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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대화…파국 치닫는 남북항 연결도로 갈등

실력행사 주민들, ''지하도로 요구'' vs 영도구청장 "법적처리" 강경방침…물리적 충돌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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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부산 영도구청 대회의실 앞 입구에는 구청 직원들이 동원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날 예정된 어윤태 영도구청장의 긴급 기자회견을 앞두고, 항의하는 주민들의 출입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하루 앞선 지난 21일 오전에는 영도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형오 의원이 한국테크노과학고에서 열린 영도구청장배 생활체육대회에 참석차 방문했다가, 면담을 요구하는 몇몇 주민들에게 막혀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어 구청장은 김형오 의원의 차를 막아서며 항의시위를 벌인 지하차도추진위원회 주민들을 지목하며 "행사장이 불법과 폭력의 장으로 얼룩진데 대해 행정 책임자로서 매우 부끄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가도로 건설에 따른 피해보상과 인센티브를 얻어내야 한다"며 "폭력과 고성, 협박과 떼쓰기가 아닌 이성적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하면서도 "불법적 방법이나 요구에는 상응하는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어윤태 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지하차도추진위원회 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끝내 지하차도추진위원회 측 주민들의 회견장 입장을 막았다.

회견장인 대회의실에 입장하지 못한 추진위 측 관계자들은 영도구청 로비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은 주민들인데 구청장이 주민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국회의원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지하차도를 추진하겠다던 김형오 의원이 고가도로 건설방침에 대해 수수방관 물러나 앉아 주민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생각도 않고 오로지 힘으로만 강압 제지하려 해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 5년째 평행선 달린 남북항 연결도로 갈등, 결국 물리적 충돌 양상으로

영도구를 가로지르는 남북항 연결도로를 고가로 할 것인지, 지하차도로 건설할 것인지를 놓고 벌어진 부산시와 주민들 간의 논란은 지난 2005년부터 무려 5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부산시는 ''각종 기술검토 결과 지하차도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지하차도추진위는 ''속도를 시속 70킬로미터로 낮추면 지하차도 건설이 가능한데도 부산시가 고가도로를 고집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0월 부산시가 북항대교의 준공시기에 맞춰 연결도로 건설을 더 늦출 수 없다며 고가도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태는 극한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추진위 소속 주민들은 사무실 개소식과 저서 출판기념회 등으로 김형오 의원이 부산시에 내려올때마다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여 김 의원을 봉변에 빠뜨렸고, 급기야 공사 착공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남항대교 아래 수변공원에 천막을 치고 집단농성에 들어갔다. [BestNocut_R]

주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가운데, 이날 어윤태 구청장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경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5년을 끌어온 남북항 연결도로 갈등은 물리적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반대가 심하고 갈등이 깊은 문제일수록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행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고가도로 건설 입장만을 고수해 5년 동안 오히려 논란을 키워 온 부산시의 처사가 결국 파국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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