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된 가덕도등대 보존건축물(왼쪽)과 2002년 7월 새로 건립된 등대(오른쪽) (부산해양항만청 제공/노컷뉴스)
부산 가덕도 등대가 4일 점등 10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갖고, 100주년 기념관을 개관한다.
가덕도 등대는 한일합방의 국치를 겪기 직전인 대한제국 융희3년(1909년) 12월 25일에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당초 등대 설립날짜가 1910년 6월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100주년 기념관 개관준비를 하면서 자료를 모으던 중 1909년 12월 25일에 첫 점등을 했다는 기록이 담긴 대한제국 관보가 발견됐다.
가덕도 등대는 1906년 12월에 점등한 영도등대에 이어 부산에서 두번째로 들어선 등대로 부산에 3개만 남아있는 유인등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구한말 건축양식 원형 그대로 보존..아픈 역사 담은 등대전체가 하얀색으로 멋스럽게 지어져 구한말 건축양식이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덕도 등대는 부산시 지정문화재이자 국토해양부 등대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0년된 가덕도등대 보존건축물(부산해양항만청/노컷뉴스)
구한말 국운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 들어선 가덕도 등대의 탄생은 우리의 아픈 역사와도 맞닿아있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문호를 강제로 개방하기 위해 1876년 굴욕적인 강화도 조약을 맺으면서 국내 주요 항구에 선박이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등대를 세울 것을 조약에 명시한 것이다.
1903년 인천 팔미도 등대를 시작으로 등대가 하나둘 씩 생겨났고, 그만큼 외세 열강의 침탈도 더욱 노골화 돼 갔다.
등대는 변함없이 불빛을 밝혔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주변 환경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금은 선박이 가덕도 등대를 지나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 신항이 그 웅장한 규모를 드러낸다.
지금의 가덕도 등대는 외세열강 침탈의 아픈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 신항으로 들고 나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표지판으로 거듭났다.
100년의 역사를 지켜온 가덕도 등대가 아픈 역사를 딛고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부산의 또 하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가덕도 등대, 등대숙박체험 등 체험관으로 각광
가덕도 등대는 역경을 극복한 역사를 체험하고 해양문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체험관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가덕도등대 100주년 기념관 전경(부산해양항만청 제공/노컷뉴스)
가덕도 등대는 이전에도 건물이 일반에 개방돼 등대숙박체험을 할 수 있었으나, 체험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번에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을 개관하고 이곳에 추가 숙박시설과 교육장 등이 마련됐다.
기념관에는 또 등대의 1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자료가 전시돼 있고, 가덕도라는 섬지역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알아 볼 수 있는 민속자료도 갖춰 등대숙박체험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4일 가덕도등대 100주년 기념식을 치른 뒤 각종 세미나와 전시회, ''전국 등대원 워크샵'' 등을 개최한 뒤 다음달 30일까지 학술단체와 장애우, 학생, 문화단체를 대상으로 가덕도등대 체험 교실도 개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