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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사찰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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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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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비리가 폭로되기 시작하고 여론이 악화될 때 궁지에 몰리는 쪽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잡아 떼기'' ''꼬리 자르기'' ''시간 끌기'', ''물 타기'', ''덮어 쓰기''가 있다.

    ◇떼고 자르고 덮고… ''바쁘다 바빠''

    ▲''잡아떼기''는 당사자들이 끝끝내 아니라 하고 증거를 감추면 효과를 본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처럼 당사자들이 증언을 하고 증거가 확실히 나온 사건에는 써먹을 수 없는 것이 한계.

    ▲''시간 끌기''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 관련자들에게 확인해 보겠다며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는 방법. 강풍은 한나절 내내 불지 않는 법이지만 강풍이 아니라 태풍이라면 며칠 내내 분다는 것이 문제.

    ▲''물 타기''는 다른 사안과 섞거나 범위를 크게 넓혀서 강도를 낮추거나 복잡하게 만들어 비판의 초점을 흐리는 방법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혐오를 더 짙게 만드는 것도 ''물 타기''의 한 방법. 정치판이 다 그렇고 그렇게 너저분하니 신경 끄고 살자며 유권자의 관심과 투표 의욕을 흩어 놓으면 유리해지는 어느 한 쪽이 생기기 마련이다.

    ▲''꼬리 자르기''는 비리와 의혹, 처벌을 어느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나머지는 빠져 나가는 방법. 이번 민간 사찰도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 등 3명을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로 기소하고 끝내려다 장진수 씨의 폭로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영호 씨가 나서 꼬리 자르기를 한 번 더 시도했다. 문제는 꼬리 자르기를 서둘러 엉성하게 하는 통에 물 타기와 섞이면서 의혹이 자꾸 커진다는 것.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자기가 몸통이라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 다음 물 타기에서는 대부분 노무현 정권 때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영호 씨가 노무현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결론이 된다, 이야기가 되나?

    더 웃기게 된 건 국무총리실이다. ''정부 조직이 사찰한 문건 내용을 공개하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중단돼야 하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점잖게 나오던 총리실이었다. 이렇게 현 정부에서 행해진 사찰에 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던 총리실이 과거정부에서 이뤄진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런 일들을 마구 저지르고 살았어요'' 라며 적극 고백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관이 거의 동급으로 꼬리로 취급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그렇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면 안 된다. 청와대야 정치적으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바람을 타는 곳이지만 국무총리실은 이 나라 전체 전문관료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기껏 ''도마뱀 꼬리'' 노릇이나 하려 했다면 치욕스런 일이다.

    ◇다국적 사찰 조직 ''에셜론'', 들어나 봤나?

    이제 남은 ▲''덮어 씌우기''에는 어떤 내용이 등장할까? 민간 불법사찰이 터져 나온 지난 30일에는 불법 사찰과 관련된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1988년 8월 영국의 주간지 <뉴스테이츠먼>에 ''Sombody''s listening''(누군가 엿듣고 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구 전체의 통신을 감청하는 조직이 영국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 던켄 켐벨은 체포되어 처벌을 받았지만 그 조직을 끈질기게 추적해 1998년에 에셜론이란 첩보조직에 관한 보고서를 유럽의회에 제출한다.

    세계 곳곳에 감청기지를 두고 첩보위성, 잠수함,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바다 밑 해저 케이블에까지 감청장치를 달아 두고 불법적인 감시를 일삼아 온 조직 - ''에셜론''(ECHELON)의 정체가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국가안보원(NSA)이 주도하고 영국 정부정보본부, 캐나다 정보보안청, 호주 국방보안국, 뉴질랜드 정보안보총국이 협력자로 나선 글로벌 전자통신감시망 에셜론은 지구촌의 전화, 텔렉스, 팩스, 이메일, 휴대전화 등 모든 형태의 통신 내용을 검색하는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영국의 가디언 지는 이 에셜론이 1947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의 ''앵글로 섹슨'' 국가가 체결한 비밀조약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알려지기로는 그보다 더 이전에 미국과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중 정보교류 협력을 위해 비밀협정을 맺으며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후 소련에 맞선 냉전체제 속에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까지 끌어들여 확대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은 계속해 아무 것도 없다고 부인하나 다른 나라들은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44개 조항으로 만들어진 권고안을 채택해 에셜론의 정보력 남용을 경고했다. 공산권의 위협, 테러 위험에 대한 정보 수집이면 몰라도 민간인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세계 각국의 경제산업 동향 파악 등 인권침해나 산업스파이 노릇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29일 미국 <월 스트리트저널>지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에셜론이란 다국적 정보연합 내에 있던 기밀 내용이 대량으로 유출됐다고 한다. 캐나다의 한 정보 장교가 5년 치 정보를 대량으로 빼내 러시아에 넘겼다가 체포됐고 에셜론 5개국 담당자들이 이 문제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대책회의도 가졌다는 것.

    캐나다 정부는 자기 나라 군 장교에 의한 간첩 사건이 터지자 캐나다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대사관 직원을 추방하고 정보조직 인사를 단행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 한다. (프레시안 보도 참조)

    흥미로운 건 ''에셜론 보고서''를 쓴 캠벨의 동료인 니키 헤이거가 ''비밀 속의 권력''이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엔 제3가입국(Third Party member)이라는 또 다른 존재가 등장한다. 5개 동맹국 외의 협력국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언급된 나라들은 독일·일본·노르웨이·터키, 그리고 한국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도 한 몫 거들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혹시 정부 자료 중에 에셜론과 관련되어 미국의 첩보위성이나 잠수함의 활동내역이 기록된 건 없을까?

    기왕 물 타기를 할 거면 이런 걸로 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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