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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

    ''종신형'' 무바라크의 그림자…埃 ''파라오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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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르시, 무바라크 지지세력인 군부와 사법부 견제 위해 헌법 초안 발표
    무바라크 퇴출 이후에도 계속되는 권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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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쟈스민 혁명''''의 진원지 이집트가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른바 ''''파라오 헌법'''' 때문이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르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한 헌법 초안을 내놓으면서, 과거의 파라오처럼 절대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연일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시위대가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은 새로운 헌법에 대한 국민 투표를 강행할 태세다. 무르시가 내놓은 헌법초안은 과연 외신이 전하는 것처럼 파라오 헌법일까?

    ◈무르시는 독재자인가?◈

    지난해 2월, 이집트를 30년간 철권통치해오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났다. 이집트 민주화에 초석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14개월간의 임시정부체제를 거쳐 올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고, 무슬림 형제단의 지원을 받은 무르시가 새로운 이집트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새로 선출된 무르시는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개혁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혁은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잠잠하던 중동에 또 다시 전운이 드리운 것이다. 가자지구에 미사일을 퍼부은 이스라엘은 여차하면 지상군까지 투입할 태세였다.

    무르시 대통령이 중재자로 적극 나섰고, 100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의 외교노력 덕분에 분쟁 일주일만에 유혈사태는 막을 내렸다.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이스라엘이 손해를 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무르시는 이 협상으로 중동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협상이 마무리되자마자 무르시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헌법 초안을 발표했다. 요지는 이렇다.

    ▶대통령의 결정은 어떤 권력기관도 폐지할 수 없다.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사법부의 권한을 박탈한다. ▶샤리아, 즉 이슬람 율법을 법의 근간으로 한다.

    국제적인 위상 강화가 이뤄지자마자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의 헌법초안은 정말 파라오 법인가?◈

    무르시 대통령이 내놓은 헌법 초안을 보면 대통령이 초법적인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마치 ''''내가 곧 법''''이라는 절대 왕정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 그러나 배경을 조금만 살펴보면 꼭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무르시의 헌법 초안의 이면에는 군부와의 치열한 권력다툼이 숨어있다. 무르시는 지난 6월 취임했다. 무바라크 퇴진이후 임시정부를 이끌어온 군부는 권력이양에 나섰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는 사실상 무바라크의 권력기반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세력이었다.

    무바라크와 함께 30년간 권력을 향유해온 군부는 자신들의 권한을 호락호락 넘겨주려 하지 않았다. 기습적인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군통수권을 사실상 박탈했다. 허수아비 대통령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무르시 대통령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군부와의 세 대결에서 밀려 임명한 후세인 탄나위 국방 장관과 군부실세 사미 아난 육군 참모총장을 임명 열흘만에 경질해 버렸다. 본격적인 권력투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대통령의 결정은 어떤 권력기관도 폐지할 수 없다''는 초법적인 권한부여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초법적인 권한부여는 새로운 헌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물론 한시적이라고 해서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된 이런 조항이 꼭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사법부의 반발 역시 전임 정권과 연계돼 있다. 철권통치 30년동안 무바라크의 가장 큰 지원군은 군부와 사법부였다. 이집트 사법부는 3권분립에 입각한 민주적인 사법부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 무바라크는 유일한 견제세력인 야당, 즉 의회 견제를 위해 사법부를 이용하기도 했다. 사법부가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의회를 해산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독재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권력과 결탁한 사법부에 권한을 넘겨주는 편법을 동원했다. 의회해산을 무력화한 무르시의 새 헌법초안은 이집트 사법부의 권력상실을 의미한다. 사법부 총파업의 배경에는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한 이기적인 욕심도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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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투쟁은 지금부터◈

    무르시 대통령과 군부, 사법부와의 갈등을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기에 이집트 야당과 시민단체, 언론 등이 가세하면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균열조짐이 나타나는 등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국민투표 감독요청을 거부해온 이집트 최고 사법위원회가 국민투표 감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한국 외국어대 유달승 교수는 무르시의 도박이 성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5일 야권과 사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투표에 들어간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무르시의 개혁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르시가 국민투표에 성공하더라도 앞으로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도 이집트 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이스라엘, 미국밀월 관계를 유지했던 무바라크 정권과는 다른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동지역의 긴장은 과거보다 한층 높아질 것이다.

    30년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험난한 여정이다. 멀리 볼것도 없이 우리의 경우를 돌아보면 그렇다.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통을 겪었는지 모른다. 그 후유증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남아있다.

    또 일부에서는 샤리아 즉 이슬람 율법을 법의 근간을 삼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대표적인 친미 정권은 심지어 공화정도 아닌 왕정이다. 헌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집트에는 공화정이 시작된 이후 모두 4명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모두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이제 이같은 불행한 역사를 청산 할 수 있을 것인가?[BestNocut_R]

    아랍의 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치와 종교를 동일시하는 엄격한 이슬람의 계율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조화시키는 것은 멀고 험한 길이 될 것이다. 척박한 중동의 정치 환경에서 이집트의 민주화라는 꽃을 피울 것인지, 온 세계의 관심이 다시 파라오의 땅에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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