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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여름 정기세일을 한 달 동안(31일) 실시하기로 했다.
보통 17일간 진행해 온 것이 백화점 업계의 관례로 굳어져 있지만 롯데가 업계의 룰을 깨고 세일기간을 대폭 늘린 것은 그만큼 백화점 업계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꺾이기 시작한 백화점업계는 올해 들어 매출부진이 더욱 심해지자 울상을 짓고 있다.
전반적인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가 한국에까지 밀려와 국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데다 유럽발 재정위기 역시 경기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되면서 고가 사치품을 주로 취급하는 백화점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단기간에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백화점업계는 세일기간 늘리기, 명품 세일, 다양한 기획상품전 등을 마련하며 매출 회복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롯데백화점의 시도가 단연 눈에 띈다. 롯데는 여름세일기간을 한달로 늘리는 파격적인 방안을 준비했다. 오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31일 동안 여름 ''챌린지 세일''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2011년 같은기간 여름 세일이 17일 간 진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롯데는 백화점 역사상 이 정도로 긴 세일을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굳이 세일이란 이름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지 않더라도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와 고가제품을 소비해줬기 때문이다. 80,90년대만 해도 백화점 세일은 매출증대가 목적 가운데 하나이긴 했지만 재고소진이나 고객에 대한 보답 등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백화점이 진행하는 브랜드 세일이나 정기세일, 명품대전 등은 그 규모와 기간, 준비물량 등의 면에서 따져볼 때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짙다. 그만큼 백화점들이 힘들다는 얘기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한달 넘게 세일을 진행하는 이유는 협력업체 별로 지고 있는 재고부담을 덜어주고 백화점 매출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품 가격인하 폭도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 백화점의 웬만한 브랜드들은 연간 세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15%에서 많으면 30% 깎아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이번 여름세일기간 본점과 잠실점, 영등포, 부산점 등 5개점에서 갤럭시와 빈폴 등 14개 제일모직 브랜드 그룹전을 열어(물량 200억) 30~60% 할인해 주기로 했다.[BestNocut_R]
코오롱 그룹은 이월상품을 중심으로 최대 80%까지 깎아 팔고, 주크, CC 콜렉트, 모조에스핀, 블루페페 등 유명 여성패션 브랜드도 이월상품을 80%싸게 내놓는다.
백화점들이 그동안 구사해 오던 고급, 고가전략으로는 어려운 시절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백화점업계가 영업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트랜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쇼핑에서의 소비자 우위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