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고등학교 200여곳이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 민감한 장소에 학생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보인권 단체 ''빅 브라더 워치''는 영국 전역에서 총 207개 고등학교가 교내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약 4천100개 학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답변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일례로 영국 셰필드의 킹 엑버트 고등학교는 교내 화장실 12곳 모두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남부 윌던 고등학교에서도 화장실마다 하나씩 카메라가 있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고등학교의 90%가 교내에서 카메라를 동원해 학생을 감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실태로 볼 때 영국 고등학생과 교직원들은 10만여대가 넘는 카메라에 의해 감시를 받는 셈이라고 이 단체는 추산했다.
이 단체는 또 정보공개 청구에 응한 학교가 전체의 절반 가량에 그친 점으로 미뤄 민감한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한 경우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카메라가 정확히 화장실 내 어느 지점에 설치돼 있는지, 혹은 학생들이 탈의 상태에서 화면에 찍힌 적이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카메라 설치 목적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감시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국 정보감독위원회(ICO)는 화장실 및 탈의실 내 녹화가 위법은 아니지만 최대한 예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빅 브라더 워치의 닉 피클스 국장은 "이 보고서는 많은 학부모에게 충격을 안길 것"이라며 카메라 설치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동의가 수반돼야 하고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활발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