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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원혜영 여야 대표의 ''인연''이 새삼 화제다. 17대 국회에서 같은 상임위(당시 행자위)에서 활동한 적은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묘한 구석은 있었다. 우선 당초 둘 다 대표직을 맡으려는 계획은 없었지만 어찌어찌하다가 비슷한 시기에 여야의 사령탑에 오른 것부터가 닮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선관위 DDoS 공격''이라는 한나라당 최대 악재 속에서 당의 쇄신을 임무로 부여받고 대표에 추대됐다.
원 공동대표는 손학규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다음달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전까지 임시로 대표직을 맡게됐다.
원 대표가 51년생, 박 비대위원장이 52년생이지만 2월생인 박 전 대표가 학교를 일찍 들어가면서 고등학교 졸업시기와 대학 학번은 같다.
원혜영 대표는 서울대 재학시절 교양학부 학생회장 등을 지냈으나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3번이나 제적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75년~76년에는 독재 반대 운동을 하다 2번이나 옥살이를 경험했다.
이 시기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숨진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대리(74년~79년)를 하고 있었다.
세종시 논란이 한창 불거졌을 때 박근혜 의원은 원혜영 의원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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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2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 이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원혜영 의원은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세종시와 관련해) 의원들이 지역에서 표를 얻느냐, 보스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사과할 의사가 없느냐"고 쏘아붙이 일이 있었다.
당시는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립하고 있을 때였다.
대정부 질문이 끝나고 박 전 대표는 원혜영 의원에게 다가가 "말씀 잘 들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BestNocut_R]
이후 평생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둘은 ''김정일 사망''이라는 초대형 이슈 앞에서 여야 대표의 직함을 갖고 또다시 만났다.
원 대표가 ''국회 조문단''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21일 박 비대위원장을 예방하는 형식이었다. 웃으면서 시작한 면담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국회차원에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조문단 구성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원 대표가 운을 뗐으나 박 대표는 "이런 문제는 정부의 기본방침과 다르게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박, 원 두 대표는 22일 나란히 청와대로 향한다. 여야 대표에게 ''김정일 사망'' 관련, 긴급회동을 요청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