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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고난 품은 부활절…"이주민의 얼굴로 찾아오시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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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이주민의 고난 품은 부활절…"이주민의 얼굴로 찾아오시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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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2026 고난함께 부활절예배, 이주민과 연대
    산재 노동자·고려인 등 현실의 고통 돌아봐
    "'지극히 낮은 자', 이주민과의 관계, 예수와의 관계"
    "값싼 노동력 아닌, 하나님의 형상"
    "교회, 불의한 제도·구조적 문제 해결 나서야"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진행된 2026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 오요셉 기자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진행된 2026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 오요셉 기자
    한국교회가 이주민들과 함께 '고난 함께'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구조적 차별과 폭력 속에 고통당하는 이주민들과의 연대를 다짐했다.

    해마다 우리 사회 고통당하는 이웃들과 함께해 온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는 올해 그가 어디에서 왔든'이란 주제로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올해 주제는 국적과 신분, 사회적 조건을 넘어 모든 이를 받아들이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부활의 의미를 담았다.

    각 교회와 시민단체, 이주노동자 당사자, 인권·노동 단체 활동가 4백여 명은 함께 모여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동시에,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착취의 현실을 회개했다.

    예배 참가자들은 "부활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가장 위대한 이주민"이라며, "우리를 위해 하나님 나라에서 인간의 세계로 이주해 오신 성육신은 신적인 경계를 넘어선 가장 거룩한 이주"라고 고백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이 이 땅에서 '얼굴 없는 재화'나 '대체 가능한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하나님의 생명으로 충만한 형제자매임을 돌아보며, 유용성과 효율의 척도로 사람의 존엄을 가르는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세대의 '지극히 낮은 자', 이주 노동자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우리 사회는 150만 이주노동자를 소모품·사물로 취급하는 정글"이라며 "국가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을 사업주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일회용품, 소모품, 사물로 이용하도록  뒷받침해 왔다"고 비판했다. 오요셉 기자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우리 사회는 150만 이주노동자를 소모품·사물로 취급하는 정글"이라며 "국가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을 사업주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일회용품, 소모품, 사물로 이용하도록 뒷받침해 왔다"고 비판했다. 오요셉 기자
    설교자로 나선 포천이주노동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다"며 "우리 사회의 '지극히 낮은 자'들인 이주 노동자들과의 관계가 곧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성경은 내세의 천국만 말하지 않고, 오늘 지금 여기서 받아야 할 부활의 은총을 말하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지극히 작은 자들인 150만 이주노동자들과 선한 관계, 올바른 관계를 맺음으로써 부활의 생명이 우리 속에 충만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현행 고용허가제는 고용주와 이주노동자 사이를 철저한 주종 관계로 만드는 제도"라며, "이주 노동자를 사업주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일회용품·소모품·사물로 취급하게 하는 이 구조를 국가가 떠받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고용 연장을 못 받을까 두려워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감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고, 사업장 변경의 자유도 사실상 박탈당해 원치 않는 사업장에서 원치 않는 노동을 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달성 목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년에 이주노동자가 3천 명 넘게 사망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가 오는 것은 '사람'이 오는 것"이지만, 법과 제도가 이들을 '인력'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죽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 고려인 동포의 고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이주민들로 구성된 서울 디아스포라교회 성가대가 봉헌 찬송을 부르고 있다. 오요셉 기자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이주민들로 구성된 서울 디아스포라교회 성가대가 봉헌 찬송을 부르고 있다. 오요셉 기자
    현장 증언자로 나선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 로지 아지트 씨는 한국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금속 연마 작업을 하다 심각한 폐 질환을 얻었지만, 제대로 된 보호장비와 휴식, 치료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아지트 씨는 특히, "산재 신청 후에도 근로복지공단 조사가 8개월 뒤에야 이뤄져 열악한 당시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법원이 지정한 의료인의 '업무 관련' 감정 소견에도 공단이 재감정을 신청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 4년이 넘도록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지트 씨는 "다치고 병든 이주노동자들이 사고 이후에도 보상·치료·체류 문제를 둘러싼 불안정과 싸워야 하며, 산재 인정뿐 아니라 이후 삶의 기반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혁수 이주민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고려인 동포들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이지만, 실제로는 값싼 노동력을 채우는 '편리한 인력'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인 동포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 불안정한 일자리, 부족한 한국어·학습 지원 때문에 학교와 사회에서 이중의 차별을 겪고 있다"며 "특히 많은 고려인 가정에서 부모가 공장과 일용직 노동으로 밤늦게까지 일하는 탓에, 아이들은 한국어 미숙과 차별 속에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교회가 고려인과 이주민을 단순한 선교·구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비자와 체류 자격 문제, 주거·교육·의료 접근성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는 연대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선교'라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 정책과 국회 입법 과정에 참여하며 연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주민의 얼굴로 오늘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

    예배 참가자들은 함께 성찬례를 진행하며 "낯선 이웃 곁에 머무르는 발이 되고, 차별과 혐오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목소리가 되어, 온 세상과 교회에 평화를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오요셉 기자예배 참가자들은 함께 성찬례를 진행하며 "낯선 이웃 곁에 머무르는 발이 되고, 차별과 혐오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목소리가 되어, 온 세상과 교회에 평화를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오요셉 기자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강도의 소굴이 된 성전을 뒤엎으셨던 주님과 달리, 우리는 불의한 제도에 그대로 편승해 강도의 자리 옆에 앉아 있다"고 고백하며, 한국교회가 먼저 이 현실 앞에서 회개하고 법·제도 변화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능력주의에 포섭된 우리는, 피난처와 평화를 찾는 난민들에게 강경한 법 집행을 강요하며 파라오의 잔인한 얼굴로 다가섰다"며 "이러한 폭력을 성경의 언어로 정당화하며 앞장섰던 죄를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주님은 이주민의 얼굴로, 난민의 얼굴로 한국교회를 찾아오신다"며 "집단적 정체성과 이익을 성서보다 높이 두는 한국교회를 바꾸어 달라"고 기도했다.

    아신대학교 지반 베마기리 교수는 "고국을 떠나 멀리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여정과 희생, 온갖 고난을 주님이 알고 계신다"며, 어려운 시기에도 부활의 소망을 발견하고,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에도 오직 '주님께 속한 자'임을 기억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베마기리 교수는 "이주민들이 새 힘을 얻고 담대히 살아갈 용기, 선한 공동체와 신실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길 기도한다"며 "한국 교회들이 열방을 가슴에 품고 모든 이들을 위한 참된 영적 가족이 되게 해 달라"고 구했다.

    이어 "문화와 언어, 국적의 벽을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게 해달라"며 "이 땅이 이주민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깊이 이해하며, 온전히 존중하는 땅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한편, 예배 참가자들은 다함께 성찬례를 진행하며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경계와 차별, 미비하고 부정의한 제도 속에서 존엄을 위협받는 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와 난민, 이주민의 고난은 오늘날 부활 신앙의 중심 과제"라며 "낯선 이웃 곁에 머무르는 발이 되고, 차별과 혐오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목소리가 되어, 온 세상과 교회에 평화를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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