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회의 기자수첩은 CBS 라디오 98.1MHz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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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서울 시내 대학교의 교수 한분을 만나기 위해 교수실을 방문했다. 그 교수와 얘기를 한참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리며 한 대학생이 들어왔다.
대학생: "교수님, 성적 이의신청이 내일까지 마감인데, 저에게 F학점을 달라고 저번에 말씀드렸는데, 그것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교수: "그렇지.. 맞아... 학생 이름이 뭐지.. 알았어요."
그래서 마침 학생한테 물었습니다. 왜 F학점을 달라고 하는거죠?
학생: "이번 졸업때까지 취업이 안됐습니다. 그래서 이 과목에서 F학점을 맞지 않으면 제가 졸업을 해야만 합니다. 학점을 모두 충족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아니 그러면 졸업하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학생: "기업들이 졸업자를 원하지 않은 곳이 많아요. 졸업예정자에게만 지원자격을 주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취업준비를 위해 졸업을 미루려고요."
그 학생과 몇마디 더 대화를 했다. 학생말로는 자기처럼 졸업을 미루는 학생, 즉 유예하는 학생들이 매우 흔하다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학생들의 졸업소요기간을 알아봤다.
지금 우리 대학생들이 4년제 종합대학을 졸업하는 기간이 6년이 넘는 걸로 나와 있다. 물론 남녀를 통틀어 평균치이므로 군대, 휴학, 졸업연기 등 모든 사연이 다 포함돼 있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졸업사유는 좀 더 뒤에 보기로 하자.
우선, 서울시내 대학에서는 서강대, 숭실대가 76개월로 졸업을 하는데 6.3년(6년 3개월)이 걸렸다. 4년제 대학에서 2년 3개월 이상을 더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균관대, 연대가 75개월이다. 서울시립대는 74개월, 서울대가 72개월을 다녀야 대학을 졸업한다.
해가 갈수록 졸업소요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 추세로 봐야 할 것같다. 2008년부터 보면 5.58년, 2009년 5.76년이었으니까…, 4년간 대학생들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는 것은 틀림없다.
대학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 수는 얼마나 되는지는 학교별 통계가 있지만 그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대학생들과 만나보면 30%정도는 졸업을 제때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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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채중인 모 회사의 3차 면접때 알아봤더니 졸업을 제때 한 지원자는 면접 대상자 가운데 30%밖에 안됐다. 나머지 70%는 휴학을 중간에 했거나 졸업유예 등으로 학교를 오래 다녔다.
졸업 유예를 비롯해서 졸업을 미루는 방식은 다양하다. 아까 설명한대로 특정과목을 F학점으로 처리해 졸업을 미루는 방법도 있고, 학교에서 졸업을 위해 영어점수를 요구하는 학교가 있는데 영어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김 모군같은 경우는 경제학과를 다니는데 졸업요건을 채우지 않기 위해 졸업시험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학사논문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어떤 대학교는 졸업을 미뤄달라고 하는 학생이 많아서 아예 ''졸업연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졸업연기제도는 졸업요건을 충족했지만 ''자격증 취득''이나 ''복수 전공'' 등을 내세워 추가학점을 이수하면서 졸업을 연기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학교와 학생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학교는 돈을 벌고, 학생은 졸업을 미루고…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는 제도다.
대학생들이 졸업을 늦추는 이유가 주로 취업난때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취업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은 그래도 나은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모에 기대하면서 취직을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대학에 오래 머물러 있으려는 학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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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미래만 준비하고 꿈꾸고, 현장에서 부딪칠 생각은 안하고, 부모품에 의지하며 꿈을 펼치고 싶다고 평생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취업노력은 하지 않는 학생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경쟁 불안감이 몹시 두렵기 때문에 오히려 꿈만 꾸는 학생들을 말한다.
이런 경우, 부모들은 속된말로 "자식때문에 미치겠다"고 푸념을 한다. 가정적으로 큰 걱정거리다. 청년문제는 이처럼 개인의 문제요, 나아가 가정의 문제, 그것이 모여 사회의 불안덩어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 청년실업 문제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큰 문제다. 확실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새정부로써는 이 문제가 가장 큰 문제다.
왜냐하면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부모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젊은이들의 사회 진입이 자꾸 늦어지고 또 그러다보니까, 결혼연령이 지연되고 이로인해 저출산 문제가 발생하고 또 그렇게 되면 부모들의 부담이 늘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연쇄적인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기업들이 채용조건을 꼭 졸업예정자로 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이 졸업예정자만을 지원자격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은 아니나, 졸업자가 불리하다는 사실이 팽배하기 때문에 이에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꼭 지원자격을 졸업예정자로 한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BestNocut_R]
''칼졸업''을 하면 남들보다 사회 경험빨리하고 경제적 자립도 그만큼 빠르게 할 수 있으니 좋겠으나 자신의 자아나 또는 목표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청년도 있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도 졸업을 유예하면서 굳이 대학에 돈을 들이면서 더 남아 있어야 하는냐 하는 문제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