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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성산구와 마산합포구를 잇는 길이 1.7km, 높이 64m의 마창대교에서 투신자살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방지대책이 사실상 전무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마창대교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떨어져 숨졌다. 이날 오전 9시 48분 김 모(43) 씨가 아들(11)을 밀어 떨어뜨린 뒤, 곧바로 자신도 바다로 뛰어내려 숨지는 끔찍한 사고였다.
지난해 아내를 암으로 잃은 김 씨는 최근에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다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새벽에도 최 모(63) 씨가 마창대교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8년 7월 마창대교가 개통한 이후 첫해 2명, 지난해 7명, 올들어 5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모두 14명이 투신자살했다.
이는 개통 이후 5년 동안 18명이 사망한 부산 광안대교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처럼 자살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마창대교의 안전시설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선 마창대교는 난간 높이가 어른의 허리 높이밖에 되지않기 때문에 자살과 같은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리 난간 높이를 높이면, 순찰팀이 출동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데다, 심리적인 압박을 통해 충동적인 자살을 막을 수 있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다리 위에 차량을 정차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보행자가 다리 위를 다녀도 이를 막는 직원도 없는 데다, 다리에 설치된 CCTV는 8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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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지적은, 개통 후 첫 자살자 나왔을 때부터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마창대교 측이 탁월한 바다 조망과 접근성, 막대한 예산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마창대교 측이 자살 방지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나오게 하고 있다.
특히, 다른 다리와 비교하면 마창대교의 자살방지 대책의 부재는 확연히 대조된다.
부산 광안대교의 경우, 41대나 되는 CCTV가 설치돼 보행자가 접근하면 곧바로 경광등이 켜지고 안내방송이 나오는가 하면, 차를 정차할 경우, 순찰팀이 출동하는 등 보행자와 차량 정차를 원천차단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또, 13일 밤에는 부산 영도구 남항대교 위에서 30대 남성이 다리 난간 위에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였지만, 순찰대에 발각돼 결국 구조되기도 하는 등 자살예방을 위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창대교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자살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BestNocut_R]
경상남도 자살예방협회 이주경 사무국장은 "마창대교는 난간이 낮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뛰어내릴 수 있고, CCTV도 자살자를 발견하고 뛰어나가기에는 너무 늦다"며 "미관적인 문제 따를 수 있겠지만, 펜스를 설치한다든지, 안전시설을 개선해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을 많이 한 곳이라고 소문이 나면 자살 시도가 더욱 많아질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난간을 높이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안전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부풀려진 통행량 예측으로 해마다 민간사업자의 적자 보전을 위해 경남도민의 혈세가 100억이 넘게 투입되면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마창대교가 자살방지 시스템까지 제대로 갖추지 못해 지역명소는커녕, 자살명소가 될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