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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부시 : 카트리나 = 오바마 :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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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 환경 대재앙 우려...오바마, 대응책 마련 부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국가적 재난사태의 ''난제''를 만났다.

    지난달 20일 멕시코만 석유시추시설 폭발사고로 인한 기름유출이 상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저 유정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원유 유출량은 하루 평균 5천배럴(21만갤런).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 한달 보름정도 계속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름유출 사고로 기록된 1989년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의 1천100만갤런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시 발데즈호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면서 무려 1천900㎞에 달하는 알래스카 연안이 오염됐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한 기름유출량이 하루 평균 5만배럴(210만갤런)로 추산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미 ''딥 워터 호라이즌''에서 유출된 원유의 기름띠 넓이는 9천900㎢로 퍼졌고, 점차 미국 남부지역 연안으로 접근해오고 있다. 엄청난 생태계 파괴와 경제적 손실이 우려되면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름 유출사고로 해양 및 인근 연안의 생태계가 향후 10-20년 동안 끔찍한 파괴를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직원 11명이 실종되고 17명이 부상한 이번 사고는 발생 초기만해도 기름 유출 차단과 기름띠 확산을 막는 방제작업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실제로 사고가 난 석유시추시설을 임차해 사용해온 영국 석유회사 BP는 100% 방제를 호언장담하며 로봇 잠수정 10대를 동원해 해저유정 폐쇄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오바마 대통령은 부랴부랴 성명을 발표하고 기름 오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국토안보부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지 9일이 지나서야 이번 사태를 ''국가적 중대사''로 규정한 뒤 2천여명의 연방정부 인력과 방제선, 항공기 3백여대를 투입해 총력 방제작업에 나섰고, 국방부도 뒤늦게 6천명의 루이지애나주 방위군 동원을 승인했다.

    대다수 언론들은 2005년 1천5백여명의 희생자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당시 부시 행정부의 늑장대응을 상기시키며 오바마 행정부도 이번 사고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방제작업에 대한 1차 책임은 석유시추시설을 소유한 BP사에 있지만 감독권은 미 해안경비대가 갖고 있는 만큼 사태 초기에 연방정부가 긴밀한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BP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자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미국 정부의 태도에 간접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방정부가 기름 유출사고 발생 초기에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정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BP사에 과도하게 의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보수논객인 러쉬 림보는 이번 기름유출 사고를 "오바마판 카트리나"로 표현하면서 오바마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질타하고 나섰다.

    이에 백악관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더욱이 이번 사고는 정치적 공세의 대상이 아니다"며 반박했지만 긴장속에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표정이다.

    결국 기름유출 사고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고 발생 12일이 지난 2일에야 피해지역을 방문하기로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8년 재임 중반부터 곤두박질쳤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트리나 피해 당시 초기에 안일하게 대응했던 점을 오바마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부시의 두뇌''로 불리는 칼 로브 전 백악관 정치고문은 최근 자서전 ''용기와 결과''에서 "부시 대통령이 카트리나 피해 당시 즉각 뉴올리언즈에 가지 못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회고했다.

    건강보험 개혁에 이어 금융개혁, 이민개혁 등 굵직굵직한 국정 운영과제들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그러나 지도자의 리더십은 국가적 재난과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는 교훈을 이번 기름유출 사고를 통해 오바마는 새삼 실감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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