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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가 덮치는 제국, 몸에서 자란 나무…'오염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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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괴수가 덮치는 제국, 몸에서 자란 나무…'오염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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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와 판타지 결합한 로버트 잭슨 베넷 장편

    황금가지 제공황금가지 제공
    하룻밤 사이 사람의 몸을 뚫고 거대한 나무가 자라난다. 전대미문의 암살 사건을 맡은 이는 집 밖으로 거의 나서지 않는 괴팍한 천재 수사관 아나 돌라브라와, 완전기억능력을 지녔지만 난독증을 가진 초짜 조수 딘이다.

    휴고상과 세계환상문학상을 받은 로버트 잭슨 베넷의 장편소설 '오염된 잔'은 거대 괴수 '레비아탄'이 우기마다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기괴한 살인 사건 뒤에 숨은 음모를 추적하는 판타지 미스터리다.

    작품은 고전 탐정 서사의 골격 위에 거대한 세계관을 겹쳐 올린다. 아나는 안락의자 탐정을 연상시키는 은둔형 천재이고, 딘은 그의 눈과 발이 되어 현장을 누빈다. '셜록 홈즈'식 탐정과 조수의 구도, '나이브스 아웃'을 떠올리게 하는 추리의 쾌감, '진격의 거인'처럼 벽 너머 괴수가 침공하는 설정이 한데 맞물린다.

    소설 속 제국은 레비아탄의 피를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개조하는 '서블라임' 시스템을 운용한다. 어떤 이는 압도적인 계산 능력을, 어떤 이는 완전한 기억 능력을 얻는다.

    책은 괴수와 음모를 다루지만, 단순한 영웅담으로 흐르지 않는다. 공공의 적 앞에서도 사익을 좇는 사람, 다수의 이익을 내세워 소수를 희생시키려는 사람, 자신이 하는 봉사의 의미를 끝없이 의심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외부의 위협이 공동체를 어떻게 시험하는지, 그 안에서 국가와 시민의 관계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힘과 효율을 앞세운 사회가 공동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한계치는 어디까지 인가.

    주인공들의 신경다양성도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아나는 극도로 예민한 감각을 지닌 초민감자이고, 딘은 완전기억능력을 갖도록 개조됐지만 난독증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들은 결핍으로 보이는 특성을 수사의 강점으로 바꿔 나간다. "제국이 강한 것은 모든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너도 거기 포함된다"는 문장은 이 소설이 품은 메시지를 드러낸다.

    로버트 잭슨 베넷 지음 |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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