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중소기업에 대한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데 이어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들도 사업 확장 자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6월 초에 열리는 사업조정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과 LG는 최근 계열사와 1차 협력업체 위주로 MRO 사업을 벌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MRO 사업이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소모성 자재를 MRO 업체들이 구매대행을 해주는 과정에서, 소모성 자재를 생산·납품해온 중소영세 업체들은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받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소모성자재 납품 중소영세 업체들이 대기업 MRO에 거래처를 계속 잠식당하고 있어, 지역 상권마저 붕괴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용재협회와 한국베어링판매협회는 지난해 4월 중소기업청에 아이마켓코리아(IMK, 삼성 계열사), 서브원(LG 계열사), 엔투비(포스코 계열사), 코리아이플랫폼(KeP, 코오롱 계열사) 등 4개사를 대상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포스코 계열사인 엔투비는 기존 공급처를 제외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투비는 현재 포스코와 한진, KCC 등 3개 그룹 계열사와 포스코의 1차 협력업체 대해 소모성 자재를 구매대행하고 있다. 엔투비는 포스코가 64.26%, 한진이 22.5%, KCC가 6.25%, 기타 6.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엔투비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6월 3일 중소기업청 주관의 4차 ''사업조정회의'' 이후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도 "신규확장 금지 요구에는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 계열사인 KeP도 사업조정회의 결과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사업조정회의에서 구매대행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합의를 바탕으로 MRO 관련 중소기업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eP는 주주구성이 다양해, 다른 대기업 MRO에 비해 그룹 계열사 이외의 매출 비중이 78%로 높다. 4월말 현재 KeP 주주는 코오롱아이넷(52.2%)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10%), 아시아에볼루션코리아(7.6%), SK이노베이션(6.4%), 이수(3.3%), SK네트웍스(3.2%) 등 다양하다.
베어링판매협회 김윤식 사무국장은 "이번 사업조정 회의에서 대기업에 대해 MRO사업을 그룹 계열사와 1차 협력업체로 제한하고, 기존 고객사 중 그룹계열사와 1차 협력업체가 아닌 경우 계약 만료시 거래를 중단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조정회의는 다른 대기업의 MRO 사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KT커머스와 MRO코리아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KT와 SK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와 SK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KT관계자는 "우리는 삼성이나 LG와는 MRO의 성격이 다르다"며 "중소기업청이 내릴 4대 MRO 사업자에 대한 권고조치 및 해당 사업자들의 결정사항에 따라 추후 방향성에 대한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커머스는 지난 2003년부터 KT계열사만을 대상으로 구매대행사업을 진행하다 지난해부터 외부 MRO사업을 본격화했다.
SK그룹은 MRO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여부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MRO코리아는 주로 그룹 일부 계열사에만 소모성자재를 공급하고 있다"며 "사업영역도 사무용품, 전산용품, 건자재 등으로 국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MRO코리아는 70~80여개 계열사 중 SK건설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소모성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협력업체 중에서는 SK건설 협력업체,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건설과 남양유업, 공기업 중에서는 서울시 광진구 시설관리공단에 소모성자재를 공급하는 정도라고 SK그룹측은 설명했다.
MRO코리아는 SK네트웍스와 미국내 MRO업계의 대표주자인 미국의 Grainger사가 각각 51% 대 49%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됐다.
앞서,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BestNocut_R]
삼성그룹은 "IMK는 계열사와 1차 협력사 외에는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지 않고, 기존 거래가 만료되는 대로 정부와 공공기관 입찰에도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의 MRO업체인 서브원도 계열사와 1차 협력사 외에는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지 않기로 했다. 서브원은 다만, 정부와 공공기관 입찰에는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주요 MRO의 사업 현황을 보면, 서브원이 매출 3조 8,477억원에 영업이익 1,812억원(영업이익률 4.7%), IMK가 1조 5,491억원에 390억원(2.5%), 엔투비가 6,036원에 25억원(0.4%), KeP 4,639억원에 54억원(1.2%), KT커머스가 1,625억원에 19억원(1.2%)을 기록했다.
MRO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024억원에 5백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계열사 매출은 61%에 달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엔투비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과 관련해, "삼성과 LG의 경우, MRO업체와 공급받는 업체가 낮아진 납품 단가분을 반반씩 나눠갖는 구조여서, MRO업체가 납품단가를 터무니없이 깎아 납품업체를 어렵게 하지만, 엔투비는 물품 대금의 2~2.5%에 이르는 구매대행 수수료만 챙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