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 주보배 기자정부가 2040년 탈(脫)석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로 인한 발전공기업의 장기 재무전망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른바 '좌초자산에 대한 감사(stranded asset audit)'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환경단체에서 제기됐다. 특히 한국전력의 손실은 전기요금과 재정부담으로 이전될 수 있는 만큼 비용과 손익을 먼저 투명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후솔루션은 6일 공개한 '석탄자산 재평가 없이 에너지 대전환도 없다' 제하 이슈브리프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은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과 2040년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등 큰 방향의 선언적 목표에만 치중했을 뿐, 자산·시장 구조를 반영한 기본적인 '계산서'는 내놓지 못해 우려된다는 게 단체 지적이다.
정부는 국내 석탄발전소 60기(공공 53기) 중 2030년 19기, 2040년 20기를 순차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2040년 이후에도 설계수명이 남는 21기는 완전 폐지보단 안보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민간 발전기를 폐쇄하려면 보상 문제도 고려해야 해 전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석탄발전 폐지 문제는 발전공기업 재편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및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 등 발전공기업 5사가 한전과 분리돼 지금까지 운영되는 동안, 발전공기업 5사의 발전설비 비중은 모두 석탄화력발전이 87~97%에 이를 만큼 압도적이다. 이에 탈석탄으로 인한 고용 전환 문제와 함께 발전공기업 5사 통폐합 논의를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 5사의 재무 전망이 명확하지 않다고 단체는 짚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3월 발전공기업 5사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자료엔 설비현황과 2025년 기준 잔여 미회수 투자비만 제출됐을 뿐, 2030~2040년 예상 가동률과 잔여 운영기간 전체 기준 수익·비용, 2035·2040년 조기폐쇄 시나리오 손익, 탄소비용 반영 손익, 석탄 감축 방식별 재무 비교는 작성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한전의 기후정책과 공기업 자산회계는 아직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2040년 에너지 전환을 재무적으로 계산하는 공식 계획 체계를 아직 갖추지 못했거나 적어도 공개·검증 가능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 못해 에너지 대전환의 기초 회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게재된 논문(Ownership of power plants stranded by climate mitigation)에 따르면 한전의 좌초 석탄자산 규모는 약 220억~330억 달러(약 32조~49조 원) 수준으로 추정돼 인도(NTPC) 및 인도네시아(PLN) 국영전력회사와 함께 위험에 노출된 상위 기업군으로 꼽혔다. 이 논문은 전 세계에 운영 중인 화석연료 발전기 1만 6438기의 좌초자산 위험 분포를 추정한 연구다.
논문의 주저자인 로버트 포프리치 나바로 미 다트머스대 연구원은 한전이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과제에 대한 기후솔루션 질의에 여러 탈탄소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좌초자산 감사'를 꼽고, "특히 2030년 이후 어떤 자산이 좌초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지 식별해야 하며, 국내 발전설비뿐 아니라 해외 지분 자산까지 포함해 석탄발전 자산 전반을 평가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단체는 전했다.
이 같은 위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을 때 비용 부담의 귀착 문제도 지적했다, 나바로 연구원은 "전력회사가 연료비 상승이나 기후정책으로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경우 그 부담은 대개 요금 납부자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기후솔루션은 "자산 가치와 손상 위험을 먼저 계산하지 않은 채 예비보전과 통폐합, 시장개편을 함께 추진하면 에너지 대전환 비용이 이연될 수 있다"며 "그 부담은 결국 전기요금, 공기업 부채, 분산형 전력망과 유연성 자원 및 재생에너지 투자 여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아직도 한전이 발전사들에 지급하는 화석연료 발전 부문 용량정산금(Capacity Payment)이 2024년 기준 약 6조 1546억 원 규모로 좌초자산 유지에 너무 많은 비용이 배분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발전공기업 통폐압과 동시에 필요한 것은 자산 재평가와 시장규칙 재설계"라며 "어떤 석탄자산은 조기정리가 더 합리적인지, 어떤 자산은 별도 전환금융이 필요한지, 어떤 비용은 더 이상 용량요금으로 보전할 수 없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반영해 구매·정산·감독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짤 것인지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