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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교각유실…쑥대밭 4대강

끊긴 자전거길·쓰레기 친수공간 흉물 전락

 

1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세종보 내 위치한 금강 요트계류장.

생태공원이 조성됐을 것이란 기대는 입구에서부터 무너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것은 무성하게 제멋대로 자란 수풀뿐이었다. 그리고 수풀 사이로 철제 구조물 하나가 물 위에 외롭게 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인적은 찾을 수 없었다. 울퉁불퉁 파이고 부서진 자전거도로와 여기저기 보기 흉하게 임시방편으로 석고로 땜질을 해놓은 인도는 그야말로 흉물스러웠다.

질퍽한 길을 따라 도착한 요트계류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요트계류장 주위는 말그대로 '쑥대밭'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풀이 제멋대로 자라 있었고, 계류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수풀이 엉성하게 깎여 있었다.

■ 철제구조물만 덩그라니= 이마저도 예전에는 사람 키 만한 수풀이 우거져 있었는데, 최근 대전충남녹색연합 측이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관리실태를 지적하자 지난달 초 이렇게라도 깎아놨단다.

대충대충 깎여진 풀을 파헤쳐 보니 그 아래에는 원래 요트계류장 입구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어야 할 대리석이 보였다. 가려진 대리석 위 풀들을 밟자 들어가는 길은 질퍽거렸다. 최근 비가 온 탓에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신발 속에는 물이 스며들어 왔다.

요트계류장에 도착하자 이미 발목 아래는 흙과 물로 범벅이 됐다. 이렇게 힘겹게 도착한 요트계류장은 앙상한 철제구조물뿐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요트계류장은 원으로 된 호 안에 마련돼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이 호가 만들어진 후부터 녹조사체와 이에 따른 악취가 생겨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간사는 "원래 선착장이 없을 때에는 유속이 잘 흘렀고 4대강사업으로 인해 호가 만들어진 이후 유속 흐름이 없어졌다"며 "흐름이 없다 보니 썩게 됐고 녹조사체가 발생하고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착한 곳은 공주 고마나루 인근에 조성된 수상공연장. 수상공연장 내 마련된 관람석에는 잡초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세종보와 비교하면 비교적 관리가 잘 된 듯 보였다. 하지만 수상공연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빗물에 토사가 유실된 채 방치돼 있었고, 수상공연장 앞 강물 위에는 구명튜브와 슬리퍼, 온갖 쓰레기들이 한켠에 보기 흉하게 몰려 있었다.

■ 온갖 쓰레기더미 둥둥=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 아래 조성된 친수공간도 방치돼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관리소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부터 축구장과 농구장으로 가는 10여 분 동안 보이는 것이라곤 무성한 잡풀뿐이었다.

시민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황산대교 너머에 조성된 축구장에 수많은 시민들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축구장과 농구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찾을 수 없었고 허리까지 자란 잡풀들을 헤치고 들어가야 했다. 역시나 들어가는 동안 신발은 물과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축구장 한가운데에는 무릎까지 자란 풀들이 무성했고, 잔디는 발목까지 왔다. 배수가 전혀 안되는지 발을 디딜 때마다 빗물은 운동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골대가 없었다면 이곳이 축구장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렇게 정부가 수요예측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만들어놓은 수변공원은 금강 주위에만 40개에 달한다. 특히 인구 8만 명도 안되는 부여군에 만든 수변공원 면적은 서울 여의도공원의 5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세종시와 충남 6개 시·군이 이같이 시민들이 찾지 않는 공원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쏟아부은 돈은 85억여 원가량이어서 국민들의 혈세가 방치된 공원을 위해 강물처럼 새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수변공원 40개 관리 엉망= 이처럼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물과 자연을 즐기라는 취지로 마련된 친수사업이 방치된 채 쑥대밭이 된 것은 비단 금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낙동강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전 구간이 '녹조라떼'로 변모하고 있다. '녹조라떼'는 강물이 녹조로 인해 초록색으로 변해 녹차라떼를 연상시킨다는 의미로 생긴 신조어다. 특히 낙동강 하류 쪽에 있는 창녕함안보 구간은 '조류경보'가 발생했을 정도다.

이미 낙동강 창녕함안보 주변 수산교와 본포교 아래는 걸쭉한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 온통 녹색으로 물들었고, 녹조 덩어리도 군데군데 발견되고 있다. 합천창녕보도 같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창녕함안보 하류에는 칠서·본포·창암·매리·원동·물금 취수장이 잇따라 있어,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한테 공급하는 식수원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을 정도다.

■ 지나친 준설 곳곳 교각 유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녹조 창궐은 낙동강 보로 물 정체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있을 때까지 수문을 상시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춘천시 서면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집중 호우로 도로가 무너져 폐쇄됐고, 경기 여주군 금사면 전북리에 있는 전북교는 교각 3개 중 1개가 유실돼 봉쇄됐다.

전북교 200m 앞에는 남한강이 흐르는데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과도하게 준설을 해 이로 인해 역행침식이 발생하고 있다. 그 여파로 전북교 수심이 깊어지며 교각이 유실됐다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이날 전북교 교각 유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한강에 대한 과도한 준설로 본류가 낮아지면서 유속이 빨라져 지천 바닥이 연속해서 무너져 내리는 역행침식이 발생해 빚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됨에 따라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4대강 사업으로 심해진 녹조 등 숱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정부는 인정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를 철거해서 물을 예전처럼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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