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의 기후변화 심각성 인식이 지난해 다소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남성층에서는 친환경보다 생활의 편리함을 우선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19일 한국환경연구원의 2025 국민환경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83.5%,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57.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5.1%포인트, 8.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기후변화가 중요한 문제라는 응답도 79.3%로 1년 전보다 4.4%포인트 줄었다.
연구진은 국민의 기후변화 문제의식이 다소 약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후변화 피해가 미래세대나 동식물, 저소득 국가 국민에게 갈 것이라는 응답은 여전히 높았지만, '나 자신', '내 가족', '나의 공동체'처럼 심리적으로 가까운 대상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줄었다.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이 자신에게 닥칠 것이라는 체감이 옅어진 셈이다.
친환경 행동 의지도 약해졌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친환경적 행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54.2%로 2018년 70.5%보다 16.3%포인트 급감했다. 반면 '솔직히 말해 생활의 편리함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23.2%로 2018년 12.0%에서 11.2%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성별과 연령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친환경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여성이 61.5%로 남성 47.2%보다 높았다. 반대로 편리함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남성이 28.7%로 여성 17.6%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의 '친환경 우선' 응답 비율은 38.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반면 '편리함 우선' 응답 비율은 36.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60대는 친환경 우선 비율이 72.1%로 가장 높고, 편리함 우선 비율은 11.3%로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물가 상승과 경기 불안, 높은 실업률 등 사회경제적 침체가 장기간 이어진 데다,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환경 담론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점이 친환경 행동 실천 의지를 떨어뜨린 요인일 수 있다고 봤다.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감정으로는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3.1%로 가장 많았고, 미안함 64.5%, 분노감 59.9%가 뒤를 이었다. 다만 '무관심'을 느낀다는 비율은 남성 응답자에서 31.5%로 여성 24.1%보다 높았다. 기후변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미안함을 느꼈다는 응답은 여성 71.2%, 남성 58.0%로 성별 차가 크게 나타났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는 56.3%가 인간 활동을 꼽았지만, 자연적 변화라고 응답한 비율도 24.8%에 달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 활동이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 활동을 원인으로 본 응답 비율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짚었다.
기후변화로 실제 가계 부담이 늘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으로는 냉난방비와 가스비 등 에너지 요금이 70.2%로 가장 많이 꼽혔고, 식료품비 65.3%, 의료비 52.6%, 친환경 제품 구매비 50.8%가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에너지와 식료품 등 생필품 중심의 지출 증가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