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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은신처에 숨어있던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것을 놓고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미국내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빈 라덴이 적어도 1년 이상 파키스탄군 군사 학교 주변에 숨어 있었는데도 파키스탄 정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무능 때문이거나 빈 라덴을 일부러 숨겨주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빈 라덴의 사살 이후 미 의회는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당)은 3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에 대해 파키스탄이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고 밝혔고 수잔 콜린스 하원의원(공화당)은 "파키스탄에 더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군사적 지원에 여러 부대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은 이번 작전과 관련해 미-파키스탄 관계를 재검토하는 청문회를 이번 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도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불신감을 가져왔다. 존 브레넌 백악관 안보,대테러 보좌관은 전날 "빈 라덴이 파키스탄 내 지원없이 오랫동안 숨어지낼 수 있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며 파키스탄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이어 "이번 작전은 파키스탄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짜여졌다"며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이 파키스탄 영공을 벗어날 때까지 파키스탄측에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 역시 이날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이 작전을 오히려 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따라 파키스탄과의 공조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알았다면 빈 라덴을 공격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도 "미군의 작전은 파키스탄의 주권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해 있는 파키스탄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대가로 해마다 180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미국으로부터 받아왔다. 그러나 아프간 탈레반 정권과 알 카에다 세력들과도 뒷거래를 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올 1월 CIA 요원이 파키스탄인을 권총으로 살해해 파키스탄 정부가 그를 구속하자 미국 정부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등 양국은 순탄치 않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