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이 이달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기존 사외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 100대 상장사(시가총액 기준) 가운데 68곳이 이달 주주총회에서 총 178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 중 52.3%인 93명은 기존의 사외이사를 다시 선임하고 85명(47.8%)은 새로 뽑을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현대건설, GS 등 상당수의 기업이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강일형 전 국세청 대전지방청장과 임형철 전 공정위 정책국장 등 2명을, 포스코는 기존 사외이사 4명 중 3명을 이번에 각각 재선임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16일 주총에서 윤동민 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현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을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하기로 했다.
신규·재선임되는 사외이사들을 직업별로 보면 교수가 6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부 고위 관료나 권력기관 출신이 57명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로비용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고급 공무원은 장·차관을 포함해 29명에 달했다. 장관급만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고려아연),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효성),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BS금융지주), 이환균 전 건설교통부 장관(SKC&C),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대한항공),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KCC), 김인호 전 공정거래위원장(KT&G) 등 7명이 있다.
권력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도 적지 않다. 검사장급 등 검찰 출신 11명, 국세청 출신이 9명, 대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간부를 지낸 사람이 8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검찰에서는 김태현 전 대검 감찰부장(롯데쇼핑), 박용석 전 법무연수원장(현대산업개발),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신세계) 등이 새로 선임됐고 공정위에서는 주순식 전 상임위원(현대중공업·SKC&C), 이동훈 전 사무처장(현대글로비스) 등이 신규선임됐다.
국세청에서는 이주석 전 서울지방청장(대한항공), 임성균 전 광주지방청장(대림산업) 등이 새로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인은 37명이었다. 그 다음으로 언론인 8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5명, 법원 3명, 한국은행 2명, 연구원 등 기타 4명 등이다.
두 개 이상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사람은 신희택 서울대 교수(두산·우리금융), 송재용 서울대 교수(아모레퍼시픽·롯데제과), 주순식 전 공정위 상임위원(현대중공업·SKC&C) 등 3명이다.[BestNocut_R]
이밖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대한항공에, 황건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KB금융지주에 각각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재선임돼 대주주와 사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등 경영감시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사외이사로 참석해서 찬성한 이사회 결의 사항이 나중에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는 사주 못지않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 사외이사로서 의무조항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무부는 사외이사의 지나친 겸직을 막기 위해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포함해 3개 이상의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지 못하도록 제한한 상법 개정안 시행령을 내년 4월 15일부터 시행한다. 3개 이상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은 사람은 내년 4월까지 자리를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