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연합뉴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던진 금융 구조 개편 화두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직접 답했다. 한국 금융이 '3개의 층'으로 이뤄져야 하고, 각 층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1층인 제도권 금융이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한다며 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실장의 SNS 메시지 이후 소통 했냐는 질문에 "포용금융은 금융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항상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이라면서 "우리 팀들과도 서로 치열하게 논의했고 이 기회를 통해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잠깐 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1층은 제도권 금융, 2층은 정책서민금융, 3층은 이른바 '재기금융'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1층이 제 역할을 못하니 모든 부담이 2층으로 올라오고 3층은 완전한 사각지대가 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그는 "1층에서 밀려난 분들이 중금리 크레바스를 뛰어넘어 고금리로 이동하는 금리단층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금융기관이 가장 쉽고 안전한 쪽으로만 가다 보니 신용평가 시스템이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고착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금융기관의 본연의 역할은 위험을 선별하고 미래를 판별하는 것인데 편한 방식으로만 가니 금융의 문턱은 높고 금융의 경제는 굉장히 좁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에서 많이 받아주면 2층에서는 좀 더 선별하면서 사례관리도 하고 체계적으로 갈 수 있는데 지금은 대량으로 넘어오다 보니 획일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3년·4년·10년 뒤에 재기할 수 있는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은행 예금이 아닌 완화된 재원이 필요하고 1년에 90일이 아니라 길게 보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며 청년미래이음대출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앞서 김 실장은 SNS를 통해 "신용등급은 과거의 잔상"이라며 금융 구조 개편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상위 등급은 낮은 금리로 안온하게 자금을 조달하지만 그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고금리의 절벽이 기다린다. 그 두 지점 사이가 크게 비어 있다"는 진단이었다. 한국 금융시장을 "가운데만 휑하게 뚫린 커다란 도넛"에 비유하며 은행권의 체리피킹 관행과 낡은 신용평가 체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실장의 메시지에 이어 이 위원장의 이같은 문제의식은 이번 포용금융전략추진단 출범으로 구체화됐다. 추진단 신용인프라 분과에서는 과거 연체 이력 위주의 신용평가체계를 개편해 비금융 정보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산업 분과에서는 건전성 규제가 포용금융을 억제하는 측면이 없는지 살펴보고 인터넷은행·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의 본래 역할도 되짚는다.
이 위원장은 "얼마나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시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용범 실장이나 금융위 직원이나 항상 이 부분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