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연합뉴스6·3 지방선거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마다 대규모 파크골프장 조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유권자 다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보이지만, 관련 규정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난립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부산시장 후보들과 강서구청장 후보들은 일제히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부산어르신 파크골프축제' 현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파크골프가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 생활체육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이 자리에서 "부산의 파크골프장이 모두 570홀이 된다"며 "앞으로 2~3년 안에 800홀, 900홀까지 확대해 부산이 전국 최고의 파크골프 성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는 지난 주말 아산 이순신파크골프장을 찾아 천안·아산 파크골프장 확충 공약을 내세웠고, 같은 당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도 시 전역에 360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파크골프 활성화 5대 약속'을 통해 집에서 30분 거리의 파크골프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명식 충북 진천군수 후보는 백곡면 참숯클러스터 인근에 36홀 규모 관광형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파크골프장을 둘러싸고 하천과 도시공원의 불법 점용 등 관련 규정 미비에 따른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철 공약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겨날 경우 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사단법인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일본 홋카이도의 한 공원에서 1983년 처음 시작된 파크골프는 현재 1200여 개 시설에서 100만여 명이 즐기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 여의도 한강파크골프장을 시작으로 공식 보급됐는데, 최근 들어 참여 인원이 급증하고 있다. 협회 등록 회원 수는 2020년 약 4만 5천 명에서 2025년 22만 9천 명으로 늘었고, 비회원과 자유이용자 등을 포함한 전체 이용 인구는 6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정부도 최근 각종 규제를 완화해왔다. 정부는 2024년 6월 체육시설법을 개정해 파크골프장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고, 2025년 1월에는 '국민불편 민생규제 개선방안'을 통해 그린벨트 내 파크골프장 설치도 허용했다.
입법조사처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파악한 파크골프장 점용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기준 국가하천에 182개, 지방하천에 204개, 도시공원 내에 8개 시설이 설치됐다. 이 가운데 국가하천에서는 4개 시설이 불법 조성됐고, 지방하천에서는 최근 5년간 총 24개소가 불법 조성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국가하천 구역 내 파크골프장은 '하천법' 제33조에 따라 하천관리청의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농약 사용이나 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 훼손, 하천 범람 우려 등으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설치·운영되는 경우 불법 조성에 해당한다.
기후부는 지난 3월 '하천점용허가 세부기준'을 개정해 하천의 공공성과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파크골프장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 했지만, 도시공원과 그린벨트, 체육시설 부지 등에 파크골프장이 확산하는 문제까지 포괄하지는 못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도시공원 내 8개소, 그린벨트 내 22개소를 포함해 하천구역 외 지역에 조성되는 파크골프장에 대한 관리 기준은 미비한 상황"이라며 "해당 시설들은 상대적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부는 최근 전북 정읍시가 신청한 내장산국립공원 공원자연환경지구 내 32홀 규모 파크골프장 신설을 허가했다가 지역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시설은 축구장 6개 면적에 달하는 규모다.
기후부는 단풍철을 제외한 비수기에 활용되지 않고 방치된 공원 입구 주차장을 유휴 기간에 한해 체육시설로 중복 활용하는 것일 뿐이며, 3년간 시범 운영 뒤 생태계 영향과 환경적 합리성, 사업 효과 등을 모니터링해 설치·운영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일반 도심의 도시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설치할 때에도 '30만㎡ 이상 근린공원에 6홀 이하 규모'로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며 "최상위 보전구역인 국립공원에 도심 기준의 5배가 넘는 32홀 규모 전문 체육시설을 허가한 것은 형평성과 보전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며 전국 각지에서 파크골프장 조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모든 파크골프장에 공통 적용할 수 있는 입지 적정 기준과 환경 기준 등에 관한 표준안을 마련하고, 장소별 특성에 맞는 세부 기준을 연계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파크골프장 조성 과정의 혼선을 줄이고 기준 미비에 따른 불법 조성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다수의 파크골프장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조성돼 약 70%가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아직은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생활체육이라기보다 '고령층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도 공공시설 사유화 논란과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