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신당 얘기부터 해보죠. 국민중심당과 자민련 사이에 여러가지 방식의 통합 이야기가 오고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제 그 단계는 다 지나서, 신당 하시겠다는 분들은 창당 선언을 하고 당명이나 공동대표도 정하고, 그 분들은 자기들의 길을 가고 있는 거죠.
자민련과의 물리적 통합은 안되는 겁니까?
개념 혼동이 있는데요. 원래 신당 하신다는 분들, 말만 있지, 신당 자체는 없잖아요. 신당과 자민련과의 당대당 통합이라는 것은 개념상 성립이 안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분들도 다 자민련 하시던 분들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이렇게 흩어지면 정당으로서 성공하기도 어렵고, 그러면 국가나 국민께 도움도 안된다, 그러니 지금 다함께 손잡고 대의명분을 뚜렷이 하고 당을 만들자, 다함께 만들면 나중에 자민련은 자연스럽게 흡수통합되지 않느냐" 이렇게 설득해서 심대평 지사와 국회의원 4명과 합의까지 했죠.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그 합의를 깨뜨리고 "자민련에 있는 국회의원 3명이 다 탈당하고, 개별적으로 합류하라"고 하더구요. 그러면 자민련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개인별로 오라는 얘긴데, 그러면 자민련 없어지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대동단결의 모습도 안되고 분열적인 모습이라 제가 김학원 대표나 김낙성 의원께 "그건 곤란하지 않느냐" 그랬는데, 그분들이 합의했던 것도 다 깨뜨리고 독자적으로 창당 수습을 밟기 시작했죠.
같은 지역 기반을 가진 자민련이 있는데 왜 중부권신당이 등장했어야 할까요?
자민련은 김종필 총재 개인이 혼자 너무 오래 끌고 왔어요. 충청 지역을 비롯해 국민들이 식상해하시고,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버림받다시피 했죠. 그 결과 김종필 총재는 은퇴하고 탈당하고, 김학원 대표가 새로 당을 맡았는데요. 국민들의 기대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하지 않느냐'' 그래서 뭔가 허전한 가운데 새롭게 태어나는 정치적 실체를 기대하고 있었죠. 근데 자민련은 그 기대에 부응을 못하고 있으니까, 심대평 지사를 비롯한 일부에서 탈당을 결행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면서 나왔고, 공주에서 정진석 의원을 당선시키는 성공을 이뤘죠. 그것이 분열이 되고, 신당 창당 움직임이 생긴 배경입니다.
신당 창당의 문제 의식은 동의하고, 신당 창당 자체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주민들의 기대는 뭔가 새로운 새력이 나타났으면 하는 겁니다. 자민련이 환골탈태하든지, 아니면 자기들의 정치적 기대를 충족해주길 고대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공주에서 무소속 정진석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처음부터 그런 민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보궐선거하기 훨씬 전, 심대평 지사가 탈당하기 전에. 또 심대평 지사가 탈당하시겠다고 해서 제가 국회의원 4명과 심대평 지사와 만나도록 해서 이런 제의를 했어요. "이것이 우리 민심의 소재니까, 우리가 손잡고 자민련의 발전적 해체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우리 뿐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려는 뜻있는 분들과 손잡고 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당을 만들자" 이렇게 제의했는데, 심대평 지사나 김학원 대표 측에서 아무 반응이 없더라구요. 결국 분열되고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제안은 이인제 의원이 먼저 하신 거군요?
심대평 지사가 탈당하겠다고 하시길래 "이렇게 분열하면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더 큰 실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죠.
그 때는 두 분 다 응하셨던가요?
두 분 다 말을 안하시더라구요. 응하지 않더라구요.
당대당 통합이 안되면, 개별적으로 입당하거나 자민련에 계속 남거나 둘 중 하나인가요?
그 분은 신당을 만든 다음에 자민련과의 통합 여지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신당이 다 모습을 갖춘 뒤에 자민련과 통합하려면 신설합당을 해야 합니다. 당명도 새로 만들고, 중복되는 조직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지분 얘기도 있고, 얼마나 복잡하겠습니까. 그래서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당을 만든지 얼마 안돼서 자민련과 합당을 이유로 새로운 당을 또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 처음 시작할 때 자민련 소속 의원과 함께 당을 만들어 자민련을 흡수합당시키면 깨끗하게 단일한 세력으로 나설 수 있다" 이렇게 같이 만들자고 했는데, 같이 못하겠다며 독자적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 대동단결이나 대의명분 없이 당을 버리고 개별적으로 합류하라는 건 명분도 없고 당당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그건 제가 거부했죠.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국민중심당에 합류할 의사는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당대당 통합 가능성은 고려해볼 여지가 있구요?
말은 가능한데 실질적으로 두 당이 언제 복잡한 신설합당 과정을 밟겠어요? 신당은 빨라야 1월에 만들어질테고, 선거는 4월인데. 그래서 참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제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손잡고 큰 당을 건설하도록 노력을 많이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서 송구스럽습니다.
그럼 자민련은 앞으로 독자노선을 걷는 겁니까?
자민련이 이렇게 분열되기 전에 정치적 결단에 의해 미래지향 정당으로 탈바꿈했어야만 했는데 그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러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내부혁신을 통해 한걸음한걸음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추동할 힘을 잃은 것 아닙니까? 타이밍도 잃고?
그러나 한 정당, 혹은 한 정치인이 명분없는 선택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정치적 이념의 색깔을 따지자면 비슷할수도 있는 한나라당과의 연합공천이나 연대는 불가능합니까?
현재로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제의도 없구요.
민주당과 국민중심당과의 얘기는 많이 나오는데요. 그쪽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신당 하는 분들이 알아서 하실 일이라 왈가왈부하는 게 예의도 아니구요. 다만 원론적으로 얘기한다면 지금 신당을 무엇때문에 만드려는지 그 대의명분을 뚜렷이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들어지기도 전에 다른 당과의 연대, 특정대선예비후보와의 연대 얘기가 먼저 나오는 걸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당의 노선이 있고, 그것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단호하게 정치성을 확립해서 나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만들기도 전에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문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정치인은 모두가 다 알듯 ''고건 전 총리''이신데, 대선후보로서의 경쟁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분이 "내가 대선에 뜻이 있다, 정치적 비전은 무엇이다, 어떤 현안에 대해 나의 신념은 이런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제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미지수인데, 그런 분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말씀드린다는 게 시기상조군요.
그래도 개인적인 감이 있으실 것 아닙니까?
지금 우리나라는 아주 복잡한 상황이에요. 국내 정치경제 상황도 그렇고, 국제 상황도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자리인데, 그런 자리에 가기 위해선 뚜렷한 국가관, 신념, 철학, 전략이 있어야겠죠. 그 분이 그런 걸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말씀을 안하니까 저는 잘 모르겠고, 또 험난한 과정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은?
특별히 개인적 인연은 없습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 20자평을 하신다면?
인격적으론 훌륭하시고 행정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으신데, 정치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좀 지켜보시죠.
차원이 다르니까 그다지 경쟁력있는 후보가 되진 못할 거라고 보십니까?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습니다.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실제 대선 후보로 뛴 적이 있는 경험에 비춰보신다면?
어떤 비전과 의지, 결단력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인데요. 그런 걸 판단할 구체적 사건이나 경험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그런 게 없는 분이 전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어느 순간에 국가적 의지나 철학을 밝히고 결단력을 가지고 도전해서 국민들의 믿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지금 제가 경솔하게 예측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거품''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민들의 단단한 지지와 일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호감도와는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호감도 정도지, 아직 단단한 지지를 확인한 적은 없으니 거품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현재까지는 그분이 국민으로부터 믿음이나 지지로 연결될만한 비전이나 철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이인제의 시대는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께 하실 말씀은?
그런 시대가 끝났는지 남았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제가 꿈꿔왔던 국가의 미래, 제가 키워왔던 정치적 비전과 포부가 아직 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고, 남북통일 문제도 대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정치적 비전과 전략,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도전할 의사도 있으신 거죠?
전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은 아닙니다. 저의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회가 있으면 나오실 생각이시군요?
뭐 열심히 하다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죠.
대권에 도전했다 실패하셨는데요. 지금 돌아봤을 때 어떤 부분이 결정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가지 핑계나 이유가 있겠지만, 모든 걸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지 못한 건 전적으로 저의 부덕과 능력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능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항상 반성하고 부족한 걸 채워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딱 한가지의 실수가 있었다면?
권력의 속성을 좀 더 심리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했더라면... 그런데 그게 저의 천성과는 맞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당당하고 떳떳하게 하려고 했구요.
''권력의 속성을 몰랐다''는 말의 의미는?
허허.. 제가 일본 역사를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권력을 넘겨줄 때, 불러다가 앉혀놓고 자기 아들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받고 물려줬는데요. 만약 도쿠가와가 ''그건 낯뜨거운 약속 아닙니까?'' 그랬다면 권력을 물려받지 못했겠죠. 저는 당당하게 모든 것이 임하겠다고 생각했고, 권력의 속성이나 약한 인간의 심리에 태만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권력자는 (퇴임 후) 자기의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말씀드린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그렇고, 그 자신도 오다 노부나가에게 권력을 이양받을 때 그의 아들 앞에서 충성 서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바로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바로 배신해버렸죠. 우리 정치사에서도 전두환, 노태우, YS, DJ 이렇게 넘어오면서 그런 정치보복이나 이후 안정 등에 대해 여러가지 말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런 걸 초연하는 생각입니다. 항상 당당하게 가면 된다, 과거를 뒤지는 것보다 미래를 향해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때도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그런 문제엔 괘념치 않고 당당하게만 갔는데, 결국 당내 경선에서 소외되는 사태가 발생했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런 현상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민주당은 분열되고, 현 정권을 만들어준 호남 민심은 이반을 시작했구요. 그런 것의 저변에는... 얼마 전 어느 현장에서 "배신하는 정치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얘길 들었어요. 뭐 더 이상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씀은 DJ가 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건 본인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강력한 지원을 받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본인은 권력의 그런 속성을 몰라서 거래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실은 경선에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밀려났다는 말씀이시죠?
하여튼 저는 그런 생각엔 초연한 사람입니다. 다른 얘기로 넘어갑시다.
그게 결정적인 실수라고 생각하십니까?
실수가 아니라,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고 2번의 대선을 온몸으로 겪었구요. 지금도 다시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저는 그런 것은 초월해서 당당하게 할 것입니다.
경선 후 민주당을 탈당하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까?
정몽준 의원과 단일화한 후 노 후보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전에는 3명 후보 중 제일 꼴찌로 지지가 추락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저는 탈당이란 걸 생각 안했죠. 그러나 노 정권이 출범한 이후 우리나라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점에 대해 저는 절대로 그 자리에 같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고 당을 떠나게 됐죠. 지금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걸 저는 그 때 이미 한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작년 4월 지구당 사무실에서 농성하셨는데요. 그게 노 정권의 보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시 한나라당에서 5억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
노 정권의 완전한 보복이죠. 그 사건 이전에 노 정권 출범하자마자 ''월드컵 휘장비리사건''을 조작했어요. 그래서 제 보좌관, 또 전 관광협회하던 2명을 구속하지 않았습니까? 저한테 청탁하고 돈을 전달했다는 혐의인데. "그 분들이 돈을 안받았는데 나한테 어떻게 갖다 주느냐" 이러니까 그분들만 돈을 받은 걸로 해서 구속해가지고 재판을 붙였어요. 두 분이 반년씩 감옥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1심, 2심 다 무죄입니다. 그러더니 안되니까 대선자금 수사 때 제 보좌관을 붙잡아갔어요. 보좌관이 "안갖다주고 내가 다 썼다"고 주장을 하는데, 밤새도록 어떻게 했는지 다음날 아침 "반은 나한테 갖다줬다"는 어처구니없는 진술을 만들어서, 그 진술 하나를 언론에 공개해서 ''이인제가 한나라당 돈이나 받아먹는 사람''으로 매도했습니다. 구속을 해서 결국 무죄가 나왔는데, 이런 건 어디 보도에 나왔습니까?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여당이 짠 겁니까? 한나라당에서 ''당시 5억이 이인제 후보 특보에게 넘어갔다''고 얘기했었는데.
중간 심부름하는 사람이 온 것까지는 사실이죠. 그런데 그 사람이 ''나한테 줘봤자 그런 돈 받을 사람이 아니니, 선거판에서 오가는 돈 자기가 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자기가 다 쓴 거죠. 그 사람이 쓴 게 구좌로 다 밝혀졌습니다. 붙잡혀가서 "자기가 다 썼다"고 얘기하는 걸 밤새도록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반은 갖다줬다"는 거짓진술을 받아서 저를 탄압한 거죠.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최근 현안에 대해 묻겠습니다. 요즘 강교수 발언 파문이 큰데요. 천정배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도 안되는 일을 한 거죠. ''검찰에선 구속하겠다고 하지만 장관으로서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라든가 자기 나름대로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면 모르겠는데, 일을 저질러놓고 "인권옹호 때문에 했다"고 말합니다. 정치적 배경이나 의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법무장관이 인권의 화신처럼 강변하고 있어요. 이건 말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하루에 수백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다른 피해자들도 불구속수사가 원칙 아닙니까? 검찰이 함부로 구속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법무부가 조사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강정구 사건도 그렇게 했다면 또 모르겠어요. 다 놔두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저나 박주선 의원처럼 허무맹랑한 사건을 만들어서 구속하는데도 법무부가 한마디 말이라도 한 적 있습니까? 또 북한인권에 대해 한 일이 있습니까? 어떻게 강정구 교수에 대해서만 인권침해를 말합니까? 말이 안됩니다.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강정구 교수를 구속하면 불편해할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런 사람들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불편해할 사람들''이라는 건 북쪽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북쪽도 있을 테고, 우리 사회 내부에도 있겠죠. 강정구 교수와 똑같이 주장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미군 부대 앞에서 철조망을 뜯고, 맥아더를 살인자라며 동상 철거하자고 주장하는 분들,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겠죠.
그럼 검찰의 반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무장관이 수사지휘를 문서로 하기 이전에,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구속하면 안된다'', 또 청와대에서도 비서실장인가 누군가 ''구속하면 안된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습니다. 검찰이 얼마나 큰 압력을 받은 것입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끝까지 ''이건 대한민국 정통성이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밀고 나간 거에요. 그래서 법무장관이 하다하다 안되니까 문서로 한 겁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검찰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여하간 적법한 명령은 검찰이 수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검찰독립이란 정치적 중립입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중립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주의에요. 대통령도 법에 따라 국가를 경영하는 겁니다.
법무장관은 법에 의해 명령을 내린 것 아닌가요? 수사지휘권은 법에 있는대로 발동한 것 아닙니까?
형식은 그렇게 돼있지만, 정치적 배경이나 의도를 가지고 검찰의 법집행을 간섭하는 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리 파벌인 누군가를 구속하지 마라''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엔 법이 있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강정구 교수는 너무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니까, 처벌하고 안하고는 큰 관심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검찰이 여당이나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법을 집행하겠다는데 장관이 그러면 안되죠. 김종빈 검찰총장이 오죽하면 퇴임하면서 정치적 중립이 무너지는 고통을 호소했겠습니까.
민주대연정이나 책임총리제 등 정치 관련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정치적 발언이 나오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진 않습니까?
책임있게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가 아니라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책임총리제다 뭐다 하는 건 법이 정한 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지금 우리 헌법은 순수 대통령제가 아니고, 내각제 요소가 많습니다. 그래서 총리나 장관이나 해임요구를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총리나 장관이 의회에 대해 책임지고 잘 정치를 해야 합니다. 과거엔 대통령에게만 충성하고 신임받으면 됐었죠. ''장관들이 대통령의 참모이기도 하지만 국회와 함께 자기 책임과 권한을 잘 행사하면서 정치를 하겠다''는 게 책임총리제인데. 현재는 이해찬 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주고 운영하는 것처럼 되고 있는데, 그게 책임총리제지 다른 게 책임총리제겠습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예전부터 대통령은 의회를 존중하고, 총리나 장관이 의회에 책임을 진 자세로 자기 권한을 행사하고 행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내년부터 정치 시즌이 돌아오는데, 어떤 구도를 전망하십니까?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불안정한 요소가 많습니다. 우선 노 정권을 만들어냈던 여권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분열된 상태이구요. 민주노동당과 현 노 정권이 상당부분 노선을 같이 하는 것도 있구요. 한나라당, 자민련, 또 우파에서 투쟁하는 분들도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구요. 다음 대선에서는 과거 뚜렷했던 지역정당구조가 이념이나 노선에 따라 상당부분 변할 것으로 봅니다.
이념에 따른다면, 자민련이나 중부권신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같은 색으로 묶여질 수도 있는 겁니까?
단정할 순 없죠. 저는 남북관계, 북핵문제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긴장이 더 높아질 수도 있구요. 이런 남북관계라든가 또 빈부격차라든가 민생문제 등 사회문제가 정당 구조에 큰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북핵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번 4차회담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그건 미봉 아닙니까? 예전보다 실질적으로 나아진 게 없다고 봐요. 미봉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종기가 있으면 바로 처치해야 하는데, 그냥 놔두면 나중에 수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벌써 북한은 먼저 경수로를 제공해라, 그 다음에 핵포기 절차를 얘기하자고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시장이 경선 문제와 관련해서 "자신은 이인제 의원과 다르다"는 얘길 했는데요?
별 생각 없어요. 그 분이 얼마나 진실을 알고 그런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정동영 장관, 김근태 장관 복귀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여권 내부 문제이고, 그 분들이 정부에 있거나 당으로 오거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삼성이 큰 곤욕을 치르는데, 삼성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죠. 삼성이라고 특별히 봐주거나 가혹하게 다루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보기엔 삼성이기 때문에 여론에서 더 가혹하게 다룬다든가 어떻게 해야 한다든가 하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물밑에서는 삼성이기 때문에 봐줘야 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겉으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동안은 삼성이기 때문에 문제삼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지 않았나요?
제가 그 분야를 다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삼성이든 중소기업이든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용조용히 해야 하지 않습니까? 왜 이런 문제를 이렇게 시끄럽게 사회이슈화 합니까? 그렇게 이슈화 하는 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다른 메세지로 경제하는 분들께 전달됩니다. 경제가 위축되면 고통 당하는 사람은 결국 국민입니다.
행정수도에 대해 헌법소원 판결은 어떻게 나올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저는 헌법소원으로 끌고 가는 걸 찬성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출마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저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걸 하늘의 뜻에, 국민의 마음에 맡길 생각입니다. 기회가 오고 안오고 저는 저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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