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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마을 ''보봉'' 탄소제로도시를 꿈꾸다

[기획보도②]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안, 탄소제로도시

20세기가 ''탄소 경제(Carbon Economy)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탄소 제로 경제(Carbon Zero Economy) 시대''이다. 무분별한 화석 에너지의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면서 기후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탄소 배출 축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되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녹색기술 개발과 이를 활용한 제로 에너지 개발(Zero Energy Development) 개념을 도시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 저감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과 영국, UAE 등 세계 각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전라남도가 추진 중인 서남해안레저관광도시와 무안 기업도시의 탄소제로도시 개발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 시에는 태양 에너지 주거단지의 모델로 손꼽히는 마을이 있다.

바로 보봉(Vauban) 마을이다. 보봉 마을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처럼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프랑스군이 주둔하던 지역이었다.

1992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프랑스군이 철수하자 신도시 개발이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보봉 포럼''''이 결성돼 친환경 도시 건설을 추진했다. 그 결과 주민의 참여 속에 마을의 미래상이 그려진 보봉 마을은 친환경 생태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보봉 마을은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 3㎞가량 떨어진 지역에 가족 단위의 생활을 고려해 설계 조성됐다. 5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보봉 마을이 탄소제로도시 또는 탄소중립도시로 각광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시설 때문이다.

보봉 마을에 들어서면 주택단지 곳곳의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이 먼저 눈길을 끈다. 보봉 마을의 태양광 에너지 주택은 일명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불린다. 단열을 통해 건물 내부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주택이어서 패시브 하우스로 불리는 것이다. 또 마을 주차장 건물 지붕에도 태양광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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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라 하우스, 전기 판매…잉여 에너지 주택

보봉 마을에서는 지난 2002년 완공된 솔라 하우스(solar house)가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태양광 연립주택인 솔라 하우스는 동일한 규모의 일반 가정집보다 15%가량 건축비용이 더 소요된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고려하면 추가로 소요되는 건축비가 2년가량이면 회수된다는 게 태양 에너지 주택 건축가 롤프 디쉬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솔라 하우스는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데, ㎾당 0.23유로에 전기를 구매하는 대신 0.5유로에 전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솔라 하우스는 잉여 에너지 주택(surplus-energy house)으로 불린다.

솔라 하우스가 이처럼 잉여 에너지 주택으로 불리는 비결은 태양광 발전시설과 함께 완벽한 단열 시스템 때문이다. 솔라 하우스는 빛이 잘 들도록 모두 남향으로 시공된 것은 물론 집의 남쪽에는 큰 채광창이 설치돼 있다.

또 단열재가 들어간 벽이 무려 30㎝이고, 창문은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간에 아르곤 가스가 들어간 3중창이고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열 회수 장치가 설치된 환기 설비도 갖춰져 있다.

이처럼 집 안으로 들어온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솔라 하우스는 별도의 난방 시설이 없다. 난방 시설 없이도 겨울을 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여름에는 태양빛이 덜 들어오도록 슬라이드가 설치돼 있고 통풍이 잘 되는 구조여서 별도의 냉방 장치도 필요 없다. 당연히 에어컨이 필요 없는 주택 구조이다.

솔라 에너지 건축 사무소 홍보 마케팅 부장인 토비아스 부베씨는 ''''솔라 하우스는 현재 59가구가 설치돼 있는데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좋아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잉여 에너지 주택의 특성상 전기 판매를 통해 본전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솔라 하우스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또 태양광 전지판과 조화를 이룬 각종 색깔의 외벽은 미적 감각도 고려해 설계됐다. 때문에 솔라 하우스를 보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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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리오트롭, 에너지 생산하는 주택

솔라 하우스와 함께 보봉 마을의 랜드 마크는 헬리오트롭(heliotrope)이다. 헬리오트롭은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주택이 아니라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주택이다.

세계 최초의 회전형 태양광 주택인 헬리오트롭은 주택 자체가 해바라기처럼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400도로 회전하는 원통형의 목조 3층 주택이다.

3중창과 단열재가 들어간 30㎝의 벽이 외부로 열이 빠져 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빗물을 저장해 사용하며 진공관과 우드 팰릿(wood pellet) 보일러로 물을 데워 난방에 사용하는 실험적인 주택이다.

170만 유로(약 31억 원)가 들어간 이 집은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해 자체 전기 소비량의 5배 이상을 생산해 지역 전력회사인 바데노바(badenova)사에 판매하고 있다. 헬리오트롭은 소비되는 에너지가 모두 재생 에너지로 충당되고, 탄소 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 명실상부한 탄소제로주택인 셈이다.

이 집에는 태양 에너지 건축가인 롤프 디쉬씨가 가족과 함께 실제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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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대신 전차·자전거 사용…필요시 ''카 쉐어링'' 이용

보봉 마을이 태양 에너지와 함께 탄소제로도시의 모델로 거론되는 것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교통체계도 한몫했다. 보봉 마을에는 자동차 통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개인 소유의 차량들도 마을 공용 주차장에 세워지기 때문이다.

2006년 새 전차 노선이 개통되면서 보봉 마을로 전차가 들어오게 되자 승용차 이용의 필요성은 더욱 줄었다. 주민들은 자동차 대신 전차를 이용하거나 집집마다 1-2대씩 가지고 있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생활화되었다. 솔라 하우스의 경우 자전거 전용 창고가 있을 정도로 보봉 마을에서는 자전거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다.[BestNocut_R]

자동차 사용이 제한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을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쾌적한 환경이 조성됐다.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지만 쾌적한 주거환경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말이다.

자동차 사용이 줄면서 교통사고가 감소한 것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면서 대기오염도 줄이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자동차가 있더라도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공용 주차장에 주차해야 되기 때문에 자연히 자동차 사용을 멀리하게 된다. 자동차가 필요할 때는 지역 공동체에서 마련한 카 쉐어링(car sharing)을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한 뒤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만 하면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이밖에 보봉 마을은 조명 등을 위해 필요한 전기를 화석 에너지 대신 바이오 가스 등으로 가동되는 열병합 발전소를 통해 얻고 있다.

주택에 빗물 저장장치가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마을 도로에도 빗물을 모을 수 있는 홈이 파여 있어 빗물을 모아 재활용한다.

''''보봉 포럼''''을 통해 마을 공동체도 잘 형성돼 있어 보봉 마을은 탄소제로도시의 모범 사례이자 공동체 의식이 뛰어난 지역으로 세계 각국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의 환경운동가들이 친환경 생태주거지역의 모범으로 손꼽는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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