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왼쪽)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샤라웃(공개 지지)'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반색했다. 이에 홍 전 시장이 몸담았던 국민의힘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두 유력 정치인을 잘 아는 인사들 사이에선 "이상할 것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30년 넘게 호형호제하며 이어온 두 사람의 깊은 인연 때문이다. 다만 홍 전 시장의 파격적 행보에는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뒤따른다.
노무현과 '스타 검사' 찾아간 김부겸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홍 전 시장이 2일 "후임 시장은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좋겠다"며 김 전 총리를 거명하자 김 전 총리 캠프는 곧바로 유튜브 쇼츠를 게시했다. 영상에서 김 전 총리는 "큰 선물을 주셨다"며 환히 웃고는 "홍 전 시장과 30년 이상 오랜 친분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들의 인연은 1990년대 초중반, 홍 전 시장의 정계 진출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전 시장이 일명 '모래시계 검사'로 법조 비리를 파헤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때다.
김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제정구 전 의원과 함께 홍준표 검사를 영입하기 위해 밤샘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신한국당과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에 맞서 제3지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밤새 화투를 치며 홍 검사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날 새벽 김영삼 대통령이 홍 검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이면서 이들의 영입은 무산됐다.
"외상값 떼 써도 괜찮은 선후배"
윤창원 기자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한나라당에서였다.
홍 전 시장은 1996년 1월 신한국당에 입당해 15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는데, 다음 해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재편됐다. 김 전 총리는 본인이 몸담았던 민주당이 보수여당인 신한국당과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에 합류하게 됐다.
김 전 총리가 2000년 16대 총선 경기 군포을에서, 홍 전 시장이 다음 해 서울 동대문을 보궐선거에서 각각 당선된 뒤 이들은 같은 당 동료 의원으로서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홍 전 시장은 전했다.
2003년 김 전 총리가 '독수리 오형제'로 불린 개혁파 의원들과 열린우리당으로 떠나면서 정치 행로는 엇갈렸지만 관계는 끈끈했다고 한다. 18대 국회에서 김 전 총리와 통합민주당에서 함께 했던 정국교 전 의원은 "홍 전 시장이 '얌마' 하고 부르면 김 전 총리가 '행님' 하며 격이 없이 지냈다"고 기억했다.
홍 전 시장이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경남 양산 출마 계획을 접고 대구행을 선언하면서 "김부겸·주호영과 호형호제한 지가 30년(영남일보 인터뷰)"이라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리고는 김 전 총리와 주호영 의원이 뛰던 수성갑 대신 수성을로 출마해 당선됐다.
김 전 총리는 총선 낙선 이후 YTN 인터뷰에서 홍 전 시장을 두고 "술집에서 술값 떨어졌을 때 제일 만만하게 '형 외상 좀 갚아 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내가 조금 떼를 써도 괜찮은 선배"라고 평가했다.
옛 측근 "국힘 후보 찾아오라는 것"
홍 전 시장의 김 전 총리 지지 표명 직후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타고나신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맹비난했다.
홍 전 시장이 "민주당이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한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속내가 뻔히 보이는데 무슨 정치적 메시지인 것처럼 포장을 하시는가"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경선 탈락 직후 탈당한 홍 전 시장이 민주당으로 옮겨가 이재명 정부 총리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번 지지 선언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깔리는 이유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의 옛 측근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선출이 되면 나를 찾아 오라는 시그널"이라며 "결국 영향력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