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일인 9일을 맞이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한시 조치는 세 차례 연장을 거쳐 4년 가까이 유지됐지만, 이재명 정부가 추가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끝을 맺게 됐다.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의 세율이 더해진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와 지방소득세까지 반영하면 실질 최고세율은 82.5%에 달한다.
서울 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를 10억 원의 양도차익을 남기고 매도할 경우, 5월 9일 이전에는 2주택자의 세금이 약 3억3천만 원, 3주택자는 4억 원 안팎이다. 반면 5월 10일 이후에는 2주택자가 약 5억7천만~5억9천만 원, 3주택자는 약 6억8천만 원 안팎으로 늘어난다.
유예 종료 앞두고 급매물 소진…비강남 상승세 뚜렷
시장은 제도 종료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반응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ASIL)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5만7천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3월 21일 8만 건을 돌파하며 약 40% 늘었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한때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종료 시점이 임박한 이달 초 매물은 7만2천건 수준으로 줄었다.
거래가격은 지역별로 혼조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 3월 넷째 주까지 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용산구는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노원구(0.23%)와 구로구(0.20%) 등 중저가 지역은 상승했다.
급매가 대부분 소진된 4월 넷째 주 강남, 송파, 용산구는 여전히 하락했지만 낙폭은 축소됐고, 서초구는 0.02% 오르며 반등했다.
사실상 거래가 마무리된 5월 첫째 주 서울 전체 상승폭은 0.15%로 전주보다 0.01%포인트 확대됐고, 강북 14개구는 0.18%, 강남 11개구는 0.13% 상승했다.
정부 '매물 잠김' 불안 차단…전문가 '거래 절벽' 우려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는 시장의 불안을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 먼저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5일 "5월 9일 이후 집값 폭등은 없을 것이며 상승은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날인 6일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없다"며 일관된 정책 의지를 밝혔다.
유예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과거의 과열 양상에서 벗어나 실거주자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전환기"라고 진단하며, "5월 9일 이후 매물 잠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정부의 정책 의지는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시장도 투자 수요 감소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매물 잠김'을 넘어 '거래 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들은 9일까지 팔리지 않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그대로 내놓더라도 호가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중과 유예 종료 전 급매물이 출회됐던 시기에 매수에 나서지 않았던 수요자들이, 강화된 DSR 규제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다시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팔 사람은 급매로 내놓을 생각이 없고, 살 사람은 대출이 안 나오고 전세를 끼고 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내더라도 적어도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강벨트 시장은 사실상 올스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서울 입주물량 절반 '뚝'…커지는 공급 불확실성에 임대시장도 불안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당장의 집값 안정은 가져올 수 있을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족한 공급이 문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수도권 신축 입주 물량은 11만1700호로 전년(16만1300호)보다 3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서울은 입주 물량이 2만 가구 미만으로, 예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도세 중과 부활로 매물이 급감하는데다, 입주 물량 감소까지 덮치는 상황이 머지않았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임대차 시장도 변수다. 다주택자가 그동안 전·월세 물량의 상당 부분을 공급해온 만큼, 보유·양도 비용 상승은 신규 임대 공급 유인을 약화시키고,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6년 5월 기준 6억8천만 원 수준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공급 감소와 대출 규제, 금리 상승에 따라 26년 1분기 월세 비중은 50.8%로 이미 전세 비율을 추월했고, 월세 또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과거 한강벨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월세 3백만원 이상 고액 계약이 동대문구, 강북구 등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 84㎡ 아파트의 월세가 270만원에, 성북구 길음동의 아파트 월세는 360만원에 계약됐다.
세금 높여 매물 유도하는 정책 계속…시장 반응 주목
정부는 3기 신도시 본청약 등 공공 주도의 중장기 공급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 시차가 커 단기 수급 불균형 해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 경기 위축으로 민간 분양 물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 정책이 단기간 내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8일 "잠겨있는 매물이 나오고 실거주자에게 돌아가도록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해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8일에는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 영구히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입주물량 공급이 부족한 동안 기존 소유자의 집에 세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매물을 늘리는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시장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