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위민, 아쉬운 패배. 연합뉴스안방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 대결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수원FC위민의 박길영 감독이 아쉬움과 속상함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수원FC위민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북한 내고향 여자축구단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수원FC위민은 WK리그 팀 최초의 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서 놓치게 됐다. 지난 시즌 인천현대제철에 이어 한국 팀이 또 한 번 4강의 문턱을 넘지 못한 아쉬운 결과다.
이날 경기는 축구 종목으로만 한정했을 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성사된 남북 대결로 큰 주목을 받았다. 뜨거운 관심 속에 예매 시작 12시간 만에 구단 역사상 최초로 티켓이 매진됐으며, 경기 당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5763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홈팀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수원FC위민의 안방인 수원종합운동장이었음에도, 이날 구성된 공동응원단은 사실상 상대 팀인 내고향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정부가 남북 상호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이들에게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했으나, 결과적으로 홈경기의 이점이 사라진 채 원정 경기와 다름없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수원FC위민은 슈팅 숫자에서 17-7로 크게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에만 10개의 슈팅을 몰아친 수원FC위민은 후반 4분 만에 하루히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후반 들어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아쉬움을 삼켰다. 선제골 6분 뒤 내고향 리유정의 프리킥에 이은 최금옥의 헤더로 동점 골을 허용했고, 후반 22분에는 수비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김경영에게 헤더 역전 골로 내주며 리드를 빼앗겼다. 후반 34분에는 지소연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으나 슈팅이 골대 왼쪽으로 벗어나며 동점 기회를 놓쳤다. 지소연은 경기 종료 후 미안함에 눈물을 쏟아냈다.
페널티킥 실축한 지소연. 연합뉴스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박길영 감독은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박 감독은 "우리가 대한민국 여자축구팀 수원FC위민"이라고 운을 뗀 뒤, "경기 중 반대편 관중석(공동응원단)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사실 경기 내내 많이 속상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죄송하다"며 "이렇게 많은 관중과 취재진 앞에서 경기한 것도 처음이라 반가웠고 설레기도 했다. 선수들 모두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임했는데, 관심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했던 승리를 가져오지 못해 너무 아쉽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감독은 페널티킥을 실축한 베테랑 지소연을 감싸 안으며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보였다. 그는 "전반에 선수들이 한 발짝 더 뛴다는 각오로 임했는데 찾아온 기회들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며 "지소연 선수에게 페널티킥을 맡긴 것은 나다. 모든 결과와 책임은 감독인 내가 감당할 테니,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지 말고 들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이번 경기가 한국 여자축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리고, 팬들이 다시 한번 경기장을 찾아오게 만드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