 같이 업종별로 특화된 특구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포에는 첨단산업단지, 원산은 마식령 스키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특구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하고 이번처럼 박 사장에게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일련의 프로세스 중 하나로 보인다.

    그런데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면 이런 변화의 몸부림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거다.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이 경제개발구법에 이어 특구법도 만들어놓고 각각의 책임자도 내정할 계획이었는데, 개성공단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모든 일정을 순연시키고 있다"는 관측을 했다.

    특히 박 사장이 북한을 찾은 시기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회담 제의를 한 전후라는 점도 주목해 볼 대목이고, 김양건 부장이 "개성공단이 잘 돼야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도 잘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개성공단의 시급성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이밖에 박 사장은 김정은 제1비서와 지난달 30일 전승절 기념행사장에서 잠깐 따로 만났는데, 김 제1비서는 "장군님 시대(김정일 위원장)부터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져온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박 사장은 뿌리깊은 분이다"라고 치켜세우며 신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 남측, 나아가 세계를 향해 개혁개방에 대한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박 사장 발언의 신빙성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박근혜 대통령이 새정부에서는 비선을 가동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만큼 박 사장 처럼 북한지도부를 알고, 왕래도 잦은 사람들의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박 사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자신이 아는 한, 경협하는 사람 중에서 상당히 객관적이고 경험이 많은 분이다, 북한의 사정도 비교적 소상히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시민권자인 박 사장은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하며 북한 내 고위급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팩트(fact)에 대한 해석을 과장되게 할 수는 있지만, 흐름을 벗어날 정도는 아니 것"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분석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오전 "사인한 문서도 안지키는데 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떻게 아나"라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박상권 사장은 북한에서 평화자동차와 보통강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그동안 무려 215차례나 방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박 사장이 방북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한 일이 무척 이례적인데, 우리 정부도 승인을 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어떤 의미?

    제 6차 개성공단 남북회담 모습(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박 사장이 북한 지도부를 만나서 나눈 대화와 북한 여러 곳을 둘러본 내용은 통일부에 보고가 됐을 거다. 그건 당연한 일인데, 언론에까지 브리핑한 것은 뭔가 속뜻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일단은 개성공단 문제가 잘 풀릴 것이라는 정부의 자신감이 배어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 북한 지도부의 발언을 구구절절 전달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일부 조건을 양보하며 7차 실무회담 제의를 수용한 것도 참고가 됐을 거다. 남북한 공동책임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표현은 상당히 완화됐었다.

    또다른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오히려 북한의 굴복을 홍보하기 위해 브리핑을 허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았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는 북한에 굴욕적이었고, 이명박 정부 때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아예 실적이 없었다는 일부의 비판이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제3의 길', 다시 말해 "당당하면서 실적을 내는" 대북정책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오는 14일에 7차 실무회담이 열리죠. 전망은 어떤가?

    = 이전의 6차례 회담과는 달리 일단 분위기는 좋다.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1일 비판 논평을 낸 이후 비교적 조용한 상태다.

    또 박상권 사장의 방북 결과에서 드러났듯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따라서 오는 14일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 다음날이 8.15이기 때문에 8.15 축사 등을 통해 양측이 전향적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추석을 전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치르고, 금강산 관광 사업도 재개 움직임을 시작할 수 있다.

    위에 열거한 것은 잘 될 경우인데, 만에 하나 결렬될 경우 을지연습에 대한 북한의 무력시위가 촉발되고 한반도 긴장상황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관건은 남과 북 강경파의 태도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에 대해 조금 더 밀어부치겠다고 생각하는 강경파들이 정부 내에 있는데, 임계치를 넘게 되면 남북관계를 그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부 내 강경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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